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다시 유럽 간다…버밍엄 시티와 계약 "영국서 뛰는 게 꿈"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다시 유럽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버밍엄 시티는 30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백승호 영입을 발표했다. "백승호 영입을 알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까지 2년 6개월이다. 백승호가 달 등번호는 13번이다.
앞으로 백승호가 뛰게 될 버밍엄 시티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이다. 감독은 토니 모브레이다. 과거 김두현을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언에서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한국 선수에 대한 호감도가 큰 편이라 백승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어디나 소화 가능하다.
모브레이 감독은 백승호 영입이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기대감을 나타났다. 지난 29일 영국 매체 '버밍엄 라이브'를 통해 겨울 이적 시장 2호 영입으로 백승호를 암시했다. 그는 백승호에 관해 "앞에서 뛰고 멀리서도 슈팅을 때릴 줄 안다. 패스도 잘하고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라고 장점만 나열해 눈길을 모았다.
백승호는 버밍엄시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단 소감을 밝혔다. "버밍엄 시티의 일원이 되어 진심으로 행복하고 기대된다. 빨리 시작하고 싶다.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영국에서 축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버밍엄에서 제게 관심이 있다고 하니 정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구단이다. 감독,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모브레이 감독과 깊은 공감대도 형성했다. 백승호는 "감독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운영 계획에서 어떻게 내세울 것인지 등에 대해 대화했다. 모든 부분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늘 유망주로 평가받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골도 터뜨렸던 백승호다. 여러 방향 설정에서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이제야 제대로 도전 가능한 기회를 얻었다.
백승호는 "스페인, 독일에서도 뛰어봤다. 감독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대화하고 정말 편안했다.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라고 덧붙였다. 또, 월드컵 골에 대해서도 "축구 선수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경험이자 인생 최고의 골이다"라고 의미를 보였다.
버밍엄은 최근 열렸던 FA컵 32강에서 레스터시티에 패했다. 백승호가 뛸 무대는 온전히 리그가 전부다. 승점 32점으로 20위에 머물러 있다. 리그1(3부리그) 강등권인 22위 퀸즈 파크 레인저스(25점)와는 7점 차이다. 동시에 14위 카디프시티(37점)와는 5점 차이로 언제든 추격이 가능하다. 승격 플레이오프권 마지노선인 6위 코벤트리(43점)와는 11점 차이로 현실적으로는 추격이 쉽지 않지만, 연승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챔피언십은 24개 팀이 모여 치른다. 무려 46경기를 갖는다. 28경기를 치른 버밍엄이다. 백승호가 충분히 하반기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험을 제대로 쌓는다면 잠시 멀어졌던 A대표팀과도 재회 가능하다.
백승호로선 3년 만에 유럽 재진출이다. 2021년 3월 전북 현대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던 백승호는 계약을 모두 이행한 뒤 이번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다. 유럽 재도전을 갈망한 백승호는 조금 낯선 영국행을 택했다.
사실 백승호에게 유럽은 익숙한 무대다. 어린 시절부터 백승호는 유럽에서 활동했다. 유소년 시절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하며 크게 이목을 끌었다. 단계를 밟아 바르셀로나 B팀까지 올라갔고, 때에 따라 1군팀 훈련에도 부름을 받았다. 현재 이강인을 지도하는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이 어린 시절의 백승호를 보고 훈련 파트너로 종종 불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바르셀로나에 내린 유소년 영입 규정 위반 징계에 따라 백승호는 성인 무대로 발돋움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실전 없이 지내야 했다. 그 기간을 참아낸 백승호였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데뷔하는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이후 2018-19시즌 지로나로 이적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에 성공했다. 기어코 스페인 무대를 밟은 백승호는 이듬해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다름슈타트로 이적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차분하게 입지를 굳혀나가던 백승호는 조금 더 활발하게 경기에 나서기 위해 국내 복귀를 택했다.
K리그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영입 우선권이 있었던 수원 삼성과 마찰을 빚어 화제가 됐던 백승호는 기량 측면에서도 여러 이슈를 만들었다. 전북에서 뛴 세 시즌 동안 K리그1 82경기에 출전해 9골 6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신임을 받아 본선 무대를 밟았다. 특히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황선홍 감독을 따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와일드카드이자 주장 역할을 맡았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 유럽 재진출의 동력을 얻은 백승호는 잉글랜드 외에도 독일, 프랑스의 관심을 받아왔다. 가능한 유럽 5대리그 1부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가장 호의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버밍엄 시티와 손을 맞잡았다.
백승호는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 잉글랜드 무대를 누빈다. 스페인과 독일에 이어 색다른 도전이 되겠지만 유럽 생활이 익숙한 백승호라 적응에는 큰 걱정이 없다. 더구나 모브레이 감독이 백승호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는 점도 즉시 전력감 영입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버밍엄 시티는 중원 강화를 최우선으로 했다. 앞서 버밍엄 시티는 안드레 도젤을 임대 영입했다. 백승호 영입도 미드필드 보강 차원이다. 이제 백승호까지 합류하면 버밍엄 시티의 중원 전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버밍엄 시티는 이번 겨울에만 서른 명이 넘는 후보군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백승호가 낙점을 받았다. 모브레이 감독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백승호가 이적 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매체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모브레이 감독은 선덜랜드 AFC를 이끌 때에도 백승호를 원했던 열렬한 팬"이라고 전했다.
모브레이 감독은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한국 선수들과 연도 깊다. 셀틱에서는 기성용, 웨스트 브로미치에서는 김두현을 지도했었다. 모브레이 감독은 "이전에 한국 선수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 다들 열심히 하고, 경청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운 선수들이었다"며 "백승호의 합류도 기대된다. 우리가 정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버밍엄 현지 매체인 '버밍엄 메일'은 "최근 한국에서 잉글랜드로 향하는 선수들이 증가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황희찬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배준호는 스토크 시티에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한국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버밍엄 시티는 2부리그에 속해 있지만 역사가 깊은 구단이다. 1875년에 창단해 149년이 지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까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곧잘 활동했다. 그러나 2010-2011시즌 18위로 챔피언십으로 강등되면서 13년째 2부리그에 머물고 있다. 지금은 2부리그 생존도 걱정하는 단계다. 올 시즌도 8승 8무 12패 승점 32점으로 24개 팀 중 20위에 머물러 있다. 챔피언십은 22위부터 24위까지 3부리그로 강등된다. 백승호가 합류해 생존을 위해 힘을 발휘해야 한다. 유럽 빅리그는 아니지만 백승호가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기엔 최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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