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시스템 정상 작동했는데...미군은 왜 자폭드론에 당했나
미군 정찰 드론도 귀환 중
아군 드론으로 오인해 대응 못해
親이란 민병대가 귀환 시간 파악 가능성
지난 28일 일요일 이른 시간, 미군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친(親)이란계 민병대의 자폭 드론이 요르단 북서쪽에 위치한 미군 보급기지 ‘타워(Tower) 22’를 공격했던 같은 시간에, 이 기지에서 띄운 미군의 정찰 드론도 타워 22로 귀환하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 때문에 타워 22 기지의 대공(對空) 방어시스템이 적 드론을 미군 정찰 드론으로 오인하고 즉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고, 두 신문은 전했다.
비슷한 시간에, 타워 22와 가까운 시리아 남동부의 미군 기지 두 곳을 공격한 2기의 드론은 격추됐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미 정보분석가들은 타워 22에서 띄우는 정찰 드론이 일정 시간에 이륙하고 복귀해, 인근 시리아와 이라크에 위치한 친이란계 민병대 세력이 예상되는 미 정찰 드론의 이착륙 시간에 맞춰 공격 드론을 띄웠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군의 대공 시스템이 왜 적 드론을 놓쳤는지에 대해선 계속 의문이 남는다. 기지로 귀환하는 미군 드론은 적과 구별돼 ‘아군’으로 자동 인식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공격을 받을 당시 이 기지의 대공 방어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전직 미군 정보관리는 이 신문에 “만약 미군 정찰 드론의 비행 패턴을 모방할 수 있을 정도라면, 이는 적이 상당한 수준의 신호 정보를 포착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는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작년 10월 이후 160여 차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한 이들 민병대가 이란과 같은 국가로부터 ‘정보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
미국 씽크탱크인 근동정책 워싱턴 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WSJ에 “이란계 민병대는 미군 방어망을 우회하기 위해 종종 미군 드론의 항로에 가깝게 드론을 작동시키며, 이라크의 아르빌과 바그다드와 같이 미군 병력이 있는 기지를 공격할 때에는 이들 기지에 착륙하는 민항기의 착륙 경로를 따라 드론을 날린다”고 말했다.
미군은 공식적으로는 이라크에 약 2500명, 시리아에 900~1000명의 미군을 배치하고 있으며, 이밖에 공개되지 않은 병력이 이 지역에 존재한다. 두 국가에 아직 남아있는 이슬람테러집단 ‘이슬라믹 스테이트(IS)’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군 및 시리아의 반정부 민병대 세력을 훈련하고 함께 작전을 펴는 것이 주임무다.
자폭 드론이 강타한 타워 22는 인근 시리아의 알 탄프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비롯해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 병력에 물자를 운송하는 보급 허브(hub)다. 그러나 타워 22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친이란계 민병대와 테러집단의 중동 지역 미군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자폭 드론의 타격은 정밀했다. 타워 22에는 미군 350명 외에 요르단군 병력이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드론은 새벽녘에 대부분의 미군이 자고 있던 병영 주거 공간만 정확히 타격했다. 뉴욕타임스는 화물용 컨테이너보다 약간 큰 알루미늄 박스 형태인 미군 생활 공간을 노렸다고 전했다. 공병부대 소속 연방예비군인 3명이 숨진 것 외에도, 40명 이상의 미군이 다쳐 일부는 이라크와 독일로 후송됐다.
한편,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친이란계 민병대 세력들을 아우르는 조직인 ‘이슬람 저항군(Islamic Resistance)’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으로, 지난 23일 미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작년 11월 이후 미군이 사용하는 이라크 서부의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미군에 대해 로켓과 자폭 드론 공격을 지속했으며, 미군은 23일 새벽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본부와 무기고, 자폭드론 조종 훈련시설 등 두 기지를 파괴한 바 있다.
미국은 이번 ‘이슬람 저항군’의 자폭 드론 공격이 이란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28일 “우리는 이란이 이들 그룹을 지원해, 물자를 공급하고 훈련을 시키고, 미군에 대한 공격을 만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해 명령을 내리고 지시했는지는 정보분석가들이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산가격에도 못미치는 삼성전자 주가, 언제 회복하나
- ‘8억 뜯긴’ 김준수 “당당하다... 잘못한 거 없어” 입장 밝혀
- 현직 강남경찰서 강력계 간부, 음주운전하다 교통사고
- 신진서, 커제에 반집승… 삼성화재배 8강 중 7명이 중국
- 풀무원, 3분기 실적 사상 최대치…영업이익은 전년비 50%넘게 올라
- 이재명 '의원직 상실형' 선고에도…검찰 “항소 검토”
-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 주윤발 “허벅지에 있는 혹, 종양 아냐”...건강 이상설 반박
- “그물에 美 핵잠수함이 걸렸어요!” 노르웨이 선박이 받은 다급한 호출
- 31살 어린 상대 도발에…타이슨, 핵주먹 대신 ‘불따귀’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