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대련’ 등 액션물 연출 남다른 재능… 영화적 공감 나눈 동지 [그립습니다]
이두용 감독이 지난 1월 19일 우리 곁을 떠났다. 어느 죽음이나 아쉽기는 하지만 내게는 더 특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건 ‘용호대련’이다. 이소룡 사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한국 액션영화를 대중에게 각인시켜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챠리쉘이라는 신인 배우를 기용하여 한국형 무예영화를 시도한 것이다. 영화는 박력 있고 신선했다. 이후 ‘분노의 왼발’ ‘돌아온 외다리’ ‘배신자’ 등 일련의 태권영화들은 그의 액션영화 재능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강대희 배우 주연의 ‘무장해제’는 한국 액션영화의 최고 걸작이다.
그의 영화에 나도 몰래 반하게 된 것은 1980년 ‘최후의 증인’ 때였다. 군 전역 후 영화진흥공사 시사실에서 이 영화를 보며 오랜만에 영화가 주는 감독의 전율을 느꼈다. 수사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들을 죽이며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하는 오병호 형사(하명중 분)의 스토리도 충격적이었는데 엔딩에서 총격 소리에 날아오르는 한강 철새들을 보며 얼어붙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동네 극장을 찾아다니며 보게 된 ‘피막’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후 그는 ‘초분’ ‘오빠가 있다’ ‘경찰관’ ‘물도리동’ ‘최후의 증인’ 등을 감독하며 임권택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계의 쌍두마차로 공인받았다. 1981년 그가 오랜만에 만든 액션영화 ‘해결사’를 단성사에서 보았다. 그의 액션영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는 신인 배우 및 무명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재주가 뛰어났는데 그만큼 자신 넘치는 감독이었다. 한태일 배우의 회고에 따르면 일일이 액션을 지도해주고 장면마다 머리빗으로 배우의 머리를 빗겨주는 정감 넘치는 감독이었다. 그의 카리스마가 현장을 압도하였지만 그런 정감으로 현장을 아우르는 감독이었다.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는데 ‘최후의 증인’을 칸국제영화제에 출품하면서 한국 영화계를 책임질 기대주로 부상했다. 이후 ‘피막’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되었다. 그가 액션영화를 만들며 받았던 비하를 한 방에 날려버린 쾌거였다.
한국영상자료원에 의하면 태흥영화사에서 만든 ‘뽕’은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이다. 한국적 해학으로 빚어낸 잘 숙성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영화가 가장 세계적인 영화라는 것을 입증한 영화이다.
그는 이어 중량감 있는 강수연 주연의 ‘업’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두성영화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내시’ ‘고속도로’ ‘애’ 등을 발표했는데 그의 영화 연출 열정은 끝이 없었다.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리메이크는 그 결정판이었다. 무명 배우의 등용은 그의 주특기이다. 비록 흥행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영화가 보여주는 해학으로 풀어낸 항일정신은 그의 영화정신의 결정판이었다.
그를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EBS PD 때인 2006년 2월이다. 그에게 국내에 없는 영화 ‘무장해제’의 해외 출시 비디오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이 감독은 아이들처럼 좋아했는데 집 나간 자식이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와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주최하는 한국이소룡기념사업회 세미나 때 초청하면서부터이다. 전화를 드리면 항상 OK였고 143회간 세미나가 진행되며 가장 많이 모신 감독이었다. 그만큼 영화적 공감을 나눈 동지라고 할 수 있다.
공식 석상이 아닌 개인적으로 만나며 깊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국제영화제 수상에 대한 비화 등과 신상옥 감독에 대해 전해주었다. 그는 신 감독에 대해 존경심을 보여주었다. 해외 감독으로는 호금전(胡金銓·King Hu)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미학에 대해 피력했다.
그를 만나지 못한 10여 개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연락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깔끔한 성격으로 임종 전에 모든 주변을 정리했고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담당자에게 자신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지나치게 떠들썩한 장례식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두용 감독이 못다 한 연출에의 아쉬움을 애써 잊으려 한다. “안 감독, 20억 정도로 만들 영화 대본이 있어.” 커피를 마시며 줄거리를 들려주던 그의 말들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안태근(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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