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두고… EU - 헝가리 ‘정면충돌’

‘친러’ 헝가리 반대로 발 묶이자
내달1일 EU특별정상회의 소집
‘기금지급 중단’ 검토 등 초강수

다음 달 1일 열리는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EU와 헝가리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안이 친러 성향 헝가리의 반대로 발이 묶이자 EU가 헝가리에 대한 EU 기금 지급을 끊는 초강수 검토에 들어갔고, 헝가리는 “굴복하지 않겠다”면서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당국자들은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작성한 문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머지 회원국 정상은 ‘헝가리 총리의 비생산적 행동 탓에 EU 기금이 헝가리에 지원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공개 선언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문건은 특히 이 같은 조처로 “(헝가리의) 공공부문 적자를 메울 재원 조달 비용이 더 늘어나고 통화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시장과 유럽, 다국적 기업들의 대헝가리 투자 관심도 떨어지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헝가리가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안(500억 유로·약 72조2760억 원)을 거부하면 헝가리에 할당된 EU 기금 지급을 전면 중단·회수함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의미다. 특별정상회의는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거부하면서 긴급 소집됐다.

이에 야노스 보카 헝가리 EU 담당 장관은 이날 X를 통해 “EU 관료들이 작성한 문서는 EU 자금에 대한 접근이 정치적 협박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수석 정책보좌관인 오르반 벌라주도 이날 X에 “‘별도 주의사항’을 전제로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EU 예산 사용은 물론 별도 EU 부채 발행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27일 EU에 전달했다”며 “우리가 이미 타협안을 제안했는데도 EU는 헝가리를 상대로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EU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 조처를 포함한 대러 제재를 6개월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