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그룹 통합, 향후 부광약품 매각 가능성은?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과 OCI(456040)그룹의 통합 여부에 국내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OCI홀딩스의 자회사인 부광약품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통합될 경우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종류가 다른 만큼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반면 통합 그룹 내 제약사업의 무게추가 한미약품그룹으로 쪽으로 기우는 만큼 부광약품의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부광약품의 매각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에 따른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추가 지분 매입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한미약품과 OCI그룹 통합 이후에도 OCI그룹 산하에 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부광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OCI홀딩스로 지분 10.9%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부광약품과 사업 시너지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부광약품을 포함한 그룹 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 한미약품이 부광약품을 흡수 합병해 덩치를 키우는 방안이 제기되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양사의 흡수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약업계 일각에서 향후 부광약품의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OCI그룹이 OCI홀딩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법에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상장사인 경우 30%, 비상장사인 경우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OCI홀딩스는 자회사인 부광약품과 행복도시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지분 정리를 추진해야 한다. 부광약품의 경우 상장사인 만큼 OCI홀딩스가 내년 9월 22일까지 19.1%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현재 부광약품의 주가로 단순 계산했을 때 OCI가 부광약품의 추가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10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부광약품의 주가가 오를수록 OCI홀딩스의 지분 매입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OCI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종속기업 제외)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00억원 수준이다. 부광약품의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인데다 조달 자금은 콘테라파마의 신약 개발에 사용될 전망이다. 콘테라파마는 매년 300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 등 매출 100억원 이상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조현병 및 제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라투다 출시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양그룹 신약 파이프라인 등 시너지 효과도
반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이 부광약품에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매각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그룹이 개발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그룹은 당뇨와 비만 등 대사질환과 항암제가 파이프라인의 주를 이루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대사와 항암, 희귀질환 등의 분야에서 30여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가 제2형 당뇨,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혁신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지속형 엑센딘-4(Exendin-4) 아날로그이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길항제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제 2형 당뇨병(T2DM)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에서 강력한 혈당 조절 효력과 심혈관계 개선 효과를 보여줬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로부터 비만 대상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반면 부광약품은 신경계 치료제 위주로 파이프라인이 구성돼 있다. 조현병 및 제 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신약 라투다가 대표적이다. 라투다는 일본 스미토모 파마가 개발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다. 부광약품은 라투다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 및 판권을 가지고 있다.
라투다는 2015년 미국 출시 이후 연간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및 생산, 부광약품은 도입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어 서로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잇몸 기능성 치약 시린메드 등의 일반의약품도 판매해 대형마트나 생활용품점의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도 양그룹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부광약품이 양그룹 통합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와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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