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다시 찾아온 조규성의 시간, 클린스만호를 살리는 모든 길은 골로 통한다

이성필 기자 2024. 1. 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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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 열심히 훈련 중이다. ⓒ연합뉴스
▲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 열심히 훈련 중이다. ⓒ연합뉴스
▲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 열심히 훈련 중이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운명의 한판 승부는 결정력으로 정리된다. 넣어야 할 순간을 놓치면 패배라는 공식을 마주하게 된다.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16강에서는 일본 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게 정해져 있었다. E조 2위를 하며 사우디와 마주하게 됐다. 아시아에서는 상위권 국가고, 늘 껄끄러웠던 팀이라는 점에서 이기고 넘어가야 진정한 강호로 인정받게 된다.

사우디는 이탈리아 대표팀과 맨체스터 시티를 지휘했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한 뒤 수비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조별리그에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라는 월드 클래스 수비수를 두고도 6실점이나 했던 한국과는 180도 다르다.

공격력도 나쁘지 않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주역인 살렘 알 다우사리, 나세르 알 다우사리, 파이살 알 감디 등 속도감 넘치는 자원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

승리 공식은 선제골이다. 오만과의 첫 경기에서 전반 14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던 사우디가 동점골을 터뜨린 것은 후반 33분이었다. 추가시간에 알 부라히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2-1로 겨우 이겼다. 키르기스스탄전은 두 명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안고 싸워 2-0으로 승리했다.

태국과 최종전에서는 선수를 대거 교체하는 이원화를 선택했지만, 짧은 패스와 빠른 공간 침투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침투력이 좋은 측면 공격 완성도를 높여 준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황희찬(울버햄턴)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공격 2선에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졌다.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움직이는 '손톱'도 가능하다.

이 경우 조규성(미트윌란)이나 오현규(셀틱)는 조커 투입 가능성이 있다. 물론 사우디 수비에 높이와 힘으로 부담을 주려면 조규성을 전반부터 투입해 압박하는 전략도 있다. 좌우에서 황희찬,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뿌려주는 패스와 돌파로도 사우디는 쉽게 전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전략을 꺼내든 조규성에게는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책임의 시간'이 분명 주어질 수 있다. 조규성의 강점은 타점 높은 점프력이다. 사우디 중앙 수비 높이가 낮은 편이라 조규성에게는 경합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지난 3경기 동안 조규성이 놓친 기회만 살렸어도 한국은 3전 전승 1위 16강이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조별리그 통과는 기본 전제로 깔고 가는 대표팀에는 단판 승부부터가 더 중요하다.

조규성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우루과이전에서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의 부진이 조규성에게는 반사 이익으로 열렸다. 이후 포르투갈전에서 지속해 수비진을 괴롭혔고 2-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 조규성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골을 만나지 못했다. 단판 승부인 16강에는 기다렸던 골을 볼 수 있을까. ⓒ연합뉴스
▲ 조규성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골을 만나지 못했다. 단판 승부인 16강에는 기다렸던 골을 볼 수 있을까. ⓒ연합뉴스
▲ 조규성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골을 만나지 못했다. 단판 승부인 16강에는 기다렸던 골을 볼 수 있을까. ⓒ연합뉴스
▲ 조규성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골을 만나지 못했다. 단판 승부인 16강에는 기다렸던 골을 볼 수 있을까. ⓒ연합뉴스
▲ 조규성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골을 만나지 못했다. 단판 승부인 16강에는 기다렸던 골을 볼 수 있을까. ⓒ연합뉴스

지구촌 모두에게 주목 받았던 조규성이다. 유럽 진출을 놓고도 겨울 이적 시장에 나가느냐 여름에 떠나느냐로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고 지난해 여름 전북 현대를 떠나 미트윌란으로 향했다. 시작부터 골맛을 보며 조규성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올 시즌 조규성은 미트윌란에서 전반기 16경기 8골을 넣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다시 오지 않을 승부에서 해결사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그 스스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오직 다가오는 승부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패하면 결과와 명예 모두 잃는 살얼음 승부에서 조규성은 선발, 조커 가리지 않고 나선다면 골, 도움 또는 볼이 없는 움직임에서의 미끼 역할 등 주인공과 희생을 마다치 않아야 한다. 외신에서 '한국이 일본을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전을 비겼다. 승부조작을 한 것 아니냐'라는 주장에 대해 골로 대답을 해줘야 한다.

경쟁자인 오현규는 "클린스만 감독이 출전 기회만 주신다면 죽을힘을 다해 뛰겠다"라며 그라운드 위에서 역량을 다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선발보다 교체 출전이 많았던 오현규에게는 조규성보다 먼저 나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종이호랑이', '티슈 호랑이'로 취급받은 대표팀의 명예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조규성의 결정력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선에서 부담을 안고 슈팅해 골을 노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방에서 사우디 수비만 제압해 준다면 16강 탈락이라는 걱정은 단숨에 날아갈 수 있다.

골을 넣고 이긴다면 호주와의 8강도 같은 흐름으로 갈 수 있다. 주장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책임졌고 이강인은 놀라운 왼발로 세 골을 맛봤다. 우승을 노래하는 대표팀에 지금 필요한 것은 조규성의 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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