“성폭행으로 신고하겠다” 겁박해 7년 간 지인 노예처럼 부린 부부, 법원서 중형

김무연 기자 2024. 1.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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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허위 신고하겠다며 상대방을 겁박해 7년여 간 금품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한 여성과 이를 묵과한 남편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오랜 기간 가스라이팅에 노출되며 범죄 피해가 극심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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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뼈 부러뜨리는 등 폭행…8000여 만 원 갈취도
법조계 “가스라이팅 당한 피해자, 범죄에 저항 못해”
연합뉴스

성폭행 혐의로 허위 신고하겠다며 상대방을 겁박해 7년여 간 금품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한 여성과 이를 묵과한 남편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오랜 기간 가스라이팅에 노출되며 범죄 피해가 극심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공동공갈·공동상해·공동강금·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부부 A·B 씨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A 씨는 피해자에 대한 각 범죄를 주도적으로 직접 저질렀다는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고, B 씨는 대부분 범행의 경우 배우자의 범행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하며 두렵게 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면서 “범행 수법, 범행 기간, 피해 정도의 심각성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부부관계인 A·B 씨는 지인의 소개로 피해자인 남성 C 씨를 만나 함께 2012년부터 함께 거주해 왔다. 그러던 중 2013년 6월 A 씨가 C 씨를 상대으로 성적 행위를 저지르고, 오히려 “술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넌 왜 끝까지 날 말리지 않았느냐”면서 “무릎 꿇고 빌어라. 너를 성폭행으로 고소하면 (사람들이) 누구 편을 들어줄까”면서 C 씨를 압박했다.

이후 A 씨는 C 씨에게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는지 주기적으로 보고를 받는 등 C 씨의 일상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C 씨와 함께 거주하면서 휴대전화로 얼굴을 가격해 코뼈를 부러뜨리는가 하면, 가스 점화기기의 끝을 달궈 몸에 갖다 대는 등 상해를 일삼았다. 쇠사슬을 다리에 감아 속박하는가 하면 C 씨에게 귀뚜라미나 소변을 강제로 먹이는 가혹 행위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들이 거주하는 숙소의 월세를 대납하게 하고 월급 계좌로 돈을 빼 썼으며, 자신의 부모들에게 송금하도록 강요했다. 이런 식으로 A·B 씨가 C 씨로부터 갈취한 금액은 8700여 만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청소, 빨래 등 11가지 집안일을 정해 강제로 시키기도 했다. 해당 범행 행각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년 가까이 이어졌다.

판결문에 직접적으로 ‘가스라이팅’이란 단어는 없지만 심리적 지배 및 위축 상태라는 점이 명백해 사실상 재판부가 가스라이팅이라고 판단해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는 피해자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결과통보서를 통해 “피해자는 문제 상황에서의 수동적인 대응 양상이 특징적이고, 이러한 특성은 피해자가 진술하고 있는 피고인들과의 관계 양상과 관련이 있는 심리적 특성들로 보인다”면서 “해당 관계 속에서 무력감과 함께 추가적으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갈등이나 피해가 두려워 저항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차장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바른 조재빈 변호사는 “가스라이팅 사건의 경우, 그것만으론 범죄 행위가 성립되지 않지만 이은해 사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번 사건도 가스라이팅이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법원이 심리적 위축 및 이에 따른 지배 관계를 인정해 높은 형량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은해 계곡 살인 사건처럼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은 본인이 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 범행을 당하다 피해가 극단까지 치닫는 경우도 있다. 가스라이팅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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