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초 역사 이끈 '역대급 외인' 반전 활약, 그 뒤엔 '수비 올인' 공격수 헌신 있었다

김동윤 기자 2024. 1. 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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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OK금융그룹의 신호진(왼쪽)과 레오. /사진=한국배구연맹
즐거웠던 올스타전이 끝나고 2023~2024시즌 V리그가 30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특히 남자부의 역대급 순위경쟁을 초래한 OK금융그룹이 마침내 찾은 해답을 후반기에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는 절대강자가 없다. 1위 우리카드(15승 9패·승점 44)부터 6위 현대캐피탈(9승 15패·승점 32)까지 12점 차밖에 나지 않아 어느 팀이든 남은 두 라운드 결과에 따라 봄배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역대급 혼전을 초래한 팀이 바로 4위 OK 금융그룹(14승 10패·승점 39)이다. 사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V리그 남자부는 봄배구 팀과 하위 팀의 격차가 상당해 보였다. 3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3위 대한항공이 승점 34, 4위 한국전력이 승점 27로 7점 차가 났고, OK금융그룹은 3라운드 전패로 승점 22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OK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29일 대한항공전 승리를 시작으로 올해 1월 17일 현대캐피탈전 승리로 4라운드 전승을 이뤄내면서 V리그 최초 역사를 썼다. 전 라운드 전패 팀이 그 다음 라운드 전승으로 마친 팀은 올해 OK금융그룹이 유일했다. 구단 창단 두 번째 라운드 전승(첫 번째는 2020-2021시즌 1라운드)이기도 했다. 여기에 선두 우리카드가 4라운드를 5연패로 마감하면서 1위부터 6위까지 12점 차밖에 안 되는 혼전이 만들어졌다.

4라운드 반격의 선봉에 선 건 단연 레오였다. 레오는 3라운드 공격 성공률 49.49%로 V리그 최고 외인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4라운드 들어 공격 성공률 62.02%에 세트당 서브 0.652개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OK금융그룹 4라운드 전승의 주역이 됐다. 득점 1위(201점), 공격 성공률 1위, 서브 1위, 오픈 공격 성공률 2위(58.59%) 등 굉장한 기록과 함께 그 공을 인정받아 4라운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레오 개인에게는 이번이 개인 통산 8번째 라운드 MVP로 해당 부문 역대 1위를 유지했다. 레오는 삼성화재 시절인 2012~2013시즌 1라운드, 5라운드, 2013~2014시즌 1라운드, 5라운드, 2014~2015시즌 2라운드에서 MVP를 차지했고, OK금융그룹으로 2021~2022시즌 V리그 복귀를 해서도 5라운드, 2022~2023시즌 3라운드에 이어 이번 4라운드까지 8차례 MVP에 올랐다.

OK금융그룹의 신호진(오른쪽)이 몸을 날려 공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레오의 반전 활약 뒤에는 공격 본능에 충실하게 해 준 신호진(23)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신호진은 대전석교초-인하부중-인하부고-인하대를 졸업한 뒤 2022~2023 V리그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아포짓 스파이커다. 인하대 시절부터 뛰어난 공격력을 지닌 아포짓 스파이커로 주목받았으며, 신인답지 않게 리시브와 수비에서도 준수한 능력을 보여 데뷔 첫해부터 많은 경기시간을 보장받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레오는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모두 뛰었다. 하지만 오기노 마사지(54) OK금융그룹 감독은 4라운드부터 레오에게 조금 더 익숙한 아웃사이드 히터에 전념하게 했고 리시브도 면제해 줬다(4라운드 리시브 시도 8회).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던 데에는 신호진의 역할이 컸다.

신호진은 공격력도 준수한 선수지만, 레오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는 4라운드부터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 수비에 올인하고 있다. 4라운드 리시브 점유율 37.69%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받은 신호진은 리시브 효율 36.05%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신호진이 안정적인 리시브를 받아준 덕분에 레오는 수비, 리시브 부담을 최소화 한 채 공격에 집중하며 뛰어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3라운드 중반부터 복귀해 레오의 대각 자리를 주로 맡고 있는 차지환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차지환은 4라운드 공격 성공률 50%로 3라운드(34.62%) 대비 크게 올라간 마무리 능력을 선보이며 레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차지환과 함께 송희채도 주전과 백업을 오고 가며 팀에 공수 안정감을 더해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

신호진. /사진=한국배구연맹

오기노 감독이 시즌 초부터 강조한 '하나된' 블로킹-디그 시스템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전에서 곧장 발휘될 수 있도록 훈련에서부터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해 체득할 수 있도록 계획했고, 시행착오를 거쳐 4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OK금융그룹은 3라운드까지 세트당 블로킹 2.123개, 세트당 디그 9.384개로 남자부 7개 팀 중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4라운드에는 세트당 블로킹 2.608개로 남자부 1위, 디그도 세트당 9.434개로 남자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올리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오기노 감독이 자주 언급하는 유효 블로킹 역시 4라운드 6경기서 세트당 4.609개로 1위를 마크했다.

블로킹, 디그 관련 수치 향상의 중심에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과 리베로 부용찬(35)의 활약이 있다. 아시아쿼터로 올해 처음으로 V리그에 입성한 바야르사이한 밧수(26)와 4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에서 함께 선발 박창성(26)이 철벽을 이뤘다. 올 시즌 주전 미들블로커로 출전 중인 바야르사이한은 3라운드 세트당 블로킹 0.263개로 부진했으나, 4라운드 세트당 블로킹 0.700개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8일 전역 후 팀에 합류한 박창성은 주전으로 나선 두 경기에서 블로킹 총 4개를 잡아내며 힘을 보탰다. 2m에 달하는 좋은 신장과 준수한 운동능력 등 피지컬에서 장점을 지닌 박창성은 오기노 감독도 칭찬한 열심히 배우려는 태도 등이 맞물려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 구단 내부의 평가다.

여기에 후방에서는 리베로 부용찬이 몸을 날리며 여러 차례 팀을 구했다. 3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 차츰 출전 시간을 늘린 부용찬은 4라운드 세트당 디그 1.913개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수 차례 몸을 날려 멋진 디그를 만들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현재 팀의 임시주장으로서 코트에서 끊임없이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코트 밖에서도 선수들과 계속해서 소통하는 등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공헌을 하던 모습이 경기에서도 발현돼 더욱 평가를 높이고 있다.

OK금융그룹은 2014~2015, 2015~2016시즌 우승 후 하위권에 머무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레오-신호진 콤비와 함께 마침내 오기노 감독의 배구가 팀에 녹아들면서 3위를 기록한 2020~2021시즌 이후 첫 봄배구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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