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2번 만남에 '김건희 사과' 줄줄이 말바꾸는 국민의힘

"'왜 받았나' 정서 있다", "사과해야" → "친북세력의 정부 흔들기", "당이 말할 일 아냐"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김건희 리스크' 해소 방안 관련 입장을 줄줄이 바꾸고 있다. 특히 사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차례 만남을 가지며 '김건희 리스크' 대응,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출마 등과 관련한 갈등을 봉합한 여파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3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는 이미 몰카 공작이라는 부분에 대해 (당정이) 공히 인식을 같이 한다"며 "최재영 목사라는 분이 정말로 친북활동을 하고 북한에 직접 방문하는 사진까지 공개되는 과정을 보면서 친북세력의 윤석열 정부 흔들기 공작이라는 것이 명백해지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조만간 '김건희 리스크' 관련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 되지 않겠나"라며 "이 정도면 굉장히 치밀한 공작의 모습을 보였는데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갖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과정과 결과를 다 같이 언급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유 의원은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그거(명품 백) 왜 받았냐라고 말한다면 그런 논란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사과를 가야 될 정도의 문제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한 위원장이 이야기한 대로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문제는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당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그는 "그 과정 자체가 국민들이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그것을 하든 안 하든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다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부분은 지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의혹이라 그럴까. 좀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또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두 의원의 입장은 앞서 내놨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유 의원은 지난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도 "그렇더라도 '왜 받았나'라는 정서가 있는 것은 맞다"며 윤 대통령이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경우 "국민적 감정이 있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분명히 하실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이 의원도 지난 1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몰카 공작이 이뤄진 과정을 다 알지만, 알면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죄송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내가 앞으로 더 잘하겠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겠다'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그냥 깔끔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것이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명품 백 수수 의혹' 사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은 두 의원만이 아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라면서도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의 위원장직 사퇴 요구 거부, 윤 대통령과의 서천 시장 회동을 거친 뒤인 지난 25일에는 "제가 (김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태도 변화를 보였다.

지난 8일 여권 지도부 중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처음 공개 주장해 당정 갈등을 촉발했던 김 비대위원도 서천 시장 회동 이틀 뒤 열린 지난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더 이상 밝혀질 게 없다"며 김 전 대표를 옹호했다.

경기 수원정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지난 18일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김건희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시고, 만약에 선물이 보존돼 있으면 준 사람에게 돌려주시고 국민들에게 사과하시고, 이렇게 하면 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나"라고 했지만,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사건의 내용을 알면 알수록 이게 덫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 더 많이 든다"고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