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1위가 ‘잔디 먹방’에 사라졌다…최대 4경기에서 득점왕이 바뀔까?
카타르 도하를 뜨겁게 달구는 아시안컵에선 인구에 회자될 이변이 나왔다. 이라크가 지난 29일 요르단과 16강전에서 2-1로 앞서다가 2-3으로 역전패한 것이다. 이라크는 조별리그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을 꺾고 D조 1위로 16강에 오른 반면 요르단은 E조에서 3위로 막차를 탄 터라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 장치도 있었다. 이라크의 아이멘 후세인(28·알쿠와 알자위야)이 후반 31분 2-1 역전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옐로 카드(경고)를 받았다. 그는 관중석 앞을 질주한 뒤 주저앉아 잔디를 세 차례 입에 넣는 시늉을 했는데, 과도한 시간 지연과 함께 상대를 도발한 행위가 겹치면서 경고 누적으로 쫓겨났다.
후세인이 앞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요르단의 도시락 세리머니를 흉내낸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 경기 규칙 12 ‘반칙과 불법행위’에 따르면 골 세리머니가 ‘도발, 조롱, 선동적인 제스처 또는 행동을 한 경우’에 경고를 줄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은 “아시안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골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를 퇴장시키면 안 된다. 똑같은 세리머니를 펼친 요르단은 아무런 경고를 받지 않았느냐”고 항의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퇴장은 이라크의 운명만 바꾼 게 아니다. 아시안컵 득점왕 판도도 흔들고 있다. 후세인의 이 득점은 이번 대회 6호골. 그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치고 팀도 8강에 올라갔다면 득점왕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 탈락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실제로 30일 카타르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16강전에서 후세인 추격전에 불을 붙인 선수가 나타났다. 개최국 카타르가 자랑하는 스타 아크람 아피프(알사드)였다. 아피프는 후반 4분 팀 동료인 알모에즈 알리(알두하일)가 얻어낸 페널티킥(PK)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4호골을 신고했다.
아피프의 득점으로 카타르가 2-1 역전승으로 8강에 올랐기에 남은 3경기(8강·4강·결승)에서 2골만 더한다면 공동 득점왕, 3골은 단독 득점왕을 기대할 수 있다. 아피프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 어시스트 11개(1위)로 알리의 아시안컵 역대 최다골 득점왕(9골)을 도왔으나 이번 대회는 정반대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개막 전부터 나란히 우승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한국과 일본도 후세인의 득점왕을 저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조윤옥(1960년 4골)과 박이천(1972년 5골), 최순호(1980년 7골), 이태호(1988년 3골), 이동국(2000년 6골), 구자철(2011년 5골)에 이어 한국의 아시안컵 득점왕 계보를 이을 후보다. 일본의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 역시 3골을 기록해 다카하라 나오히로(2007년 4골)에 이어 일본의 두 번째 아시안컵 득점왕을 기대받고 있다. 이강인은 득점왕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PK 득점이 없어 동료들의 지원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주장인 손흥민(토트넘)이 PK키커를 전담해 2골을 기록하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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