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스트 이어 미래에셋도…증권사, 자사주 매입 나선 속내
단기적 주가 상승 효과 '탁월'
지난해 실적 악화 전망 앞두고 '주주 달래기' 시각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예상과 달리 1월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고, 증권업계도 지난해 실적 악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수백 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러시를 이어가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5일 7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보통주 1000만 주와 2우선주 50만 주로 각각 유통 주식의 2.2%, 0.4%에 해당한다.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3년간 적용될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현재 검토 중이며, 앞으로도 주주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효과는 굉장했다. 지난 18일 장중 6400원까지 내린 주가는 자사주 매입 발표 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70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공시 이후부터 29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20.31%다. 30일 장에서도 장 초반 3%대 상승을 이어가면서 52주 신고가 경신일을 29일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주가 상승세는 자사주 매입 기간 마감일(4월 25일)까지 3개월이 남았으나 장내 매수를 통해 700억 원대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향후 3년간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친다는 미래에셋그룹의 의지도 반영되면서 투자가 선행된 모양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실적 전망치는 암울하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114억 원 손실)은 적자 전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57.94% 내린 728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6858억 원, 당기순이익은 45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92%, 30.84%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부터 2년 연속 '1조 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지키면서 '리딩 증권사'의 존재감을 과시하던 과거가 무색할 만한 실적이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실적 악화 전망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업계 화두가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손실과 글로벌 부동산 분야의 수익성 악화, 소매 부문에서 성과를 비교적 냈음에도 자산관리(WM)나 기업금융(IB) 부문의 침체 등이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질 시장 충격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미리 줄이고,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투자자나 주주들의 신뢰를 유지 또는 개선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보다 이틀 앞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째 3000원대 주가에서 횡보하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3일 64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발표 후 4300원대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책이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주가 방어의 수단을 넘어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리기까지 했으니 향후 다시 가격 조정을 받을 확률도 높다.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영구적 배당 효과를 내는 자사주 소각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시장이 조정 국면일 때 주로 단행된다. 1월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자사주 매입 기간 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급을 받히면서 하방 압력을 방어할 수 있어서다"면서도 "투자자로서는 이번 주가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영구적 배당 효과를 내는 자사주 소각도 대안이다. 정부가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에 민감하고 상장사의 주주환원책이나 배당 성향 제고 등에 관심을 높게 둔 만큼 연이은 자사주 매입이 이어질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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