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함에 울컥한 업주…감동 남긴 '무인카페 초등생' 만나보니

이상엽 기자 2024. 1. 30. 08: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 초등학생이 무인 카페를 찾았다가 얼음을 쏟아버리고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곧 돌아와 '사과 편지'와 함께 천 원 한 장을 남겼습니다. 카페 사장도, 사연을 들은 시민들도 잘못을 고백한 아이의 진심에 따뜻해졌습니다.

몽글터뷰 이상엽 기자가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기자]

"사장님 다음부터는 얼음을 쏟지 않겠습니다"

"만약 얼음을 쏟더라도 치우겠습니다."

인천의 한 무인카페에서 실수로 얼음 쏟은 초등학생, 천원짜리 한 장과 편지에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이제 얼음은 잘 뽑나요?) 잘하죠.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요.]

한 아이가 무인카페에 들어섭니다.

자몽에이드 버튼을 누릅니다.

천원짜리 세 장을 꺼내 자판기에 넣습니다.

이제 컵에 음료와 얼음을 받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실수로 얼음 레버를 잘못 누릅니다.

얼음이 쏟아지자 손으로 막습니다.

휴지를 들었다 놨다 아이는 당황합니다.

아이가 자리를 떠나고 몇 시간 뒤 무인카페 사장이 갑자기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뭔가 찾더니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장 곳곳을 다니며 그 무인카페를 찾아봤습니다.

[이상엽/기자 : 지금 가는 곳은 아이가 얼음을 쏟은 무인카페야. 찾았어. 바로 여기.]

사장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더 들어봤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CCTV를 한번 열어봤는데 또 누가 (음료를) 엎고 갔구나. 봤는데 초등학생이더라고요. 1시간 뒤에 다시 열어봤는데 그 아이가 또 와서 나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또 왔네? 왜지? 갑자기 카메라에 인사하고 있는 거예요. 쪽지를 가리키듯이 '여기다 둘게요' 이런 식으로 행동하더라고요.]

CCTV를 돌려봤습니다.

얼음을 쏟은 아이가 카페를 나가더니 얼마 뒤 다시 나타납니다.

CCTV에 꾸벅 인사를 하고 편지를 가리킵니다.

몇 분 지나자 한 손님이 들어와 쓰레기를 치웁니다.

그런데 실수로 편지를 버립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가끔 치워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제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편지엔 아이의 진심이 담겼습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습니다"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사장은 기특함에 울컥했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가게를 영업하다 보니까 마음에 대한 상처도 많이 받고 그런데 이 쪽지를 받다 보니까 그 마음이 사그라드는.]

아이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저 무인카페 사장인데 어제 편지 잘 받았다. 그 친구한테 제가 영업하는 그날까지 (음료를) 무료로 주겠다고.]

다음날 아이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어머니께서 음료는 정말 정중하게 거절하시더라고요.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저한테 죄송한 마음을 전달하더라고요.]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직접 만나봤습니다.

"저는 4학년 2반 김시원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죄송하단 말부터 꺼냈습니다.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사장님 다음부터는 얼음을 쏟지 않겠습니다. 만약 얼음을 쏟더라도 치우겠습니다.]

무인카페라는 곳을 그날 처음 갔습니다.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돈을 넣고 사용하려고 하는데 무인카페를 잘 안 와봐서 사용법을 잘 몰라서. 컵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레버를 눌러서 (얼음을) 쏟아버렸습니다.]

갑작스럽게 카페를 나온 뒤 공부방에서 혼자 편지를 썼습니다.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그때 치우고 갔어야 하는 게 맞았지만 학원 갈 시간이 다 돼서 그냥 갔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너무 마음에 걸려서.]

불편한 마음에 학원이 끝나자마자 무인카페로 달려갔습니다.

일주일 용돈은 5천원.

음료를 사고 남은 돈을 편지에 넣어뒀습니다.

이런 일을 집에 말하지 않았고 부모는 기사가 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김종곤/김시원 군 아버지 : 어떤 친구였어도 충분히 시원이보다 그 이상의 행동을 했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무인카페 사장과 아이는 매일 만납니다.

[박형선/무인카페 사장 : (이제 얼음은 잘 뽑나요?) 잘해요.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요.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자라면 되죠.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질 줄 알고 선한 마음으로 베풀 줄도 알고.]

[김시원/초등학교 4학년 : (시원이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저는 성실하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더 성숙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촬영 김진형 / 제작 이정민 / 영상디자인 이정회 황수비]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