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유죄판결 유감 [기고]
김동춘 |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지난 18일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조 교육감이 상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심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조 교육감은 직을 상실하게 된다.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3부, 재판장 김우수)는 “조 교육감이 권한을 남용해 교원 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됐다”며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위한 공모 조건이 최소한의 실질적인 공개경쟁성을 확보하였다고 보이지 않고, 이 특별채용 절차가 시작된 계기와 목적이 조희연 교육감이 특별채용 처리 지침안을 결재한 이후 최종 채용심사 단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직권남용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면서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조 교육감이 해고된 교사들을 복직시키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공개경쟁의 형식을 통해 사적 특혜를 줬다는 법원의 판단은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이 채용 대상자를 내정하고서 비서실장에게 구체적으로 채용을 지시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우선, 3연임한 조 교육감은 더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에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이 조 교육감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 비리나 부정으로 해직된 교사를, 또는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교사를 복직시키기 위해 당사자들과 사전에 협의하여 그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공모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재판부의 유죄 판단은 합당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그런 식의 사적인 특별채용과는 거리가 멀다. 조 교육감은 이들의 특별채용은 구시대적인 교육 중립성 원칙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교단을 떠난 교사들을 원상회복시킨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지점은 형식적 법리가 아니라, 자신의 교육적 가치와 정책적 소신을 내걸고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취임한 민선 교육감이 자신의 가치나 지향과 부합하는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교사들을 복직시키려는 게 문제인지, 그리고 그 특별채용이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통해 당선된 교육감이 자리를 내놓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범법 행위인가의 문제다.
이 사안은 교육감 직권의 범위, 더 나아가 교육감의 행위가 행정인가 정치인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현 지방자치 제도 아래서 교육감은 정당 추천을 받는 후보는 아니지만, 특정한 교육적 소신과 정책을 내걸고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취임하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따라서 교육감의 교육 행정과 인사 정책은 정치 활동과 무관할 수 없다. 교육감의 활동은 교육적 원칙과 철학, 인사 행정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충족해야겠지만, 공개성과 투명성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치·정책적 지향을 인사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선출직 공무원인 교육감의 인사 정책은 순수한 행정 행위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공모의 내용이나 공개채용 후보가 사실상 제한돼 있어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은 면이 있다 해도, 정치적 판단력을 가진 유권자들의 의지가 반영되어 그들의 기대를 위임받아 당선된 공무원이 직무 자체를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범법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형벌에는 반드시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활동이었다든지, 선거법 중요 조항을 고의로 어겼다든지, 누가 보더라도 당선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게 합리적인 범법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등 헌법을 위반한 ‘정치적’ 행동의 혐의가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런 행위들은 그의 직권 범위 밖의 일이어서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이상한 이유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에 ‘정치’ 과정을 통해 선출된 행정가이기에 직권 범위가 더 유연하게 해석돼야 하는 조희연 교육감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교사 특별채용 과정 개입 의혹이 교육감의 해임 사유가 된다면, 민주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 제도와 교육자치제의 취지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더욱이나 너무 과도하고 기계적인 적용이라고 국제적으로도 비판받는 한국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발전적 논의의 여지를 봉쇄했다는 점에서도 1·2심 판결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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