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 생존 전략…“AI·지역의사 관건” [지방의료]④
[기사 연재 순서]
① "잔병 참다 큰 병된다"…의료취약지 원정진료 '예삿일'
② 일본, 원격의료는 찾아가고…약은 드론으로
③ 의료인재 모셔라!…일본 지자체 수십 년 고민
④ 지방의료 생존 전략…"AI·지역의사 관건"
■ 인공지능(AI)으로 뇌출혈 환자 '골든타임' 사수
지난해 12월 26일, 강원도 양구의 한 병원으로 70대 환자가 방문했습니다.
두통과 어지럼증 등 뇌출혈 초기 증상을 보였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곧바로 환자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를 빠르고 신속하게 진단하고, 최종 처방을 내릴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걱정도 잠시, 촬영 결과를 '비대면 원격 협진 플랫폼'을 통해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과 공유했습니다.
1차적으로 플랫폼에 내장된 인공지능(AI)이 뇌 영상을 재빠르게 분석해 출혈 위치와 이상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려줍니다. 정확도는 97% 이상입니다. 사람이 놓치기 쉬운 작고 미세한 출혈도 판독해냅니다.
PC화면에 뜬 환자의 뇌 사진과 AI 판독 결과를 확인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재빨리 수술 가능 여부를 결정해 환자를 춘천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합니다.
"혈액검사 결과 동봉 부탁드립니다. 수술은 필요하며, 수술방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오는 동안 수술실과 중환자실도 모두 확보해 지체없이 수술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환자는 큰 무리 없이 일상생활에 복귀했습니다. 또, 양구의 병원을 다니면서 대학병원 의료진의 사후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
■ 뇌질환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인공지능(AI)에 거는 기대
뇌출혈 초기 사망률은 40~50%에 이릅니다. 출혈양이 많으면 사망률은 90%까지 치솟습니다. 생존하더라도 마비와 언어 장애 등 후유증이 남습니다.
그만큼 촌각을 다퉈야합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가 진행돼야 합니다.
문제는 의료진이 항상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의료취약지에는 뇌출혈을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거의 없습니다. 인근 지역에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있더라도, 당장 수술이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2021년 기준 '치료가능 사망률'은 인천광역시가 인구 10만 명당 51.4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강원 49.61명, 경남 47.28명, 부산 46.9명, 충북 46.41명 순이었습니다.
치료 가능 사망률을 달리 말하면,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를 뜻합니다.
당장 의료취약지에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첨단 기술로 극복하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비대면 협진 사업…올해 실증 단계
전국 곳곳에서 의료취약지 개선을 위한 시도가 걸음마를 떼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2022년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 신규사업'에 선정돼, 올해로 사업 3년차를 맞았습니다. 2025년 말까지 국비 22억여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의료소외지역에서 발생하는 뇌출혈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빠르게 하기 위해 '비대면 협진 플랫폼'을 개발하는 내용입니다. 강원도 대학병원 4곳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업의 안전성 확보과 다양한 의료현장에서의 실증을 앞두고 있습니다. 향후 전남과 제주 등 전국 대표적인 의료취약지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도 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학병원 의료진의 컨설팅으로 의료취약지 1, 2차 병원의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개발을 주도한 전진평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지역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까지 대학병원으로 오게 되면, 정말 수술이 급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 플랫폼을 통해 지역 의료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1,2차 병원과 대학병원이 모두 상생할 길이 열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 "장기적으로 지역의사 양성 논의 시작해야"
장기적으로는 지역의사를 키워야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운용되는 제도부터 손봐야합니다. 의대 지역인재 입학전형과 수련병원 수용인원 등을 감안하면 인재가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수도권으로 나간 인재들이 다시 지방에 불러들일 유인책이 없는 상황인 만큼, 애당초 지방을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경우만 봐도,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 즉 수도권 비중이 60%에 이릅니다. 지역인재 선발은 2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를 최대 50%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어이지고 있습니다. 전남지역에서는 지역의대의 지역인재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생을 등용하자는 겁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문제입니다. 강원도 내 의과대학 졸업생은 평균 220명 안팎입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기 전 거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과정을 받아줄 강원도 내 수련병원 모집 정원은 9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강원도에서 근무를 하고 싶어도 100명 이상은 다른 지역으로 가야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수련병원 정원을 늘리되, 다양한 임상수련 과정을 경험할 과목을 확대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일본처럼 장학금을 주고 의사를 키워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일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다만, 의대가 없는 지역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이제부터 고민해야합니다.
또, 입학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의료에 대한 교육, 졸업 이후 경력개발과 근무여건 개선 등을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또, 논의의 주체가 특정 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학과 병원 등이 함께 나서야한다고 조언합니다.
조희숙 강원도공공의료보건지원단장은 "필요에 따라 여러 의료기관을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네트워크 근무도 강원특별법을 통해 다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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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초 기자 (choch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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