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핼러윈 참사 피해자에 재판 확정 전에도 배상금 지급”
정부가 ‘핼러윈 참사’ 피해자와 유족에게 관련 재판 확정 판결 전에 배상금을 미리 지급하고, 생활 안정 지원금과 의료비·간병비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지원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핼러윈 참사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겠다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직후 내놓은 대안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선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며 “우리 사회를 지금보다 더한 분열로 이끌어갈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10·29 참사 피해 지원 종합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추모에 온 힘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간병비 지원을 확대하고,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생활 안정 지원금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참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조기에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는 ‘치유 휴직’을 지원하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한다. 추모 시설도 마련된다. 지방자치단체 및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영구적인 추모 시설을 건립한다.
정부는 또 이태원 지역에 대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참사 구조·수습 활동 중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서도 지원 대책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10·29 참사 피해 지원 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종합 대책과 세부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선 “특조위가 법원의 영장 없이 동행명령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단순히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만으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는 대목도 있다”며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특조위원 11명을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을 추천해 구성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회 다수당이 특조위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특조위를 꾸리는 단계부터 재난의 정쟁화가 극심하게 벌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특조위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사법부와 행정부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2년간 특조위 인건비로만 96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일선 재난 관리 시스템 운영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고도 했다.
정부는 특조위의 추가 활동이 없어도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이 검·경 수사와 국정조사, 헌법재판소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등을 거치며 정상적으로 진행돼 왔고, 인파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역시 2023년 1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 대책’ 수립과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이미 시행 중”이라고 했다.
다음은 정부의 발표문 전문.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안녕하십니까? 국무조정실장 방기선입니다.
먼저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로 생명을 잃은 백쉰아홉 분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혈육을 잃고 고통스런 시간을 견디어 오셨을 유가족 분들, 그리고 이태원 참사로 몸과 마음을 다친 삼백 삼십분의 부상자 분들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지금도 많은 분들의 가슴에 무거운 슬픔으로 남아있습니다.
참사 직후 정부는 사고수습과 재발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국민께 약속드렸고, 이후 그 약속을 묵묵히 이행해왔습니다.
참사 초기 정부가 무엇보다 힘을 쏟은 작업은 참사의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는데 있었습니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여 5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하여 사건을 면밀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였습니다. 검찰 보강수사를 통해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한 23명이 기소되었고 그 중 6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정부가 원인 규명만큼이나 힘을 쏟은 또 다른 작업은 피해자 지원이었습니다. 정부는 이태원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하였으며, 전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였습니다. 장례기간 동안 대통령님을 필두로 여러 국무위원이 수차례 합동분향소와 사고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유가족마다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여 장례를 성심껏 지원하였습니다.
이어 행정안전부가 ‘10.29 참사 피해자 지원단’을 설치하여 유가족 지원 실무를 전담토록 하였습니다. 지원단은 치료비와 간병비 지원부터 2차 가해 방지와 의료비 연장 지원과 같은 유가족 요청사항 840여건을 처리하였습니다. 또한 생활이 곤란해지신 분들을 위해 생계비를 지원하고, 전국 14개 고용센터에 전담 창구를 열어 일자리를 찾는 분들을 도왔습니다.
정부는 이밖에도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현장 추모시설 조성을 지원하고,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참사현장에 부여하였습니다.
물론, 정부의 노력이, 소중한 혈육을 잃은 분들께 본질적인 위로가 되었으리라고는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자 충심으로 노력했다는 점만큼은 여기 계신 기자 여러분께, 또한 국민 여러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부가 섬세하고 성실하게 이번 참사의 수습에 임하고자 하였다는 점 역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통신사들과 협의해 유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혈육의 휴대전화 번호를 간직하실 수 있도록 조치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 기자님들 앞에서 정부가 취한 그간의 조치에 대해 이처럼 소상히 말씀드린 것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재의요구안과 관련해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간곡하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아시는 것처럼 이 법안은 지난 1월 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만약 이 법안에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면 정부가 누구보다 더 환영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법안은 헌법의 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첫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법원의 영장 없이 동행명령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만으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큽니다.
둘째, 특조위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공정성과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특조위원 11명을 뽑을 때 여당 4명, 야당 4명, 그리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하여 3명을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회 다수당이 특조위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이대로 시행된다면 특조위를 꾸리는 단계부터 재난의 정쟁화가 극심하게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셋째, 특조위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사법부와 행정부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참사의 책임소재 규명은 엄연히 사법부의 역할이고, 재난 전 과정의 적정성 조사는 행정부의 역할인데, 특조위가 그 모두를 포괄적으로 담당하겠다는 것은 과도합니다.
넷째, 이 법안의 주목적인 참사의 진상규명이 그동안 검경 수사와 국정조사, 헌재 탄핵심판 선고 등을 거치며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인파사고 재발방지 대책 역시 2023년 1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수립과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이미 시행중에 있습니다.
다섯째, 국회 예산처는 앞으로 2년간 특조위 인건비로만 96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일선 재난관리시스템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큽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부는 야당이 단독 처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근본적인 문제를 가진 법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오늘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의결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피해 구제와 지원에 중점을 둔 다른 법안도 발의되어 있는 만큼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여야 간에 충분히 논의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일관되게 ‘정쟁’ 대신 ‘실질’을 지향해 왔습니다. 그것이 정부의 변치 않는 충심입니다. 이제 정부는 더욱 낮은 자세로, 더욱 치열하게, 같은 목표를 추구해나가려 합니다.
그 첫걸음으로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하여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추모에 온 힘을 집중하겠습니다.
우선, 피해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하겠습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전이라도 신속하게 배상과 필요한 지원을 실시하겠습니다.
또한, 다양한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해,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더욱 세심하게 지속적으로 돕겠습니다. 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한 치유휴직도 지원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이태원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다양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고, 구조·수습활동 중 피해를 입은 분들도 두텁게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유가족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희생자들을 기릴 수 있는 추모시설도 건립하겠습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가칭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할 계획입니다.
유가족과 피해자 한분 한분에게 다시 한 번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부디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의 고민을 헤아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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