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에 남극 펭귄 첫 폐사… “생태적 재앙 우려”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 최신 업데이트 내용

남극의 펭귄./트립닷컴

남극에서 킹펭귄(임금 펭귄)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인 H5N1형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첫 사례로 남극에 AI가 확산될 경우 현대 최대의 생태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는 최근 남극 지역의 사우스조지아섬에서 AI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보이는 킹펭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젠투 펭귄도 같은 장소에서 H5N1형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러스 표면의 대표적인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A)은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가 되며, 뉴라미니디아제(NA)는 증식 후 인체를 떠나게 해준다. HA는 16종, NA는 9종이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H5N1형은 HA 5형, NA 1형이라는 뜻이다.

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사우스조지아에서 서쪽으로 1500㎞ 떨어진 포클랜드 제도에서도 최소 한 마리의 젠투 펭귄이 H5N1형 감염으로 폐사한 것이 확인됐고, 20마리 이상의 새끼 펭귄이 사망하거나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남극 본토에서 AI로 인한 폐사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조사 인력이 적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H5N1형 변종은 2021년 미국에서 퍼지기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전역은 물론 극지방까지 퍼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야생 조류와 여우, 흑곰, 불곰과 같은 수천 마리의 포유류가 AI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H5N1형 변종 바이러스가 남극에 유입된 이후에는 남극의 코끼리물범이 대량으로 폐사했고, 물개와 갈매기의 폐사도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H5N1형 변종이 북극에도 퍼지면서 북극곰이 AI로 폐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염성이 높은 AI 바이러스가 펭귄 개체군에 도달할 경우 ‘현대 최대의 생태학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극지방의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는 동물이 많아 AI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남극 펭귄 2종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빠르게 전염성이 높은 AI 바이러스가 해당 지역을 휩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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