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체계 마련한 ‘디지털 의료’…‘신성장 산업’ 도약 날개 달았다[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권도경 기자 2024. 1. 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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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디지털의료제품법 국회 본회의 통과…내년 1월 시행
AI 기반해 의료영상 진단 보조
VR 기술 활용 시야장애도 개선
2027년 세계시장 508조원 전망
시판전 관리중심의 현행 규제서
개발·평가 등 전주기 규제 변화
최적화된 규제속 산업성장 견인
그래픽 = 권호영 기자

귓속에서 기계 소리나 자연 소음 등이 들리는 이명(耳鳴). 날카롭게 울리는 소리나 지지직거리는 소음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난청 외에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까다로운 편이다. 최근 이명 증상을 완화해주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에 적용됐던 디지털의료제품의 영역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치매, 편두통 등 신경질환으로 확대돼서다.

요즘 들어 디지털의료제품은 질병 치료·예방, 건강관리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의료제품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디지털헬스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칭한다. 전통적인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개념을 뛰어넘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관련 규제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규제 당국도 디지털의료제품 특성에 맞춰 규제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행 의료기기와 전통 의약품에 적합한 규제에서 벗어나 디지털의료제품 특성에 맞춘 새로운 법률을 제정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시장 변화에 맞춘 새 법률 ‘디지털의료제품법’ =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병의 예방·진단, 일상 속 건강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 디지털헬스 시장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I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헬스 시장은 2018년 86조 원, 2020년 152조 원, 2027년 508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 규모만 9년 만에 약 6배로 성장하는 셈이다. 이 같은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디지털의료제품이다. 식의약계는 디지털의료제품이 치료와 예방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 기회까지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의료 패러다임도 ‘진단·치료’에서 ‘예방·관리’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의료제품은 사용 목적, 기능, 인체 위해성 등에 따라 제품을 분류하고 등급을 받는다. 국내 디지털의료제품은 크게 △디지털의료기기 △디지털융합의약품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로 나뉜다. 디지털의료기기는 로봇이나 AI 등 디지털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체외진단기기 포함)를 뜻한다. 주로 질병의 진단·치료·예후 관찰, 치료 예측, 모니터링, 재활에 관련된 기기다. 디지털융합의약품은 의약품과 디지털의료기기,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등이 결합된 형태다.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는 의료 지원과 건강 유지·향상 목적으로 생체신호 모니터링, 측정, 수집, 분석 등을 하거나 생활습관을 기반으로 식이·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디지털의료제품은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우선 적용받는다. 나머지 제품은 의료기기법과 약사법 등 기존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지난 23일 제정됐다. 이 법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구체화한 후 내년 1월 24일부터 시행된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지난 몇 년간 급변한 디지털헬스 시장 상황을 반영한 새 법률 체계다. 현행 규제는 의료기기(하드웨어), 전통의약품에 적합한 시판 전 관리 중심이다. 소프트웨어, 데이터, 네트워크, 디지털기술이 적용된 의료제품 특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개발·사용·평가 등 전 주기에 걸쳐 발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의료제품에 맞춘 규제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미 의료기기, 의약품 외에도 의료와 일상적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제품이 잇따라 융합·개발되고 있어서다. 디지털 특성을 반영한 임상·허가·관리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의료기기법, 약사법 등 기존대로 규제를 받는다면 제품 간 규제 부조화와 특례가 많아져 법체계만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기존 법으로는 디지털의료제품 범위를 모두 포괄하기도 어렵다. 최근 디지털의료제품에 대한 국민 수요를 감안해 제품 신뢰도 제고와 안전한 규제를 위한 새로운 법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단일한 법적 체계 내 관리·지원 =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제품 개발과 사용, 평가 체계 구축 등 전 주기에 걸친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디지털의료제품을 단일한 법적 체계에서 일관되고 유기적으로 관리·지원한다는 측면도 상당하다.

디지털의료제품은 시공간 구분 없이 사용된다. 단일한 법체계가 갖춰지면서 디지털의료제품은 디지털헬스란 큰 틀 안에서 상호 융합돼 개발·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갖췄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안전관리도 받게 된다. 디지털 특화 민간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 중심의 실사용 평가와 사이버 보안도 강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이 돼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자율 성능 평가와 소비자 보호 관리도 추진된다.

업계에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의료제품 특성을 고려한 법적 체계가 구축되면서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규제의 틀에서 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어서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체외진단의료기기 등도 별도로 법률이 제정된 후 산업이 급성장한 바 있다. 행정지원을 받으면서 글로벌 규제를 선도할 경우 국산 제품이 해외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유리하다. 의료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도 선택권과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제정을 계기로 디지털의료제품을 활용한 치료 기회 확대와 국민 의료비 부담 절감, 개인의 건강 실현 등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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