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궤도선은 왜 21세기가 돼서야 보냈을까
목성, 토성보다 늦은 수성 궤도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이고, 화성, 수성, 목성이 뒤따른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 기준이다. 3등인 수성과 4등인 목성은 차이가 크다. 수성까지 최단거리는 7700만km이지만, 목성까지 최단거리는 5억8800만km로 목성이 수성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근접비행 탐사선과 궤도선 모두 수성에 더 늦게 갔다. 궤도선의 경우는 목성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진 토성보다도 더 늦게 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간과정 없이 지구에서 곧바로 수성으로 간다고 가정해 보자. 원일점에 있는 수성에 가려면 지구 저궤도에서 초속 4.7km를 더 가속해야 하고, 근일점에 있는 수성에 가려면 초속 6.6km를 더 가속해야 한다.[1] 목성에 곧바로 가기 위해 가속해야 하는 속도가 초속 6.3km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2], 목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발사체로 비슷한 질량의 탐사선을 수성에도 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을 탐사하려면, 태양의 복사열과 태양풍으로부터 탐사선을 보호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그만큼 탐사선 질량이 더 커지기 때문에 발사체도 더 강력해야 한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려면 역추진으로 감속해야 하는데, 감속해야 하는 속도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곧바로 원일점에 있는 수성으로 가면, 탐사선이 수성의 중력 영향권 경계면에서 수성에 다가가는 속도는 초속 12km이다. 이 경우 수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하려면 수성에 가장 가까워졌을 때 역추진으로 초속 8.6km 이상을 감속해야 한다.[3] 근일점에 있는 수성의 경우 탐사선은 초속 7.5km로 수성에 다가가고, 초속 4.4km 이상을 감속해야 수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최초의 목성 궤도선인 갈릴레오호가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을 때 역추진으로 감속한 속도인 초속 0.63km보다 훨씬 크다. 감속해야 하는 속도가 클수록 궤도선이 싣고 가야 하는 로켓 연료의 질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면 궤도선의 전체 질량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지구에서 발사할 때 사용하는 발사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크고 강력해야 한다.
지구와 수성 사이에 있는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탐사선의 속도를 줄여 수성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금성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로 탐사선을 수성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원일점에 있는 수성에 가면, 탐사선이 수성에 다가가는 속도는 적어도 초속 9.2km이고,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려면 역추진으로 초속 6.0km 이상 감속해야 한다. 같은 방법으로 근일점에 있는 수성에 가면, 탐사선이 수성에 다가가는 속도는 초속 4.7km이고, 초속 2.1km 이상 감속해야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4] 여전히 목성 궤도선인 갈릴레오호보다 훨씬 더 많이 감속해야 한다. 궤도 진입을 위해 감속하는 속도를 더 줄이는 방법으로 수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을 추가로 여러번 시행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최초의 수성 궤도선 메신저호
최초의 수성 궤도선은 2004년 8월 3일에 발사된 NASA의 메신저호(MESSENGER: MErcury Surface, Space Environment, GEochemistry, and Ranging)이다. 첫 목성 궤도선 갈릴레오호보다 15년, 첫 토성 궤도선인 카시니-하위헌스보다는 7년 정도 늦은 발사였다. 발사 직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와 비슷한 궤도를 돌던 메신저호는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첫번째 중력도움과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두번째와 세번째 중력도움으로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수정한 메신저호는 수성의 공전궤도와 금성의 공전궤도를 걸치는 타원 모양의 궤도를 돌았다. 이후 수성을 근접비행하는 세차례의 중력도움으로 탐사선 속도를 더 줄인 메신저호의 궤도는 수성의 공전궤도와 더 비슷해졌다. 탐사선의 속도도 수성의 공전속도와 비슷해지면서, 탐사선이 수성에 다가가는 속도도 줄었다.
발사 6년 7개월 15일 후인 2011년 3월18일 메신저호는 다시 수성에 다가갔고, 역추진으로 초속 0.86km를 감속해 수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했다. 가까울 때는 수성 표면에서 200km 상공을 지나고, 멀 때는 수성에서 1만5193km 떨어진 곳을 지나는 긴 타원 모양의 공전궤도였다.[5] 만약에 지구에서 곧바로 수성으로 간 후에 같은 위치에서 같은 공전궤도에 진입했다면 초속 4.7km를 감속해야 했고,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만 했다면 초속 2.4km를 감속해야 했다.
