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그래핀으로 알츠하이머 탐구…韓연구진, 관찰기술 개발

/사진제공=KAIST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의 발병 과정을 실시간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섬유 단백질의 실시간 거동을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관찰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성균관대 약학대학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다.

단일 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관찰' 기법은 생체 과정에서 수반되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접힘, 조립 과정 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기존에는 특정 분자를 식별하기 위한 형광 현미경을 이용하거나, 단백질을 급속 냉동시킨 뒤 움직임을 고정해 분자 구조를 해석하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법이 활용돼 왔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단백질을 특별한 전처리 없이 분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은 없었다.

대안으로는 물질을 얼리지 않고 상온 상태에서 관찰하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얇은 투과막을 이용해 액체를 감싸 전자현미경 내에서 물질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지만, 두꺼운 투과 막에 의한 분해능 저하와 전자빔에 의한 단백질 변성이 숙제였다.

연구팀은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을 이용해 막에 의한 분해능 저하와 전자빔에 의한 단백질 변성 문제를 해결하고, 단백질의 거동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그래핀 액상 셀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투과막으로 이용한 그래핀은 원자 단위의 두께를 가지고 있어 분자 수준 관찰이 가능하고, 전자빔에 의한 단백질의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로 기존 대비 40배가량 변성을 억제해 단백질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전자현미경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섬유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발현되는 분자 불안정성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고 밝혔다.

온전한 단백질의 다양한 거동들을 분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 만큼,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단백질의 감염 과정,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섬유화·응집 거동 등 단백질 상호작용에 의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육 교수는 "현미경 기술의 발전은 생명과학 및 공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다"며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의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KAIST 신소재공학과 졸업생 박정재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온라인에 지난해 11월 게재됐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