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았나?" 질문에 대꾸도 없었다 '묵묵부답'…'영장실질심사' 김종국 前 감독-장정석 단장, 서울중앙지법 출석 [MD서초동]
[마이데일리 = 서초동 박승환 기자]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묵묵부답'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섰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의 물음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정석 전 단장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박동원(現 LG 트윈스)과 연장 계약 협상 과정에서 소위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역 단장이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한 충격적인 사실은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둔 가운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장정석 전 단장은 '농담조'로 건넨 이야기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박동원에게 돈을 송금하는 방법 등을 꽤 구체적으로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KIA는 장정석 단장을 즉시 해임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검찰이 지난해 11월 30일 장정석 전 단장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범죄 정황들이 발견됐다. 장정석 전 단장이 한 커피 업체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받은 것이었다. 해당 업체가 장정석 전 단장에 돈을 건넸던 이유는 구단과의 후원 협약 등을 도와달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기에 김종국 전 감독도 연루가 된 것이었다.
김종국 전 감독의 경우 장정석 전 단장보다 더 큰 금액인 1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25일 김종국 전 감독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고, KIA는 뒤늦게 '제보'를 통해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것을 인지, 27일 김종국 전 감독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해당 자리에서 김종국 전 감독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김종국 전 감독은 구단과 면담에서 최근 불거진 독립리그 비리에 대해서는 일절 관계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힘과 동시에 검찰에게 조사를 받은 사안에 대해서는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KIA는 김종국 전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령탑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지난 27일 김종국 전 감독의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KIA는 지난 27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며 "KIA는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KIA는 일단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았고,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도 한차례에 그쳤던 만큼 직무를 정지했지만, 사령탑의 거취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대신 직무 정지로 인해 공석이 된 사령탑의 역할을 진갑용 수석 코치에게 맡겼다. KIA는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29일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에 대해 KBO의 수사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지난 24일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을 밝힌 까닭이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을 의미한다.
검찰 측이 김종국 전 감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게 되면서 KIA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결국 KIA는 29일 오후 5시가 훌쩍 넘긴 시각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KIA는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지만, KIA도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장정석 단장이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김종국 전 감독 또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가운데 고개를 숙였다. KIA는 김종국 전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한 직후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KIA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30일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감독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장정석 전 단장. 장정석 전 단장은 오전 9시 56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섰고, 취재진의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음 혐의를 인정하느냐', '받은 돈을 김종국 감독과 나눠가진 사실이 있나',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것을 인정하는가', '팬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김종국 전 감독은 장정석 전 단장보다 조금 늦게 나타냈다. 오전 10시 3분에 모습을 드러낸 김종국 전 감독은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구단에 알리지 않았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묵묵부답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했다.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되며, 늦어도 이날 오후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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