메신저호에 장착된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로 하이드라진(N2H2)과 사산화이질소(N2O4)를 사용했고, 최대 추력은 667N이었다. 지구 표면이라면 68kg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이다. 궤도수정과 역추진, 자세조정, 고도유지 등에 사용했다. 메신저호가 싣고 간 연료와 산화제, 그리고 연료와 산화제를 압력으로 밀어내는 헬륨의 총 질량은 607.8kg이었다.[5] 발사 때 메신저호의 전체 질량 1107.9kg의 55%에 해당한다.[6] 메신저호는 태양 빛이 밝은 수성 근처에서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태양광 패널로 궤도선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메신저호에는 가로 1.54m 세로 1.75m의 태양광 패널 2개가 탑재됐고, 수성 주위를 돌면서 640W의 전력을 생산했다.[7]
메신저호는 수성의 인공위성이 된 후 1년간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10만장에 가까운 수성 사진을 찍었고 이후 3년 더 연장된 임무를 수행하면서 수성의 지도를 마무리했다. 수성 북극 근처 충돌구의 영구 그늘 지역에서 얼음과 유기물을 발견한 것과 수성이 지각 활동을 하는 증거를 찾은 것이 주요 탐사성과다. 로켓연료를 소진한 메신저호는 2015년 4월30일 수성에 충돌하면서 임무를 종료했다.
이온추진체를 사용한 베피콜롬보호
두번째 수성 궤도선은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작사)가 공동개발한 베피콜롬보호(BepiColombo)이다. 베피콜롬보호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과학자 주세페 콜롬보의 애칭에서 따왔다. 첫 수성 탐사선인 매리너 10호가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수성에 다가가는 방법을 제시했던 과학자이다. 2018년 10월20일 아리안 5(Arian V)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베피콜롬보호는 메신저호와 비슷한 방식으로 수성에 접근해 수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한다. 메신저호가 지구-금성(2번)-수성(3번)의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한 반면, 베피콜롬보호는 지구-금성(2번)-수성(6번)의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한다. 마지막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한 후 일시적으로 수성의 중력에 약하게 갇힌 베피콜롬보호는 2025년 12월 5일 액체연료 로켓 역추진으로 감속해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다.[8]
베피콜롬보호는 액체연료 로켓뿐만 아니라 이온추진체도 탑재했다. 이온추진체는 연료로 사용하는 물질의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 이온을 만든 다음, 이온을 전기장으로 가속해 내뿜어 추진하는 로켓이다. 베피콜롬보호에 장착된 이온추진체가 이온을 내뿜는 최대 속도는 초속 4만1000km로 액체연료 로켓이 연료를 태워 내뿜는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같은 질량의 연료로 10배 이상 더 가속하거나 감속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추진방식이다. 베피콜롬보호는 이온추진체의 연료로 제논(원자번호 54)을 사용한다. 탑재한 제논의 질량은 580kg으로, 발사 때 베피콜롬보호의 전체 질량 4100kg의 7분의 1이다. 베피콜롬보호의 이온추진체는 초속 4km의 속도증분을 낼 예정이다.[9]
이온추진체는 추력이 매우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베피콜롬보호에 장착된 이온추진체의 추력은 0.29N으로, 지구 표면에서 식빵 한 조각 질량인 29.5g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에 불과하다. 추력이 약한 만큼 같은 속도증분을 내려면 훨씬 더 오랫동안 추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온추진체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사용한다. 베피콜롬보호의 이온추진체는 중력도움 항법을 위한 항로 수정에 사용한다.
한편 이온추진체는 연료를 이온화하고 가속하기 위한 전력이 필요하다. 베피콜롬보호는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만들어 이온추진체에 공급한다. 이온추진체를 태양전기추진체(Solar Electric Propulsion Thruster)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이온추진체가 장착된 베피콜롬보호의 ‘수성 전이 모듈’(MTM: Mercury Transfer Module)에는 길이 30m, 넓이 42㎡의 태양광 패널도 장착됐고, 최대 1만5000W의 전력을 생산한다.[10]
이온추진체가 장착된 MTM은 6번째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한 후 분리되고,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할 때는 ‘수성 행성 궤도선’(MPO: Mercury Planetary Orbiter)에 장착한 액체연료 로켓을 사용한다. 궤도에 진입한 후에는 일본의 작사가 제작한 ‘수성 자기권 궤도선’(MMO: Mercury Megnetospheric Orbiter, Mio라고도 부름)가 분리되고, MPO는 추가로 역추진해서 더 낮은 고도의 최종 공전궤도를 돌 예정이다.
