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 하던 우리은행의 1등 선언…'반전카드' 여기서도 통할까

이경남 2024. 1. 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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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 "2024 1등 은행 할 것"
냉혹한 현실…2023년까지 4대 은행 중 '4등'
반전 쓴 하나은행처럼…기업금융 '올인' 통할까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 하겠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최근 있었던 '2024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밝힌 포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은행권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1등 경쟁에 뛰어들기엔 그간의 성적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 드라마'가 쓰여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주요 시중은행들 간 실적 격차가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수준으로 좁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1등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간의 양강구도에 하나은행이 급부상하며 3강 체제를 구축한것처럼 우리은행도 올 한해 어떻게 영업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충분히 판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냉혹한 현실은 '4등'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포부와 달리 우리은행이 현재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간 당기순익 기준 1등과 2등 싸움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과의 경쟁이었다. 최근에 하나은행이 1등 경쟁에 합류했지만 우리은행은 여전히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위권'이다.

가장 최근 성적표인 지난해 3분기까지 주요 시중은행의 순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2조8554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익을 냈고 하나은행이 2조7664억원으로 KB국민은행을 바짝 뒤쫓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서는 신한은행이 2조5991억원의 순익을 올렸고 우리은행은 2조2898억을 벌어들이며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적은 순익을 냈다. 통상 4분기에는 은행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실적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4등 확정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KB국민, 하나, 신한은행은 전년과 비교해 모두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반면 우리은행은 실적이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까지 고금리 등 은행들이 순익을 끌어올리기 우호적인 환경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지난해 성적표가 우수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은행들이 충당금을 대거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은행만은 그러지 못했다"라며 "결국 은행 순익규모는 여신취급 규모와 비례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재 영업력에서는 우리은행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282조1771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적었다. 원화대출금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330조원)과는 약 50조원 가까이 차이나며 각각 289조원 수준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과의 격차도 7조원 이상 벌어져있다. 즉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다른 은행에 비해 밀린다는 소리다. 

'하나'를 보면 가능성은 있다 

다만 하나은행이 지난 2022년 깜짝 리딩뱅크에 올라선 것처럼 우리은행 역시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 3조958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익을 냈다. 그간 1등 은행 싸움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간의 양강구도였지만 하나은행이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경쟁대열에 합류 할 수 있었던 것은 규제가 심한 가계금융 대신 기업금융 부분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021년 126조3920억원에서 지난 2022년 144조8280억원으로 14.6% 급증하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161조4350억원으로 늘렸다. 약 2년 동안 40조원 가까이 기업대출 잔액을 늘린 것으로 성장규모가 다른은행의 배 이상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핵심 수익이 나는 대출 자산 분야 중 가계대출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지체된 반면 기업대출은 오히려 늘리라고 독려받는 상황이었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가장 공격적으로 기업여신을 늘려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1등 경쟁에 합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하나은행의 기업금융 공략 전략을 '벤치마킹'하며 리딩뱅크 경쟁에 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나란히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기업금융 강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은행 전체의 실적이 다소 뒤처지긴 했지만 기업금융 분야에서만큼은 선전하며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 동안 기업대출만 9조원을 늘리기도 했다. 

아울러 은행들간의 순익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 역시 조병규 행장의 리딩뱅크를 향한 출사표를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은행간의 순익격차는 많으면 수천억원 가까이 벌어졌지만 현재는 천억원 대로 좁아진 상황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들은 순익격차가 매우 좁혀져 언제 순위가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은행은 파생결합증권(DLF)사태 이후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H지수 연계 증권(ELS)판매도 소극적이어서 배상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크지 않는 등 올해가 리딩뱅크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기업금융' 영업 드라이브 시작됐다

우리은행이 올해 리딩뱅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업점 일선에서의 강력한 영업력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 자연스럽게 최전방에 서있는 직원들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한 영업점 직원은 "이미 올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금융 부분 배점이 오르는 등 본부차원에서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녹록지 않은 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은 우량 기업 위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은행들이 많은 순익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급을 받는 것 또한 제동이 걸리는 등 영업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안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라며 "직원들의 사기를 불어넣어줄 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병규 행장이 선언한대로 우리은행이 리딩뱅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은행 내부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일단 현재 상황에서는 올해 성과급 규모 등에 대해서 현재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직원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은행 마스코트 '위비프렌즈' /사진=우리은행 제공

최근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의 캐릭터 '위비'를 부활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출범시켰지만 2019년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우리은행의 마스코트 '위비'를 다시금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금융권 최초의 캐릭터라는 위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만큼 이를 통해 다시한번 조직 사기를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과거 위비를 필두로 캐릭터 마케팅을 시작하고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선도했던 우리은행의 도전과 혁신의 과정이 떠오른다"라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를 닮은 위비처럼 2024년에 우리은행이 다시 일어나 1등은행으로 도약하는 모멘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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