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로 경마장 가는 길? 이준석은 유리한 통계만 골라 썼다

이승준 기자 2024. 1. 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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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지하철 무임승하차 통계 살펴보니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CBS 유튜브 갈무리

“(…)그래서 지금 전통시장 상인들 같은 경우에는 어르신들은 그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 때문에 결국 상권 자체도 지금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가져가시는 경우도 있고 여러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고 한 가지 통계만 제시할게요.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에서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어딘지 아십니까?(어딥니까?) 경마장역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 받아들여질지 한번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26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 26일 ‘65살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이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했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 구조가 변화한 상황에서 지하철 무임승차는 지하철 적자와 노인 복지 등의 관점에서 충분히 토론해야 할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토론은 다양한 쟁점을 짚으며 비교적 잘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마무리 발언 기회를 줬을 때 이 대표는 갑자기 ‘경마장역 무임승차 비율’을 언급합니다. (현재 수도권 전철 4호선(과천선)에는 경마장역은 없습니다. 2000년 ‘경마공원역’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저는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 받아들여질지 한번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과 함께요. ‘노인들이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하며 경마장에 자주 간다’는 주장을 에둘러 하려 한 것 같습니다.

무임승차 데이터로 경마장에 가는지, 경마공원에 가는지, 아니면 그 주변에 가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노인들이 경마장에 가더라도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 이 대표의 주장은 논리적 허점이 많습니다. 특히 문제는 라디오 토론에서 “경험이나 이런 것에 기반한 토론보다는 실제 데이터를 놓고 저희가 얘기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한 이 대표가 오히려 데이터를 취사선택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있습니다.

4호선 1위는 경마공원역…전체노선에선 18위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인 ‘서울시 지하철 호선별 역별 유·무임 승하차 인원 정보’에서 최신 통계인 지난해 12월 무임승하차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경마공원역은 무임승하차 비율이 43.2%로 이 대표의 말대로 4호선에는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전체 지하철역에서 경마공원역의 무임승하차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무임승하차 비율만 따지면 경원선 연천역(66.4%), 경원선 소요산역(64.7%), 1호선 제기동역(53.9%) 경원선 도봉산역(48.5%) 등 경마공원역보다 무임승하자 비율이 높은 곳은 17개 역이 있습니다. 4호선에서 경마공원역 말고도 대공원역(32.3%), 동작(현충원)역(31.2%)도 무임승하차 비율이 높습니다.

무임승하차인원은 경부선 영등포역(61만3881명)을 제외하고 지하철만 따지면 1호선 종로3가역이 59만7539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으로 1호선 청량리(서울시립대입구)역(55만1056명), 1호선 제기동역(52만8278명), 3호선 연신내역(51만7114명) 등의 순입니다. 무임승하차인원만 따지면 경마공원역은 18만1945명으로 100위권 밖입니다. 데이터만 보면 종로3가처럼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 서울 외곽 산(소요산·도봉산), 전통시장(청량리) 등에 무임승하자 비율이 높고 인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콕 집어서 경마공원역을 언급한 것입니다.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노인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갈라치기라고 하면 논의 못 해”라더니

이 대표는 라디오 토론에서 자신을 향한 ‘갈라치기 비판’에 대해 “뭔가 이런 사회적인 개혁 아이템을 제시할 때마다, 우리 개혁신당에서 논의를 시작할 때마다 ‘갈라치기다’ ‘혐오다’ 이렇게 나올 것 같으면 대한민국 아무것도 개혁 아젠다 다루지 못한다”고 반박했습니다. 29일 개혁신당이 경찰·소방관 등 채용시 자격 요건에 ‘여성 병역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뒤에도 페이스북에 “갈라치기니 혐오니 이런 말은 이제 그냥 개혁에 대한 상투적인 반대용 언어유희일 뿐 반론이 아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통계도 취사선택하면 계속 ‘갈라치기’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6일 라디오 토론에서 방송 종료로 이 대표의 주장에 반박하지 못한 김호일 회장은 28일 성명을 내어 “경마공원역에는 화‧수요일 ‘바로마켓’이라는 곳에 전국에서 생산자들이 직판매를 하러 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노인들도 많이 온다. 근처에 서울대공원이 있어서 교외로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며 “노인들이 무임승차를 하면 경마장에 가서 도박이나 하는데 왜 국민 세금으로 뒷받침 해줘야 하는 것이냐는 의도가 깔려있는 발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인들이 경마에 빠지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려면, 지하철 무임승차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6일 시비에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 발언)밑에 뭐가 깔려 있느냐면 가서 노인들이 도박을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정말 도박할 돈이 있을까. 거기 왜 갔을까. 이런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나. 전체 사례 중에 그게(도박 사례) 얼마나 될까”라고 지적했습니다.

더 알고 싶다면

손익만 따질 수 없는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핵심 쟁점은? https://hani.com/u/ODY4Mw

이준석 “무임승차, 경마장역이 최다”…역 이름까지 바꿔 갈라치기? https://hani.com/u/ODY4NA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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