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만의 변화…부동산 등기할 때 인감증명서 안 떼도 된다
상당수 부동산 등기용·부동산담보대출용
자동차 매도 때는 간편인증으로 대체
공공 서비스 받을 때 주민등록 등·초본 제출 대폭 축소
인감증명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10년 만에 큰 변화를 맞는다. 내년 1월부터는 집을 사고 판 뒤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등기관이 전산망으로 인감대장정보를 확인해 처리하게 된다.
정부는 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7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국민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행정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민원·공공서비스를 신청할 때 구비서류가 필요 없도록 ‘제로(0)화’하고, 본인 의사 확인 수단인 인감증명제도를 개선하는 디지털행정서비스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연말까지 420여개 서비스를 시작으로 3년간 총 1500여개 행정 서비스 구비 서류를 완전히 디지털화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이리 저리 뛰고 각종 증빙 서류들을 준비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필요한 업무를 신청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입된 지 이제 110년이 지난 인감증명을 디지털 인감으로 대폭 전환시킬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등기 때 인감대장 정보 열람 동의만 해주면 전산으로 확인
인감증명 제도는 100년 넘게 본인 의사 확인 수단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조선에서 일본인의 경제 활동을 합법적으로 보호할 목적으로 1914년 ‘인감증명규칙’을 반포하며 인감이 도입됐다. 인감 제도는 한국과 일본, 대만에만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그 전에도 도장은 사용됐으나, 임금이 사용한 국새(國璽)나 행정기관이 쓴 관인(官印)을 제외하면 공적인 역할이 없었다. 개인이 사용한 사인(私印)의 용도는 서화 낙관(落款)이나 서적 장서인(藏書印) 정도에 그쳤다.
인감증명 제도는 올해로 110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국민이 인감을 제작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인감증명서 발급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4142만명의 인감이 등록돼 있다.
인감증명서 용도는 부동산 거래와 부동산 담보 대출 등 은행 거래 목적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이전 등록 때 양도인 거래 의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지난해 발급된 인감증명서(2984만통) 중 부동산 매도용이 134만통으로 4.5%이고, 자동차 매도용은 134만통으로 6.1%다 부동산 등기용·금융기관 제출용·온라인 발급 등 일반용은 총 2668만통(89.4%) 발급됐다.
행정안전부와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8월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감정보시스템·미래등기시스템을 연계해 인감대장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미래등기시스템은 모바일로 등기 관련 업무를 신청하거나 지역에 관계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가 추진하는 등기 시스템 전면 재구축 사업이다. 2020년 7월 시작됐고, 내년 1월 마무리된다. 행안부는 법원행정처에 인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감대장 정보를 제공한다.
인감정보시스템과 미래등기시스템이 연계되면서 내년 1월부터는 부동산 등기를 할 때 법원 등기관이 인감대장 정보를 열람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이 주민센터에 방문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등기소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없어진다. 등기관이 인감대장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만 해주면 된다.
정부는 일반용 인감증명서 중 재산권과 관련이 높은 부동산 등기용, 금융기관 제출용을 제외한 용도는 올해 9월부터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 온라인 이전 등록을 할 때에는 내년 1월부터 간편인증으로 인감증명서를 대체한다.
불필요한 인감증명 사무도 정비한다. 관행적으로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인감증명이 꼭 필요하다면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한다. 현재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사무는 총 2608건인데, 이 중 2145건(82%)를 없애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
◇민원·공공 서비스 신청 때 제출 서류 30% 디지털 대체하면 비용 1.2조 절감
국민이 민원·공공 서비스를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대폭 줄인다. 정부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다시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이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공유를 막는 칸막이를 허문다. 이 방법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1498종의 민원·공공 서비스를 관공서 구비 서류 없이 신청하도록 개선한다.
먼저 오는 4월에 국민 체감도가 높은 100종의 민원·공공 서비스를 대상으로 제로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난임 부부가 시술비 지원(연간 30만건)을 신청할 때 필요한 주민등록표 등·초본,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 등 4종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또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이 예방접종비를 지원(연간 10만건) 받을 때 필요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장애인증명서 등 4종의 서류도 필요 없어진다.
올해 말까지는 고용장려금 등 321종 서비스에도 추가 적용된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이 고용장려금(연간 200만건)을 신청하거나 지자체, 공항 등의 공영주차장 주차료 할인(연간 1000만 건) 등을 신청할 때 필요한 관공서 발급 서류도 필요 없게 된다. 현재 고용장려금을 신청하려면 주민등록표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납세증명서 등 6종이, 공영주차장 주차료 할인을 신청하려면 주민등록표 등‧초본, 자동차등록원부 등 6종이 필요하다.
국민이 매년 발급하는 민원증명서류는 7억건 이상이다. ‘구비 서류 제로화’로 이 중에서 30%를 디지털로 대체하면 사회적 비용을 연간 약 1조200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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