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밴드' 더로즈, 믿음·사랑 그리고 존중…"우리가 아닌 음악이 특별하죠"
韓 밴드 이례적 '빌보드 200' 진입…4월엔 코첼라 입성
팬덤 '블랙로즈'와 유대 관계도 주목…동명의 향수 출시하기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 '더 로즈(The Rose)'는 K팝이 무기를 하나 더 갖고 있다는 증거다.
'비틀스(The Beatles)'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브리티시 팝 기반의 음악으로, 아이돌 댄스음악에 쏠린 K팝 신(scene)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고 있다. 청량한 '레드', 애절한 '소리(sorry)', 감미로운 그루브의 '아이 돈트 유(I Don't Know You)'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작년 9월 발매한 두 번째 정규앨범 '듀얼(DUAL)'은 한국 밴드 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83위를 차지했다. 이 음반의 선공개 싱글 '백 투 미(Back To Me)'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공개 4개월 만에 2600만 뷰를 찍기도 했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로스앤젤레스 기아(KIA) 포럼 공연장 매진을 기록하는 등 18개 도시에서 7만장 이상의 티켓을 팔아치운 북미 투어 '던 투 더스크(DAWN TO DUSK)'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해외 굵직한 페스티벌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등이 출연한 '롤라팔루자 시카고 2023' 무대에 올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라이프 이스 뷰티풀(Life is Beautiful)',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등에서도 공연했다. 오는 4월엔 '에이티즈', '르세라핌'과 함께 미국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입성한다.
올해 데뷔 7주년을 맞이한 더로즈는 음악 신에 깜짝 등장한 팀이 아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교감해온 김우성(일렉기타·보컬) ,박도준(키보드·어쿠스틱기타·보컬), 이하준(드럼), 이재형(베이스)이 뭉친 이 밴드는 홍대 앞 버스킹을 시작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차곡차곡 실력과 인기를 쌓아왔다. 그 과정에서 팬덤 '블랙로즈'와 쌓인 유대감도 더로즈의 강점이다. 더로즈는 이를 계속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최근 팬덤 이름과 동명의 향수 '블랙 로즈' 공개도 예고했다.
현재 아시아 5개 도시 투어를 진행 중인 더로즈 멤버들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블랙로즈는 더로즈의 음악과 더로즈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로즈는 오는 2월4일 서울 광장동 예스24(YES24) 라이브 홀에서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일찌감치 매진된 17개 도시 유럽 투어를 앞두고 있다. 다음은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우선 코첼라 무대 입성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은 어떻습니까?
"버스킹부터 시작했던 더로즈를 생각하면 '멀리왔구나' 했어요. 작년에 해외 페스티벌을 많이 설 수 있었는데 무대에 올라가면 야외라 그런지 좀 더 많이 커진 버스킹 같이 느껴졌었어요. 이번 코첼라도 제일 큰 버스킹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시간 보내고 오려고요. 그리고 이게 정말 자연스럽게 열심히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좋은 기회라 더 값진 것 같습니다."(도준)
-일찌감치 미국 곳곳을 돌며 투어를 진행하셨는데요. 앞서 시카고를 비롯 남미·유럽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라이프 이즈 뷰티풀',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등 굵직한 축제에서 공연하셨는데 그런 여러분에게 코첼라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홍대에서 버스킹으로 밴드를 시작했던 저희에게 코첼라는 생소한 페스티벌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나 펜타포트 같은 국내 페스티벌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고 코첼라의 존재는 잘 몰랐었습니다. 지금 코첼라의 의미를 생각하면 '꿈만 같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우성)
-아무래도 축제 무대는 단독 콘서트 무대와 다르죠. 세트리스트 등을 짤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분위기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페스티벌에 오시는 분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순간을 즐기기 위해 오시고 콘서트와 다르게 저희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처음 듣는 음악이지만 이 순간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세트리스트를 짜려고 가장 많이 고민해요."(재형)
-혹시 이번 코첼라 라인업 중에서 가장 보고 싶은 뮤지션의 무대가 있다면요? 더로즈에게 가장 영감을 많이 준 뮤지션들은 누구입니까? 음악은 브릿팝의 자장이 많이 느껴지기는 하는데요.
"제가 코첼라에서 가장 보고 싶은 무대는 에이티즈의 무대입니다. 그리고 더로즈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뮤지션은 비틀스입니다."(우성)
-2019년께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쌓아올렸어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무려 178만명(1월30일 기준)에 달하는데요. K팝과는 다른 결로 한국 대중음악 신의 스펙트럼을 넒혀주고 있다고 봅니다. 미주, 유럽 투어를 모두 매진시켰는데 본인들의 인기가 높아진 걸 실감할 때는 언제입니까?
