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타서 지도자로…김진서 코치 "제자들은 후회 없길"

김희준 기자 2024. 1. 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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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코치와 김현겸·신지아 등 지도
[강릉=뉴시스] 김희준 기자 = 피겨스케이팅 지현정 코치(사진 왼쪽)와 김진서 코치. 2024.01.29jinxijun@newsis.com

[강릉=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김현겸(한광고)이 금메달을 따자, 김진서 코치는 눈물을 흘렸다.

"선수 때는 기뻐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눈물을 흘려도 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쁨의 눈물이 자꾸 난다. 선수들을 가르치며 추억이 쌓이다 보니 이들이 성과를 이뤘을 때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 김 코치의 말이다.

김 코치는 차준환(고려대) 등장 이전에 이준형과 함께 한국 피겨 남자 싱글을 양분하던 스타였다.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에 피겨를 시작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남자 싱글 간판으로 급부상했다.

김 코치는 2014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202.80점을 받아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대회에서 200점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014~2015시즌에는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최초로 ISU 시니어 그랑프리에 초청을 받았다.

또 2016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10위를 차지해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2019년 1월 선수 은퇴를 결심한 김 코치는 이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피겨 스타를 여럿 지도하고 있는 지현정 코치와 함께 일하고 있다.

김 코치는 지 코치와 함께 일하면서 김현겸 뿐 아니라 한국 피겨 여자 싱글 차세대 스타인 신지아(영동중), '쌍둥이 국가대표' 김유성, 김유재(이상 평촌중) 등을 지도하고 있다.

현역 시절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던 김 코치는 비록 동계청소년올림픽이지만, 제자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격했다.

김 코치는 "김현겸은 선수 시절에도 연기력이나 표현력이 좋아서 눈여겨봤던 후배다. 지도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했다"며 "김현겸은 가르칠 때 100%를 하라고 하면 120%를 해냈던 선수다.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현겸은 정말 재능이 있는 선수다. 예상보다 4회전 점프를 빨리 익혔다. 절실함을 가지고 늘 예상을 깨는 선수"라며 "트리플 악셀을 뛰고 나면 3회전 점프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김현겸은 그런 일이 없었다. 프로그램에 4회전 점프 개수를 늘려도 금방 익혔다"고 전했다.

지 코치, 김 코치의 지도를 받는 피겨 꿈나무들은 성장세를 자랑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코치는 "지 코치님이 믿고 맡겨주신 덕분이다. 호흡이 잘 맞고 있는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김 코치는 선수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데 무척 신경을 쓴다. 자신이 선수 시절 고충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10대 후반 시절 편하게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에게도, 코치님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었다"며 "그래서 지도자로 일하게 되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선수 시절 후회할 일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본 김 코치는 "제가 가르치는 선수들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 올림픽 무대와 유독 연이 없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한국은 남자 싱글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코치는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는데 커다란 압박감 속에 출전권 확보에 실패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에 한 장의 남자 싱글 출전권이 주어졌지만, 김 코치의 몫은 아니었다. 대표 선발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당시 샛별로 떠오르던 차준환에 출전권을 내줬다.

김 코치는 이제 제자와 함께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꿈을 꾼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선발전을 겪으면서 올림픽 출전은 하늘이 주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자와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바람 중 하나다. 가르치는 선수들이 잘하고, 노력하는 만큼 성장해 올림픽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 제자들이 올림픽을 준비할 때 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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