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원 어쩌나…'큰손' 지원국 중 절반이 이탈
의혹 사실일 경우 지원 더 끊길 수도…조사 결과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일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서방 주요국이 줄줄이 기부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가자지구 구호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등 주요국이 잇달아 지원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유엔이 진행 중인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나머지 지원금의 행방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가자 최대 구호 단체인 UNRWA가 운영을 멈춘다면 가자 난민 수백만 명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UNRWA 주요 지원국 25개 중 지원금 지급 중단이나 보류를 선언한 국가는 총 12곳이다.
2022년 기준 UNRWA의 최대 기부국인 미국에 이어 독일, 일본,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 기부액 상위권 국가 중 절반이 기부 손길을 끊은 것이다.
제프리 캡 레이우엔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은 이날 CNN에 "(UNRWA에 대한) 의혹들이 너무나 심각해 지원을 중단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우리는 유엔과 UNRWA로부터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 혐의의 정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원한다"고 촉구했다.
유럽과 중동 등 일부 국가들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의혹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필수적인 지원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날 EU 보도자료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안토니오 구헤레스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에서 "EU는 가자지구의 최대 기부자 중 하나로서 필수적인 지원을 줄이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EU는 현재 확정된 것 외에 앞으로의 지원 여부는 의혹에 대한 UNRWA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스페인, 카타르 등 다른 주요 기부국도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지원금이 줄줄이 끊기면서 당장 UNRWA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가자지구 난민 수백만 명의 앞날도 위기에 처했다.
UNRWA에 따르면 현재 가자 주민 최대 200만명이 UNRWA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 중 UNRWA로부터 머물 곳과 음식, 의료 서비스까지 제공받고 있는 이들은 100만명에 달한다.
가자지구 난민 수할리아 노팔은 이날 CNN에 UNRWA에 대한 지원 중단은 난민들을 향한 '사형 선고'라며 지원을 계속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UNRWA가 운영하는 난민 수용소에서 지내고 있는 다른 주민 모하마드 알 카바즈는 이미 열악한 생활 환경을 가리키며 "지원을 중단한다면 이 사람들에게 뭐가 더 남겠느냐. 이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UNRWA 직원들의 하마스 연계 의혹은 이달 26일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의 성명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당시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하는 과정에서 UNRWA 직원 1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한 정보를 이스라엘로부터 받아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UNRWA는 해당 직원들을 즉각 해고했다며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체 조사 계획도 밝혔으나 논란을 가라앉히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직원들이 하마스 공습 당시 이스라엘 여성 납치에 가담했다는 등의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유엔은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가 있었더라도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활동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UNRWA는 앞선 성명에서 "자금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내달 말 이후로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UNRWA의 활동 지역 전역에서 진행하던 모든 구호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지원 중단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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