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가처분 소송 대부분 기각, 오히려 득?…'강공' 명분 생겼다
FCP,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까지
[더팩트|윤정원 기자]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FCP)가 KT&G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처분 신청에서는 승기를 쥐지 못했지만, 전·현직 이사들에도 칼날을 겨누며 비판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 KT&G "비밀유지 의무조항…주주공동 이익 해칠 수 있어"
KT&G는 지난해 10월 FCP 측이 자사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를 허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대전지방법원이 이를 대부분 기각했다고 이달 25일 공시했다. KT&G는 "FCP 측에서 제기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 허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전부 기각됐다. 회계장부 등 열람허용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해외 수출 계약은 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고, 비밀유지 의무조항이 있어 주요 계약 내용이 공개될 경우 분쟁이 발생하는 등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FCP는 KT&G가 필립모리스(PMI)와의 해외 판매 계약을 기존 3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한 것을 두고 계약 내용과 해외 사업 수익성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2년 4분기부터 집행된 260억 원 컨설팅 수수료 내역 등에 대한 회계장부 및 서류,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등사를 요청했다. FCP는 수차례에 걸쳐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글로벌 시장에 자력으로 진출할 것으로 제안했지만, KT&G가 계약의 주요 조건에 대해 비밀 약정 조항을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FCP는 극히 제한된 범위의 일부 회계장부에 국한해서만 열람할 수 있게 됐다. FCP는 PMI가 KT&G의 경쟁사임에도 불구, KT&G의 전자담배 '릴'이 PMI 산하 브랜드인 '아이코스'의 한 상품군으로 묶여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데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다만 전체 등사가 이뤄지지 않게 됐음에도 일부 열람에 의의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FCP가 가처분 신청에서 패배를 맛본 것이 향후 이뤄질 주주총회에서 FCP의 강공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풀이도 내놓는다.
◆ FCP "전·현직 이사들, 자사주 활용 감시 소홀"
여기에 더해 FCP는 지난 10일 KT&G 전·현직 이사들이 회사의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1조 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KT&G 감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까지 보낸 상태다. 대상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내외 이사 21명, 소송액은 자사주 1085만주를 지난 9일 종가(주당 9만600원)로 환산한 9830억 원이다.
FCP는 KT&G 전·현직 사외이사들이 2001년부터 자사주 1085만 주를 KT&G의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거나 동참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재단이 받아갈 경우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FCP는 "민영진 전 KT&G 사장과 백복인 현 KT&G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KT&G 복지재단, KT&G 장학재단 등 각종 재단에 회사 주식을 공짜로 넘겨 주총 때마다 표를 몰아주고 있다"면서 "재단의 지분율은 무려 11%로 국민연금보다 높아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T&G 감사위원회는 FCP가 보낸 소 제기 청구서를 검토해 다음 달 10일까지 회사 차원에서 배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만일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FCP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KT&G는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 외유성 출장에 쪼개기 후원까지…KT&G "사내 규정 준용"
KT&G 전·현직 이사들이 매년 회삿돈 수천만 원을 들여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점도 FCP의 강공에 힘을 싣게 될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KT&G 사외이사들은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 2012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일주일가량 해외 출장을 갔다. KT&G는 사외이사들에게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고급 호텔 숙박료에 더해 별도 식대·교통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일부 사외이사들은 해당 자금으로 크루즈 유람선 관광을 하는 등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운용,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KT&G는 불법정치자금 지원이라는 부정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2017년 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1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휴대전화 메시지와 후원금 내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등도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됐다. 담배 관련 규제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단행한 조치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이다.
다만, KT&G는 외유성 출장과 불법정치자금 지원 등에 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KT&G는 "사외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현지 시장과 생산시설 방문, 해외 전문가 미팅, 신사업 후보군 고찰 등을 목적으로 해외법인뿐만 아니라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연 1회, 7일 이내로 해외 출장을 실시하고 있으며, 비용은 사내 규정을 준용한 1인 평균 68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뒤숭숭한 내외부 상황 속 KT&G의 주가는 올해 들어 8만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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