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러 경제, 서방 제재에도 성장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강영진 기자 2024. 1. 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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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제약·고물가·노동력 부족으로 생산성 떨어지고
주수입원인 석유·가스 수출 7년내 50% 줄어들 전망
[블라디보스토크=신화/뉴시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이 개막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전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이 되도록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효과가 크지 않으나 러시아 경제의 장기 성장 여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24.1.3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의 경제는 성장한데 비해 유럽 경제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고 비웃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2년이 다돼는 지금 석유와 다이아몬드 수출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군수공장들이 활발히 가동되고 있으며 러시아 은행들은 여전히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의 장기적 경제 전망은 장밋빛이 아니라고 미 CNN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경제를 왜곡하고 자원을 독식하면서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국영 무기 공장인 로스텍은 장갑차 생산을 1년 만에 5배로 늘렸다. 탄약과 드론 생산도 마찬가지로 큰 폭으로 늘었다.

세르게이 체메조프 로스텍 회장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포탄과 다연장로켓탄 생산을 50배로 늘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파괴되는 물품의 생산은 경제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쥐와 고양이 게임

서방은 러시아의 에너지 및 광물 수출을 억제하고 첨단 기술 제품 공급을 막으며 금융서비스 접근을 차단해왔다. 이 과정에서 1만5000여 개인과 법인에 대한 제재가 발동됐다.

제재가 효과를 내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러시아가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 즉, 석유 등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 러시아는 석유를 수출하고 서방의 첨단 기술 제품을 이들 국가들을 통해 우회 수입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 석유 수출의 90%를 차지한다.

주요7개국(G7)은 서방의 유조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 이하의 러시아 석유에 대해서만 해상보험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은 지난해 11월에만 152억 달러(약 20조2175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 석유는 소유주가 드러나지 않는 유령 선단을 통해 71%가 수송되고 있다. 선박보험을 들지 않고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이 1400여척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제재를 무력화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서방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60달러 상한선을 넘는 가격의 러시아 석유를 운송한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회사들을 제재했다.

한편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된 러시아 금융기관은 많지 않다.

그밖에도 러시아의 이중용도 물자 수입량도 지난해 상반기 매달 9억 달러에 달하는 등 제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서방의 정밀 기기 수입이 차단되자 한국과 대만에서 중국으로 수입된 컴퓨터수치제어(CNC) 기기들을 수입했다. 이 기기들은 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우회 수입을 차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차단 노력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핀란드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중국 제품 수입 가격이 2021년 대비 지난해 71%나 올랐다.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타격을 가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

러시아인들이 유럽 각국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짐에 따라 튀르키예, 이집트, 태국에 러시아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1월~9월 해외 여행을 한 러시아인 숫자는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50%가 늘었다.

모스크바의 호화 상점은 카자흐스탄을 통해 우회 수입된 서방 제품으로 가득하다.

다만 제재로 인해 러시아 S7 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소속 항공기 20%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엔진 수리 부품이 부족한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중반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재의 효과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러시아 예산 및 금융시장, 해외투자, 산업 기반과 기술기반에 장기적으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 제재 책임 경제학자인 레이첼 린가스는 러시아 지도자들이 “투자 감소, 생산성 증가 속도 지연, 노동력 부족 등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미래

러시아는 올해 전체 예산의 40%, 즉 국민소득의 8%를 군사예산으로 책정했다. 교육과 의료부문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핀란드 은행은 푸틴이 이끄는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기술수준이 낮은 금속가공부문 등으로 서방의 제재 영향이 적은 부문”이라면서 “군수 생산 집중으로 자원이 민간 분야에 배정되지 못하면서 장기적 성장을 주도할 첨단 경제 부문의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과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실업률은 3% 미만으로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7%에 달한다. 군인들에 대한 현금 지급이 늘고 소비자 대출이 증가하는데 따라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의 주택담보대출이 전년대비 50% 증가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6개월새 7.5%에서 16%로 올렸다. 지난해 가을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의 3분의 1이 금리 상승에 따라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소비자들이 자산 매입 열풍이 불면서 인플레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숙련 노동자들이 전쟁에 끌려가고 젊은 기술 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의 80% 이상이 숙련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으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는 계란 가격이 40% 올랐지만 생산자들은 오른 닭 가격과 높은 인건비로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게 된 것도 문제다. 러시아 수입품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중국은 아직 러시아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며 러시아의 의존이 커지는 것을 방관한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기술 제품 판매가 문제가 돼 중국이 서방 시장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 경제는 석유 등 1차 산업 제품이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소비 제품들은 서방과 중국에 여러 해 뒤쳐져 있다. 서방의 제재가 장기화되면 이런 문제점들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7년 사이에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 가스 수출이 40~5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투자가 막히면서 장비 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 점을 노려 최근 러시아 액화천연가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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