"투어 규모가 커지고 저희를 찾아주시는 팬분들도 많아지면서 공연할 때도 실감이 많이 나기도 하지만, 정규 1집 '힐(HEAL)'에서 팬분들 사연을 받아서 곡을 작곡한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정말 많은 팬 분들이 본인만의 꺼내기 힘든 사연들을 보내주셨는데, 그때도 '아 더로즈가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됐구나' 하고 느껴서 감사했습니다."(재형)
-한국 밴드 신은 항상 위기였어요. 최근엔 아이돌 위주의 K팝이 더욱 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졌죠. 더로즈가 밴드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멤버들은 현재 대한민국 밴드 신을 어떻게 봅니까. 더로즈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우리나라에서도 밴드 음악이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더로즈의 음악은 같은 메시지를 전달 하더라도 더로즈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하준)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컴퓨터로 모든 악기 연주가 가능한 시대에 밴드는 비효율적이라는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밴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완전 맞습니다 하하. 비효율의 끝을 달리고 있어서 진짜 힘들기도 해요 하하하… 악기 몇십 개, 장비 몇십 개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하고, 무겁고, 다 연결해서 소리를 내야하고, 밸런스도 맞춰야 하고, 네 명의 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어요. 그래도 이 사소할 수도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쌓였기 때문에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걸 감수하고도 아날로그적이며 따뜻하고 그 악기의 진짜 자연 진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저희들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매력에 빠져서요."(도준)
-밴드는 음악뿐 아니라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까지 공유해야 합니다. 더로즈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관이나 신념은 무엇인가요? 지인의 지인들이 뭉쳐서 팀이 만들어졌는데 의견 공유나 조율이 다른 팀들과 좀 다를 거 같습니다. 의견을 모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또 무엇인가요?
"믿음과 사랑이요.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존중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이것만큼은 제일 높게 사는 덕목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돼요. 다 돼요. 진짜요!"(도준)
-정규 2집 얘기를 하기엔 비교적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앨범으로 새 투어를 도시니까 같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앨범의 메시지를 거칠게 요약하면 양극의 끝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한 노래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모티브는 무엇이었습니까?
"결정적인 계기는 우리 인간은 단 하나로 설명하기 힘든 복합 유기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 만사는 음양의 조화로 이뤄져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에 대해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음악에 묻어나온 것 같습니다."(도준)
-밴드답게 다 같이 음악 작업을 합니다. 곡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전해주실 수 있나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멤버들 모두 곡을 쓰기 때문에 항상 다르지만, 대부분 간접적이거나 직접적인 경험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보통 한 명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함께 발전 시키는데, 각 멤버들이 잘하는 파트가 있기 때문에 상의하면서 서로 믿고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하준)
-영어로 곡 작업을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흐름이 자연스러워 훨씬 더 단순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직설적이며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흐름이 저희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도준)
-국내 밴드로는 드물게 '빌보드200'에 진입한 지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밴드에겐 어떤 힘을 줬나요?
"더로즈가 '빌보드200' 진입을 한 점이 사실 아직까지는 한국의 다른 밴드들에게 크게 힘이 되거나 보탬이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 밴드 신에도 보탬이 될 수 있게 더 노력하겠습니다."(우성)
-김우성 씨는 방탄소년단(BTS) 슈가 씨의 솔로 앨범 '디-데이(D-DAY)'에 실린 곡으로 일본 거장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소리가 녹아 있는 '스누즈(Snooze)'에 목소리를 보태기도 하셨는데요. 이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전해주실 수 있나요?
"의미있는 작업에 목소리를 보탤 수 있어서 감사하고, 독보적인 아티스트 두분과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 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어서 저의 심장이 꽉꽉 채워지는 경험이었습니다."(우성)
-네 멤버 음악 외에 모두 끼가 넘치시더라고요. 그걸 많은 팬들이 좋아해주시고요. 네 멤버에게 음악 외에 각자 중요한 게 있다면요. 팬덤 '블랙로즈'는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팬들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사람이 저한텐 가장 중요하단 걸 많이 배웠어요. 음악을 하면서 그리고 더로즈로서 앨범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팬분들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결국 그 앨범으로 제가 배우는 점도 정말 많았어요. 앨범을 만들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어려운데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줘서 감사하단 걸 많이 느끼게 되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블랙로즈와 더로즈는 항상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언제나 저희 곁에서 묵묵히 더로즈를 기다려주시고 음악과 공연 모든 걸 함께 즐겨주시는 부분에서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팬분들과 소통할 때 더 친근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서 '음악이 특별한 거지 더로즈가 특별한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런 특별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 우리 팬분들과 더욱 친근하고 더 즐겁게 소통하려 합니다◡̈"(재형)
"많은 팬분들이 저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랙로즈는 저희에게 치유가 되는 존재입니다. 팬들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메시지는 '우리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해서 더 특별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입니다. 저희는 음악의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고, 정말 특별한 것은 음악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고,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그 사람의 상황에 맞게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우성)
"옆집 형, 동생,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인드로 생각하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번 말하는 점이지만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고 특별함을 구분 짓기 보다는 우리의 음악이 그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을 하며 살고 있어요."(도준)
"음악 외에 저에게 중요한 건 행복과 평안함인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행복을 위해서인데, 누군가에게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위로받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음악의 가치고 우리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블랙로즈는 더로즈의 음악과 더로즈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소통할 때도 한 명의 같은 사람으로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하준)
-오는 2월4일 서울에서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이번 공연은 어떻게 꾸며지나요?
"예쁘고 멋지게 꾸며집니다. 진짜로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하준)
-올해는 17개 도시 유럽 투어 등이 예정돼 있는데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가요?
"항상 그래왔듯이 올해는 '더더욱 지금 현재를 만끽하기'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재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도준)
-앞으로 코첼라 외에 서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요? 밴드가 궁긍적으로 갖고 싶은 특권은 무엇입니까?
"저희가 앞으로 서고 싶은 무대는 web3 안에서 전 세계와 함께 할 수 있는 버추얼 리얼리티(VR) 무대 입니다. 저희의 머리 속에만 있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무대 디자인 등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우성)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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