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아줌마” 아소 발언에 뒤집힌 일본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아소 다로 부총재가 여성 장관을 향해 시대 착오적인 ‘외모 평가’ 발언을 내놔 정계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열악한 일본의 성평등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소 부총재는 지난 28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보여준 외교 능력을 평가하던 중 “그리 아름다운 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영어도 제대로 해 외교관의 도움도 받지 않고 만나야 할 사람과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타가 자라고 있다”며 “‘이 아줌마 잘하네’라고도 생각했다”는 발언도 내놨다. 아소 부총재는 강연 도중 가미카와 외무상의 이름도 ‘가미무라’라고 몇 차례나 틀리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소 부총재의 이날 발언은 가미카와 외무상을 호평하는 취지였으며, 외무상 본인 역시 “옛날에는 더 심한 말을 들었다”며 자제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나 ‘아줌마’ 등의 발언이 나왔기에 이에 대한 반발은 커졌다. 다나카 토코 도쿄대 교수는 “여성의 미덕은 외모나 젊음에 있다는 편견에 따른 발언”이라며 “남성 정치인을 향해서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날 아소 부총재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가 집권여당의 계파 수장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맹공했다. 심지어 자민당 내에서도 “이번 발언은 루키즘(외모지상주의)이나 에이지즘(연령차별) 그 자체”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지방의회를 포함한 일본 정치판에서 루키즘이나 에이지즘에 입각한 부적절한 발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논란이 일본 정치의 성평등 현실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가별 성평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갭(성 격차) 지수’에서 일본은 정치 분야 젠더갭이 146개국중 138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2008~2009년 총리를 지낸 아소 부총재는 물의를 빚는 발언을 자주 해 일본에서 ‘망언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일 교류의 어려움을 얘기하며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5년 임기를 마치면 대부분 살해되거나 체포된다”고 말해 한국 정부의 반발을 불렀다.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연기·취소 가능성이 거론되자 ‘저주받은 올림픽’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운 적도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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