수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가는 태양 탐사선
수성보다 태양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는 탐사선도 있다. 나사의 태양 탐사선 파커호(Parker solar probe)가 그 주인공이다. 탐사선의 이름은 미국의 태양 천체물리학자인 유진 파커(Eugene Newman Parker)에서 따왔다. 2018년 8월12일에 델타4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된 태양 탐사선 파커호는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을 7번 시행한다.[11]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할 때마다 탐사선의 속도를 줄여 근일점을 태양에 더 가깝게 만든다. 2024년 11월 6일에 시행하는 마지막 7번째 중력도움 항법을 마치고 48일 후인 12월 24일에 파커호는 태양에서 690만km 떨어진 곳까지 다가간다. 수성의 근일점보다 6.67배 더 태양에 가깝다. 이후 파커호의 공전주기는 88일로 수성의 공전주기와 거의 같아진다.
ESA의 ‘태양 궤도선’(Solar Orbiter)도 수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가는 탐사선이다. 2020년 2월 10일에 아리안 5(Arian V) 로켓에 실려 발사된 태양 궤도선은 태양에 4,200만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다. 총 9번의 중력도움을 통해 궤도를 수정한다. 그중 1번은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이고, 나머지 8번은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이다 [12]
라그랑주 점을 이용하는 탐사선
천체의 중력에 갇혀 천체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의 움직임은 케플러 행성운동법칙의 타원궤도로 설명할 수 있다. 중력에 갇히지 않은 탐사선은 천체에 가까이 다가가도 다시 멀어져 결국 천체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난다. 중력에 갇히지 않는 탐사선의 움직임은 궤도역학의 쌍곡선궤도로 설명한다. 포물선궤도는 타원궤도와 쌍곡선궤도의 경계에 있는 궤도이다. 타원, 포물선, 쌍곡선궤도 모두, 천체 하나와 탐사선만을 따지는 이체문제(two-body problem)로 정확하게 풀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천체만 따져서는 탐사선의 움직임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천체의 중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경우들로 2개의 천체와 탐사선, 이렇게 3개의 물체가 상호 작용을 하는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로 풀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더 많은 천체를 고려하는 다체문제(N-body problem)로 풀어야 한다. 잘 알려진 삼체문제로는 라그랑주 점(Lagrange point)이 있다. 라그랑주 점은 천체 2개의 중력이 영향을 끼치면서 상대적인 위치가 유지되는 곳이다. 삼체문제나 다체문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인 해법이 없어서,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계산으로 문제를 푼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태양 반대쪽 밤하늘의 태양-지구 L2 라그랑주점 주위의 헤일로 궤도(halo orbit)를 돌고 있다. 지구에서 L2 라그랑주 점을 볼 때의 움직임이다. 지구와 태양 중력의 영향으로 지구와 같은 공전주기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마치 회전목마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회전하듯이 태양 주위를 돈다. 이 움직임을 지구의 밤하늘에서 보면 마치 하늘의 한 위치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움직임도 삼체문제로 풀어 설명하는 움직임이다. 태양 쪽 낮 하늘에 있는 L1 라그랑주 점 주위에 머물면서 태양을 관측했던 소호 태양관측선(SOHO: 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의 움직임도 태양과 지구 그리고 우주망원경이 상호작용하는 삼체문제로 설명한다.
