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법으로 제도화한다…CT 등 환자정보 공유도 확대
윤 대통령 "비대면 진료 제한, 시대에 역행"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오진송 기자 =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비대면 진료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한다.
다가온 설 연휴(2월 9∼12일)를 포함해 앞으로는 누구나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 환자 본인의 진료 정보를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제도를 개선한다.
정부는 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안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팬데믹이 끝나면서 비대면 진료가 많이 제한되고 있다. 원격 약품 배송이 제한되는 등 불편과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법과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의료법을 개정해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작년 12월부터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보완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휴일이나 야간(오후 6시 이후부터)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했다.
전체 250개 시군구의 39.2%를 차지하는 응급의료 취약지(98곳)에 있는 환자 역시 종전에 진료받은 경험이 없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속해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개선하는 한편, 국민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도화할 방침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작년 12월 중순 비대면 진료 보완 방안을 시행한 후 12월에만 진료 이용이 4배가량 늘었다"며 "육아 중인 맞벌이 부모님들을 만나 보니 휴일이나 야간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 의약품에 대한 약사들의 조제 거부에 대해서는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약국이 전체의 36% 정도 된다"며 "약국에서 처방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약사단체 등과 협조해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약국에서는 비대면 진료 지침에 어긋나거나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약을 조제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개인 건강정보의 자유로운 활용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진료정보 교류 시스템' 연계 의료기관을 작년 8천605곳에서 올해 9천400곳으로 9.3% 늘리기로 했다. 이 경우 전체 의료기관의 24%가 정보 교류에 참여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면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각종 진료기록과 CT 등 영상 정보를 종이나 CD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끼리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영상판독 소견서 등 표준 서식이 약 70만건 교류됐고, 영상 정보는 약 38만건 공유됐다.
지난해 9월 가동한 의료데이터 중계 플랫폼 '건강정보 고속도로' 참여 의료기관도 종전 860곳(상급 종합병원 9곳, 종합병원 13곳, 병의원 838곳)에서 올해 1천3곳으로 늘린다.
2026년까지는 활용 가치가 높은 의료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대형병원 전체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료 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전송하거나, 직접 내려받아 활용하는 대표적인 의료 데이터 서비스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이 필요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나의건강기록 앱'을 내려받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현재 약 20만명이 이를 활용 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환자 안전과 편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보건의료 데이터 투자 강화와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등을 통해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데이터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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