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제대 후 더 여유로워져, 새로운 자극도 됐어요”[인터뷰]
배우 공명이 한층 더 유연해졌다. 지난해 6월 군복무를 마친 뒤 배우로서, 그리고 자연인으로서도 더 여유로워졌다고 귀띔했다.
“남자배우로서도 큰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에요. 10년차를 넘겼을 때 입대를 했는데, 공명이 아닌 군인 김동현으로 생활하다보니 군생활이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조교로 복무했는데, 연극영화과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저보다 어린 20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연기를 향한 그들의 열정과 의지가 제게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고요. 고민을 들어주고 답해주면서도 저 스스로 복기하게 되는 면도 있었죠. 그래서 그런가, 입대 전보다 더 능글맞아진 것 같기도 해요.”
공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를 개봉한 소감, 라미란·염혜란 등 선배들 사이서 귀여움 받은 일화, 그리고 ‘극한직업’ 팀들과 돈독한 우애까지, 그에게 궁금한 여러 질문에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담아 대답했다.
■“4년 전 찍은 ‘시민덕희’, 제가 봐도 엄청 풋풋해 보이던데요”
‘시민덕희’는 2020년 크랭크업한 작품이다. 이후 4년 만에 대중 앞에 공개하게 됐다. 오랜만에 보는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에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제가 봐도 풋풋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다 그런 느낌이었고요. 어려진 느낌으로 영화를 봐서 그런가, 기분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이제야 진짜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실감이 나서 뿌듯했고요. 이 작품이 워낙 통쾌하고 사이다 같잖아요? 대본도 그래서 재밌게 읽었고요. 라미란, 염혜란 선배들이 나온다고 하니 출연 안 할 이유도 없었고. 많은 장면 고민 끝에 촬영한 거라 다들 재밌게 즐겨줬으면 했죠.”
그는 극 중 취업사기를 당하고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일하는 ‘재민’ 역을 맡았다. 사기를 쳤던 피해자 ‘덕희’(라미란)에게 직접 다시 제보 전화를 걸어 조직을 일망타진하게 만드는 중심적 인물이다.
“처음엔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요. 다시 보니 어떤 평범한 대학생이 그런 곳에 갇혔을 때 직접 제보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진짜 저라면 아마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결단력 있게 ‘덕희’를 딱 찍고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죠. 반면 실제 저는 우유부단한 편이에요. 흘러가는 대로 지내자는 스타일이거든요. 가족을 빌미로 협박도 당하는 상황이라, 전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현장에서는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럼에도 라미란,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 등 이른바 ‘덕벤져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피해다녔다는 설에는 재밌는 해명을 내놨다.
“선배들 텐션이 정말 엄청 높아요. 저랑 촬영하기 전부터 선배들이 ‘공명 언제 오냐’고 계속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딱 만나니 반가워 하면서 제게 갑자기 다가오는데, 제가 당황하긴 했거든요? 하지만 피한 건 아닙니다. 하하.”
■“연약한 연하남 이미지 부담? 오히려 사랑해줘서 고마워”
영화 ‘극한직업’ ‘킬링로맨스’ 종합편성채널 JTBC ‘멜로가 체질’ 등에서 그가 보여준 이미지는 ‘연약한 연하남’이었다. 모두 이병헌 감독이 작업한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갈증이 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좋게 봐준 것 같아서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롤을 맡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감사할 뿐이죠. 많이 사랑받고 좋아해줄 때 저도 그런 캐릭터로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남자다운 캐릭터를 연기해야지란 고민은 없어요. 기회가 되어서 그런 역에 도전한다면야 배우로서도 기쁜 일이지만 걱정하고 싶진 않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이병헌 감독과 ‘극한직업’ 사단이 그에겐 큰 영향를 끼쳤다고도 했다.
“제 첫번째 터닝포인트가 바로 ‘극한직업’ 팀을 만난 거예요. 촬영 할 때 그 선배들과 함께해서 배우로서나 자연인으로서 정말 많은 걸 배웠거든요. 당시 저에겐 대선배들이었는데도 함께 작업하면서 ‘나도 앞으로 선배들처럼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네 선배들에게 너무 좋은 영향을 받아서 지금의 저로 바뀐 것 같아요. 이젠 어떤 작품을 하던지 제가 최선을 다하면 그게 답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고요. 무던하게 지내는데, 이렇게만 잘 갔으면 좋겠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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