역추진 없이도 중력에 갇히는 탄도포획
탐사선이 중력에 갇히지 않은 상태에서 날아와 역추진 없이도 일시적으로 천체의 중력에 갇히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탄도포획(ballistic capture)’ 또는 ‘약한 포획’(weak capture)라고 불리는 이 현상도 2개의 천체와 탐사선으로 푸는 삼체문제이다. 탄도포획이 일어나면 탐사선은 일시적으로 중력에 갇히기 때문에, 역추진을 덜 하고도 목표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역추진에 필요한 로켓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첫 역추진 시도에 실패해도 역추진 기회가 다시 온다는 장점도 있다. 베피콜롬보호는 이 탄도포획을 이용해서 목표한 궤도에 진입한다.[13]
천체가 탄도포획되는 현상도 일어난다. 목성 주위를 돌다가 1994년 7월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혜성(Comet Shoemaker–Levy 9)의 경우가 그렇다. 관측한 궤적을 거꾸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목성 공전궤도와 토성 공전궤도 사이에서 태양 주위를 돌던 이 혜성은 1930년대에 일시적으로 목성에 탄도포획이 되면서 목성 주위를 돌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4]
목표한 천체의 움직임과 비슷하게 날아가서 다가가면, 상대속도가 줄어들면서 천체의 중력에 갇히는 상태에 좀 더 가까워진다. 이 상황에서 다가가는 위치, 그리고 속도의 크기와 방향이 적절하면 탐사선이 일시적으로 천체의 중력에 갇히는 탄도포획이 일어난다. 목표한 천체의 중력뿐만 아니라 다른 천체의 중력도 영향을 끼친 결과다. 베피콜롬보호는 여러번의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해 수성의 공전궤도와 비슷한 궤도를 돌도록 궤도를 수정한다. 이후 일시적으로 수성의 중력에 갇히는 탄도포획 상태가 된다. 중력도움 항법을 탄도포획을 위한 궤도수정에 이용하는 것이다. 수성에 탄도포획되는 베피콜롬보호는 2025년 12월5일 역추진으로 속도를 줄여 목표한 궤도로 진입한다. 탄도포획을 이용하는 만큼 더 적은 역추진으로 목표한 궤도에 더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다누리호는 왜 150만km까지 갔다가 돌아왔나
우주탐사에 탄도포획을 이용한 천체는 달이 먼저다. 달 주위를 도는 궤도 진입에 탄도포획을 이용한 사례들로, 첫 시도는 1991년에 있었다. 1990년 1월24일 발사된 일본 최초의 달 탐사선인 히텐호(ひてん)는 첫번째 달 근접비행 때 탑재한 달 궤도선 하고로모호(はごろも)를 분리해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게 할 예정이었지만, 통신이 두절되면서 실패했다. 이 소식을 들은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자 에드워드 벨브루노(Edward Belbruno)와 제임스 밀러(James Miller)는 탄도포획을 이용해서 히텐호가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게 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일본 쪽이 받아들이면서 제안이 실행됐다.[15] 히텐호는 달 너머의 긴 항로를 약 5개월 더 날아가 1991년 10월2일 달 궤도에 진입했다. 벨브루노는 탄도포획을 선도적으로 연구하던 과학자였다.
대한민국의 첫 달 궤도선인 다누리호도 탄도포획을 이용해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다누리호의 항로는 히텐호의 항로와 비슷했다. 발사 후 약 10일 동안은 지구의 중력이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매우 긴 타원궤도의 한쪽을 따라 날아갔다. 지구에서 100만km 이상 떨어지면서부터는 태양 중력의 영향이 커지면서 궤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150만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다누리호 궤도의 근지점은 지구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다시 돌아온 다누리호는 달의 공전궤도와 비슷한 궤도로 움직이면서 달에 탄도포획되었고, 적은 역추진으로 목표한 달 궤도에 진입했다. 다누리호나 히텐호처럼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수정해 달에 탄도포획되는 방법을 ‘탄도형 달전이’(BLT: Ballistic Lunar Transfer)라고 부른다. 100km 고도의 달 저궤도 진입을 기준으로, ‘탄도형 달전이’ 방식은 역추진으로 감속해야 하는 속도를 20% 줄일 수 있고, 궤도선에 싣고 가는 추진체 연료도 20% 이상 절약할 수 있다.[16] 대신 달까지 가는데 4~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온추진체와 탄도포획을 결합한 달 궤도선
천체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려면 역추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감속해야 한다. 이온추진체는 추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제 시간 안에 충분히 감속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궤도 진입을 위한 역추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탄도포획이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시적이지만 탄도포획된 동안 이온추진체로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감속해야 하는 속도도 줄면서, 이온추진체만으로도 목표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이 제작한 스마트-1(SMART-1: Small Missions for Advanced Research in Technology-1)은 달에 탄도포획될 때까지의 과정과 탄도포획된 후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온추진체만을 이용한 첫 사례이다.
