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감독 선임 모두 실패…"신중하고, 신속하게 뽑겠다" 두 번이나 당한 KIA, 과연 이번엔 다를까?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2024. 1. 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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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면담을 시작으로 직무 정지에 이어 지휘봉을 내려놓기까지 걸린 시간은 26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쑥대밭이 된 KIA 타이거즈다.

KIA는 29일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며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KIA는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2년 연속 수뇌부가 제대로 말썽을 일으켰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KIA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팀의 성적과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장정석 단장이 정규시즌 개막 직전 '구설수'에 휘말린 것. 사안은 심각했다. 현역 단장이 현역 선수에게 소위 '뒷돈'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 대상은 박동원이었다.

박동원은 2022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는데, 당시 주전 포수가 없었던 KIA는 박동원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후 '연장계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장정석 단장이 박동원에 뒷돈을 요구했다. 장정석 단장은 '농담조'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뒷돈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등 장정석 단장의 발언은 가벼운 말로 치부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KIA 타이거즈

이로 인해 장정석은 단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는데,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사안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 바로 한 커피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종국 전 감독도 해당 업체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정황이 발견됐다.

커피 업체가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에게 돈을 건넨 이유는 구단과 후원 협약을 맺는 것을 도와달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종국 감독은 지난 25일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이 이 사실을 구단이 알리지 않았고, KIA는 뒤늦게 '제보'를 통해서 김종국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KIA는 제보를 받은 직후 김종국 감독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는데, 김종국 감독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단 김종국 감독은 최근 불거진 독립리그 비리와는 일체 관계가 없으며, 검찰 조사를 받은 사안에 대해서도 결백을 주장했다. 일단 KIA는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사령탑으로서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KIA는 당초 김종국 감독이 단 한 번 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것을 비롯해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던 만큼 '사령탑 교체'라는 카드는 꺼내들지 않았다. 하지만 29일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게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과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마이데일리

당분간 사태를 파악하고, 상황을 지켜보고자 했던 KIA는 검찰 측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 29일 오후 5시 49분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과 계약 해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것을 인지한 뒤 업무정지를 시작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계약을 해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6시간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KIA는 쉴 틈이 없다. 내달 1일부터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KIA 코칭스태프는 29일 하루 먼저 호주로 떠났고, 선수단은 30일 저녁 비행기를 통해 호주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종국 감독의 계약 해지로 인해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당분간 감독 역할을 맡겼지만, 언제까지 사령탑의 자리를 공석으로 놔둘 수는 없다.

신임 사령탑 선임이 급선무인데, 상황이 좋지는 않다. KIA를 포함한 10개 구단은 이미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쳤기 때문. 타 구단 코칭스태프 중에서 인재를 빼오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예의가 아니다. 야인 중에서 감독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기는 더욱 쉽지가 않다. 특히 감독 선임의 경우 구단주의 재가도 필요한 만큼 신임 사령탑을 물색하고, 지휘봉을 안길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2023년 10월 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IA 김종국 감독이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KIA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이겠다는 것이 KIA의 입장이다. 신임 사령탑이 빠르게 결정되면 스프링캠프 기간 내에 선수단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KIA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캠프 중에 선수단과 합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KIA 관계자는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팀워크를 비롯해 전술 등이 모두 만들어진다. 가능하다면 스프링캠프 기간 중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중하면서도 신속, 깊은 고민을 통해 새로운 감독을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이후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KIA가 이번에는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는 수뇌부를 데려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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