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 김숙흥 장군 주연우 “어머니의 오열, 지승현 선배의 포옹 기억에 남을 겁니다”[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1. 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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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김숙흥 장군 역을 연기한 배우 주연우.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저는 그놈들을 살육하고 싶을 뿐입니다…. 거란 놈들의 목을 제일 먼저 베고, 제일 많이 베어서 그놈들의 씨를 말리고 싶을 뿐입니다!”

32부작으로 편성된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의 하이라이트는 의외로 초반부가 끝나는 16회에 찾아왔다. 퇴각하는 거란군을 섬멸하기 위해 나섰던 양규 장군과 김숙흥 장군의 애전전투 전사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이후 역사적인 두 인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신드롬의 기미도 보였다.

배우 주연우에게도, 비록 중간 하차를 해야 했지만, 김숙흥 장군 역은 배우 인생 큰 발자국이 됐다. 실제로 만난 그는 188㎝이 넘는 큰 키에 장대한 기골을 가진 김숙흥 장군 그 자체였다. 진심을 갖고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 그 당연한 명제를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김숙흥 장군 역을 연기한 배우 주연우.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전사 장면을 보시고 부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셨어요. 어머니는 거의 오열을 하셨죠. 아들이 김숙흥 장군을 알릴 수 있어서 부모로서 뿌듯하다고 하셨어요. 이미 드라마는 끝나고 저는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그 전쟁을 치렀던 느낌이 남아있어요.”

함께 출연한 양규 장군 역의 배우 지승현과 마찬가지로 주연우 역시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김숙흥 장군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주연우 배우 인생에서 이 역할은 특별했다. 2018년 웹드라마로 처음 경력을 시작한 이후 5년 만에 처음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맡은 배역이다. 거기에 승마와 검술 등 많은 부분을 준비해야 했다.

“드라마에서 준비해준 트레이닝이 있었는데 승마에 소질이 없어 따로 나머지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창을 다루는 일도 파주에 있는 ‘본스턴트’ 체육관에서 무술감독님께 배웠어요. 대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는 작품이잖아요. 누가 되고 싶지 않았고요. 전유성 감독님께서 ‘숙흥씨, 만나서 반가워요’ 하시는 말씀에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김숙흥 장군 역을 연기한 배우 주연우 출연장면. 사진 KBS



김숙흥 장군은 ‘고려 거란 전쟁’에서 굉장히 호전적인 장수로 그려진다. 전사가 다 나오진 않지만, 가족을 거란에 잃는 슬픔이 있었고 이 분노가 오롯이 전장에서 재현된다. 그는 전쟁을 위해서는 상관에게도 거리낌이 없었던 인물이었는데, 양규 장군과도 초반에는 신경전을 벌이다 상관의 진심을 알고 충심으로 그를 따른다.

“대본에는 ‘거란에 미친 자’라고 나와요. 하지만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했죠. 사람이다 보니 순수한 면도 있으신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에 진정성을 입혀야겠다고 다짐했죠. 지승현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도 많았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니 입체감 있는 인물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12월19일 주연우는 지승현과 함께 애전전투를 3일에 걸쳐 구현했다. 실제 방송된 양규와 김숙흥 장군의 전사장면은 CG(컴퓨터그래픽)의 힘을 입어 훨씬 비장해졌다. 지승현은 100합 이상의 액션, 주연우 역시 80합 이상의 액션을 주고받았다. 현장에서 지승현 선배는 주눅 들지 않도록 응원해준 은인이었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김숙흥 장군 역을 연기한 배우 주연우 출연장면. 사진 KBS



“16회 방송이 있던 날 연락을 드렸더니, 방송을 본 준비를 하신다고 하셔서 함께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지승현 선배님과 함께 방송을 봤는데 포옹으로 맞아주셨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뜨거워졌던 감정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방송을 본 선배님이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것도 생생합니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학생시절을 보낸 주연우는 ‘지붕뚫고 하이킥’ ‘자이언트’에 나온 정보석의 연기에 감명을 받아 배우를 꿈꿨다. 혼자서 연기를 하기 위해 혈혈단신 한국으로 넘어오는 결정도 있었다. ‘복수노트’ 제작부로 현장경험도 쌓으면서 ‘고려 거란 전쟁’에서 함께 한 정성 역 김산호와의 인연도 쌓았다. 자신의 프로필을 회사마다 돌리는 절박한 하루의 연속이었지만, 오히려 그러한 과정이 진정성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 됐다.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김숙흥 장군 역을 연기한 배우 주연우.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프로필을 두고 가는 데 그치지 않고 아는 조감독 형님께 연락을 드려서 제작사의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애를 썼어요. 그렇게 소개를 받아서 영화 ‘서울의 봄’에 단역이지만 출연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어떻게 하면 선배님들의 진정성을 잘 살려낼 수 있을까 고민뿐입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바람대로 중간에 죽지 않는 배역도 맡아보고 싶습니다. 좋은 배우이기 이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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