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본 적 없는 프랜차이즈 상장, 백종원은 다를까… 몸값 2000억 안될 듯

배동주 기자 2024. 1.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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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 상장 재도전
상반기 중 예비심사 신청
인기없는 프랜차이즈株
기업가치 2000억원 소폭 밑돌 듯

요리연구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재추진한다. ‘홍콩반점’, ‘빽다방’ 등으로 잘 알려진 더본코리아는 2018년 3000억원 몸값에 상장을 준비했으나, 실적 정체 등으로 한차례 중단한 바 있다.

시장의 관심은 더본코리아가 상장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야심 차게 상장을 선언하고도 투자자 외면에 무산되거나, 상장해도 고전을 면치 못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숱해서다. 몸값 2000억원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뉴스1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최근 연내 상장을 목표로 증권사와 소통을 시작했다. 작년 실적 결산을 마치는 대로 금융감독원에 지정감사인을 신청하고, 상반기 중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의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을 예정했다.

더본코리아의 이번 상장은 두 번째 도전이다. 2018년 죽 전문 브랜드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 등이 잇따라 상장을 추진하던 때에 발맞춰 상장을 시도했다. 당시 상장 주관사(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선정했다.

그러나 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이 정체기에 빠지면서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 2020년 더본코리아가 상장에 다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사그라들었다.

더본코리아가 IPO에 다시 나선 건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더본코리아 매출은 2020년부터 증가해 왔다. 2020년 1507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1941억원이 됐다. 2022년에는 282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은 30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역시 2020년 83억원에서 2021년 195억원으로, 2022년에는 258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식업 부진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브랜드를 확장한 효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77억원에서 16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1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진행 중이다. IPO 절차 돌입 전 신주발행 규모 등을 늘리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재 더본코리아 주식 총수는 38만2201주로, 향후 주식 수는 지금의 3배인 114만6603주가 된다.

더본코리아의 IPO 작업이 사실상 본격화한 셈이지만, 증권가에선 완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외식업 특성상 브랜드 평판과 유행에 따라 실적 편차가 큰 탓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여기에 가맹점 유통마진에 의존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수익성 개선도 어려워 투자 기피 종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선 납품단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가맹점 반발·이탈을 겪고, 반대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 외면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상장을 내세운 기업 중 상장한 곳은 손에 꼽힌다. 2018년 본아이에프는 “가치를 낮게 평가받았다”는 이유로 연기를 택했다. 상장에서 매각으로 선회한 투썸플레이스는 가맹점주와 부당이익 갈등 등으로 IPO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직상장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2020년 상장한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가 유일하다. 2001년 상장한 신세계푸드도 직상장사로 분류되지만, 주력 사업은 식품 제조 납품과 단체급식이다.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E&F는 스팩 합병으로 상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상장 기업의 주가다. 2020년 11월 코스피에 입성한 교촌에프앤비는 공모가 1만2300원으로 상장했지만, 실적 악화로 꾸준히 주가가 우하향해 7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4월 택한 가격 인상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외식 프랜차이즈 타이틀을 떼버리거나 상장사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곳이 많다. 미스터피자 운영사로 유명했던 코스닥 상장사 MP대산(현 대산F&B)은 피자 시장 경쟁 심화와 브랜드력 약화로 위기를 겪은 끝에 미스터피자를 분할해 떼어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했던 MP대산은 현재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니라 돈육 납품 업체로 변했다”면서 “피자의 인기가 식으면서 실적이 꺾였고, 가맹점을 향한 갑질 논란까지 터지며 주가가 내린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맘스터치는 201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2019년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자진 상장폐지(2022년)했다. 시장가로 기업가치가 측정되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가맹점주에게 경영 정보를 숨기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더본코리아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빽보이피자. /더본코리아 제공

이런 가운데 더본코리아가 높은 몸값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상장 추진 당시 3000억원 안팎으로 기업가치가 논의됐지만, 현재 증권가에선 2000억원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사·동종업체들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유사 기업으로 교촌에프앤비를 택할 수밖에 없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이 핵심 사업인 사실상 유일한 비교 대상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0배 수준에 그친다.

교촌에프엔비는 상장 당시 직접 비교 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동원F&B, 대한제당 등 기업을 끌어왔는데, 현재는 이들 기업의 PER 배수마저 2020년 당시와 비교해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금리 인상으로 소비는 침체하면서다.

증권가는 더본코리아 몸값이 2000억원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당기순이익 전망치 200억원에 교촌에프앤비(10.9배)와 신세계푸드(12.68배)의 PER 평균치 11.79배를 적용한 것이다. 할인을 적용할 경우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선 더본코리아의 상장 완주 여부는 백종원 대표의 결정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백종원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지분 76.69% 보유한 최대 주주다. 2대 주주는 21.09%를 보유한 강석원 전무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아 낮은 몸값에도 상장을 강행할 수는 있다.

그나마 더본코리아가 다브랜드 전략으로 업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더본코리아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도 ‘막이오름’, ‘제순식당’, ‘연돈볼카츠’, ‘빽보이피자’ 등 7개 브랜드를 추가하고, 동시에 ‘해물떡찜0470′, ‘대한국밥’ 등은 가맹등록 취소했다.

현재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역전우동, 홍콩반점0410, 연돈볼카츠, 리춘시장 등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 브랜드 25개와 제주 더본호텔을 운영하면서 이익을 얻는 구조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백종원 대표가 외식시장 흐름을 따라 꾸준히 브랜드를 내고 없애고 하는 점은 장점”이라면서 “상장 후 혹은 백종원 대표가 물러난 후에도 이런 식의 확장이 유효할지는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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