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장-물가 동시 호재에 “조기 금리 인하 명분 약해지나”… 셈법 복잡해진 증시

전준범 기자 2024. 1.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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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 PCE 물가 상승률 2%대 진입했는데
GDP와 소비자지출은 전망치보다 뜨거워
금리를 내릴 이유도, 일단 둘 이유도 생겨
조기 인하론은 후퇴 “파월 발언부터 듣자”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다른 한편에선 미국 물가가 안정 흐름을 지속했다. 공존이 어려워 보이는 ‘성장 호조’와 ‘물가 통제’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는 이 상황이 주식시장에 예기치 못한 고민을 안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성장도 잘 이뤄지고 물가도 하향 안정화 추세인데 굳이 금리를 서둘러 인하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증권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곧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놓을 메시지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1월 2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뉴스1

◇ “늦어도 5월엔 금리 인하 시작” 기대해온 주식시장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30일(현지시각)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와 관련해 어떤 시그널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당장 이번 FOMC에서 금리 인하의 포문을 열 가능성은 적다. 자본시장의 관심은 ‘3월이냐, 아니냐’다.

수치로 확인되는 3월 인하 확률은 반반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48.1%, 동결 확률은 50.7%로 비슷하다. 5월 FOMC에서 금리가 내려갈 확률은 90.5%로 확 치솟는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이르면 3월, 늦어도 5월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간 ‘이르면 3월, 늦으면 5월’ 전망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여러 경제 지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GDP다. 25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미국의 지난해 4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작년 12월 소비자지출 증가율 역시 예상치(0.5%)를 상회하는 0.7%로 집계됐다.

같은 날 상무부는 작년 12월 근원(에너지·식료품 제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한 사실도 공개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가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내는 가격을 측정한 물가 지표다. 연준은 소비자 행태 변화를 반영하는 PCE 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더 정확한 인플레이션 정보로 여긴다. 2021년 3월 2.3%였던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2022년 2월 5.6%까지 치솟은 뒤 차츰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건 2년 9개월 만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휠링에 있는 식료품점에서 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 AP 연합뉴스

◇ 성장·소비 지표 호조가 조기 금리 인하론에 찬물

GDP·소비자지출과 PCE 가격지수가 주는 메시지 성격은 각기 다르다. PCE 가격지수는 조기 금리 인하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 기준선이 2%인데,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했다는 건 연준의 고(高)금리 정책이 먹혀들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물가를 잡았으니 이제는 금리를 낮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GDP와 소비자지출 지표가 컨센서스를 웃돌았다는 건 미국 경제가 현 금리 수준 정도는 버텨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힐 여지가 있다. 연준이 3월보다는 5월 이후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하는 집단이 이 지표에 더 주목한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7%가 6월 인하를 예상했다.

연준 내에서도 신속한 금리 인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로 향하는 것과 관련해 계속해서 좋은 진전을 보인다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결정 전까지는 연준이 더 많은 지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 파월, FOMC서 어떤 메시지 던질까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뜨거운 연말을 보낸 한국 증시로선 변수가 많아지는 현 상황이 싫을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은 이미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따른 실망감을 지수에 반영하고 있다. 2023년을 2655.28로 마무리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29일 종가 기준 2500.65로 6%가량 주저앉은 상태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지수는 3만7689.54에서 3만8109.43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는 메시지가 향후 증시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FOMC에서 금리 동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과 양적 긴축(QT) 축소 논의 여부”라며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제어하려는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여전히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와 연준 기조 간 괴리가 남아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과정에서도 QT 중단이라는 또 다른 긴축 완화 기대가 증시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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