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건설시장 6% 성장 전망… 해외 수주로 국내 위기 돌파해야[기고]

■ 기고 -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2023년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전쟁 등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컸던 해였다. 하지만 우리 해외건설 수주는 333억 달러를 기록하며 4년 연속 300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016∼2019년 279억 달러였던 연평균 수주 규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25억 달러로 증가하며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된 듯하다.

2023년 수주의 주요 특성을 보면, 지역별로는 중동과 북미 및 태평양이 전체의 65.3%를 차지했다. 반면 2022년 수주 실적을 견인했던 아시아는 44.4%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9억8000만 달러로 1위,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94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두 국가에서 거둔 실적이 전체 수주의 58.5%를 차지했다.

비교적 선방했던 2023년은 과거가 됐고 2024년이 시작됐다. 올해의 해외건설 시장 환경은 우려와 기대가 혼재돼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의 확전, 고물가 지속,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선거 결과에 따른 영향 등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다. 하지만 인프라 수요 확대, 원전 및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투자 증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사업 등은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HS 마르키트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건설시장은 전년과 비교해 6.0% 성장해 14조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시장의 경우 6698억 달러로 2023년 대비 11.7%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시아 시장도 8.1% 증가한 6조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는 우리 해외건설에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965년 해외건설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우리 기업은 현재까지 총 9638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며 1조 달러 달성을 앞두고 있다. 횃불을 이용해 도로 포장공사를 하고, 베트남 전쟁 파병의 대가로 사업을 수주하고, 열사의 땅 중동에서 건설 신화를 썼기에 가능한 업적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최근의 국내 건설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해외건설이 돌파구가 돼야 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수준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수주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대 국가가 경쟁하는 치열한 전쟁터와도 같은 해외건설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2024년은 해외건설 시장에 첫걸음을 내디딘 지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60년 역사를 통해 해외건설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건설산업을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의 영광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