2003년 9월27일 아리안5G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스마트-1은 13개월 반 동안 이온추진체로 추진해 궤도를 키워 지구-달 L1 라그랑주 점을 통과했고 달에 탄도포획되었다. 탄도포획된 이후에도 이온추진체로 꾸준히 감속해 달 표면으로부터의 고도를 서서히 줄였다. 스마트-1 전체 질량 366.5kg 중에서 이온추진체의 연료인 제논의 질량은 82kg였다. 이 질량의 연료로 스마트-1의 이온추진체가 낼 수 있는 속도증분은 초속 4km였다.[17]
만약에 스마트-1이 하이드라진 연료의 액체연료 로켓만 사용했다면 비슷한 속도증분을 내기 위해서는 약 1300kg가 넘는 연료와 산화제를 싣고 가야 했다.[18] 다누리호가 달에 간 방법이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서 달에 도달한 외부 전이(exterior transfer)였다면, 스마트-1은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안쪽에서 궤도를 키워 달에 도달한 내부 전이(interior transfer)였다.[19]
[1] 지구는 태양에서 1AU(1억5천만km) 떨어져 있고, 수성의 원일점은 0.4667AU, 수성의 근일점은 0.3075AU 떨어져 있다고 가정했다. 지구 저궤도는 250km 고도로 가정했다. 탐사선은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지구에서 멀어져야 한다.
[2] 근일점에 있는 목성에 다가가려면 지구 250km 고도의 저궤도에서 초속 6.2km 더 가속해야 하고, 근일점에 있는 목성에 다가가려면 초속 6.4km 더 가속해야 한다. 탐사선은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으로 지구에서 멀어져야 한다.
[3] 탐사선이 수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거리는 100km,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후 수성에서 가장 멀 때의 거리는 수성의 중력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의 반지름인 11만7000km로 가정해 계산했다.
[4] 금성이 태양에서 떨어진 거리는 0.723332AU, 탐사선이 수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거리는 100km,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궤도선이 수성에서 가장 멀 때의 거리는 11만7000km로 가정하고 계산했다.
[5] “messenger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2004-030A`
[6] “MESSENGER - MErcury Surface, Space ENvironment, GEochemistry, and Ranging”,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messenger/
[7] “The MESSENGER Spacecraft Power Subsystem Thermal Design and Early Mission Performance”, C. J. Ercol, G. Dakermanji, and B. Le, 4th International Energy Conversion Engineering Conference and Exhibit (IECEC) 26 - 29 June 2006
[8] “ESA Science & Technology - Fact Sheet”, ESA, https://sci.esa.int/web/bepicolombo/-/47346-fact-sheet
[9] “BepiColombo Mission and the Solar Electric Propulsion System (SEPS)”, N. Wallace, ESA, https://epic-src.eu/wp-content/uploads/LS.1.6.-Neil-Wallace-EPIC-BepiColombo-presentation-B.pdf
[10] “ESA - BepiColombo factsheet”, ESA.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BepiColombo/BepiColombo_factsheet
[11] “Parker Solar Probe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2018-065A
[12] “Solar Orbiter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2020-010A
[13] “Low-Thrust Approach and Gravitational Capture at Mercury”, R. Jehn, S. Campagnola, D. Garcia, and S. Kemble, Proceedings of the 18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Space Flights Dynamics, 584, 487 (2004).
[14] “Invariant manifolds and the capture of Comet Shoemaker-Levy 9”, T. E. Swenson, M. W. Lo, and R. M. Woolland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490, 2436 (2019)
[15] “Fly me to the moon: an insider's guide to the new science of space travel”, E. Belbruno,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16] “Low-Energy Lunar Trajectory Design”, J. S. Parker and R. L. Anderson, p228, Wiley (2014)
[17] “smart 1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2003-043C
[18] 하이드라진을 연료로 사용하는 추진체가 연료를 연소해 내뿜는 속도는 초속 2,300m로 가정했다.
[19] “Earth–Mars Transfers with Ballistic Capture”, E. Belbruno and F. Topputo, arXiv:1410.8856, https://doi.org/10.48550/arXiv.1410.8856
[20] “SMART-1 Electric Propulsion Operational Experience”, D. Milligan, et al. The 29th International Electric Propulsion Conference, Princeton University, (2005). http://electricrocket.org/IEPC/245.pdf
[21] “Connecting orbits and invariant manifolds in the spatial restricted three-body problem”, G. Gómez, et al., Nonlinearity 17, 1571 (2004).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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