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악재 없고 임상순항에도, 마이크로바이옴 투톱 주가 부진...묘수는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이 일시적인게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우려스럽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업계나 개별 기업이 특별한 악재가 없음에도 투심이 악화되고 있어,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지놈앤컴퍼니(314130)와 고바이오랩(348150) 주가는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주가는 모두 1만원대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먼저 지놈앤컴퍼니 주가는 지난해 1월 2일 1만7150원으로 출발해, 4월 10일 2만 52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하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12월 28일 1만249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별다른 반등 없이 지난 25일 9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바이오랩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1월 2일 1만7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4월 10일 2만150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실제로 같은해 12월 28일 8510원으로 1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5일 9530원에 머무는 등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이끌어가는 두 기업의 주가 부진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리바이오타(미국 리바이오틱스·스위스 페링제약 공동개발)와 보우스트(미국 세레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불확실성을 지웠다. 관련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54.8% 성장해 15억6530만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임상 개발 수준, 악재 없지만...성과가 발목 잡았다?
그렇다고 지놈앤컴퍼니와 고바이오랩이 개별적인 악재로 주가가 하락한 것도 아니다. 특히 임상 개발 진행 속도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중에서도 상당히 빠른 편이고 순항 중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위암과 담도암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GEN-001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고바이오랩은 건선 치료제 KBL697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및 아토피 치료제는 셀트리온(068270)과 공동개발 중이다.
특히 지놈앤컴퍼니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최초로 항암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가능성을 입증해 주목받았다. GEN-001과 바벤시오 병용 임상 2상에서 당초 기대(객관적 반응률 11.9%)를 뛰어넘는 객관적 반응률 16.7%를 기록했다. 기존 면역항암제 투여 받았거나 불응한 환자군에서도 객관적 반응률이 37.5%에 달했다. 항암제 분야에서 이런 효능을 입증한 것은 지놈앤컴퍼니가 처음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발표한 19일 지놈앤컴퍼니 주가는 전일(1만2930원) 대비 1660원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놈앤컴퍼니는 물론 마이크로바이옴 업계에서는 별다른 악재가 없고, 임상이 문제없이 진행 중인데, 주가가 계속 해서 하락하는 것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놈앤컴퍼니도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주가 하락 사유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 본 결과 외국인 매도로 인한 수급 이슈 외에는 어떠한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위암 대상 임상 2상 컷오프 데이터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위암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첫 번째 임상 연구라는 점과 기존 PD-L1 계열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충분히 긍정적인 데이터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과 제약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의 성과가 없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지놈앤컴퍼니와 고바이오랩 등 국내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이 상장 후 보여준 성과가 없는 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개발(BD) 성과가 필요하다. 성과가 없다면 (반전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임상 결과가 크게 좋지 않은 것도 주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지목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허가받은 치료제가 나왔지만, 허가받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전 설명이 어렵고. 진행된 임상 결과가 크게 좋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케다제약은 2018년 6억9000만 달러에 도입한 프랑스 엔티롬사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크론병) 임상 2상을 중단했다. 미국 핀치 테라퓨틱스는 CDI 치료제 임상 3상을 중단했다. 구글과 셀진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미국 이벨로 바이오사이언스는 아토피, 건선 치료제 임상에서 연거푸 실패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업계는 반박, 시장 성숙화 과정-기술이전 논의도 시작
반면 마이크로바이옴 업계는 시장의 지적에 대해 치료제 개발 초기 단계임을 강조하면서, 허가받은 치료제 외 또 다른 치료제 임상 3상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ADC 같은 신규 모달리티와 비슷하게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금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포함, 바이오 시장 회복이 더딘 상황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과거 ADC(항체약물 접합체) 등과 같이 신규 모달리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치료제로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로바이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프랑스 마트파마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급성 이식편대숙주 치료제 임상 3상 중간결과를 분석,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또 세레스가 개발해 허가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보우스트도 출시된 후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놈앤컴퍼니는 위암 임상 2상 최종데이터를 확보 후 기술이전을 위해 파트너사인 독일머크를 포함, PD-L1 계열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와 딜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기초 연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출시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모멘텀도 여전히 살아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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