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던진 ‘기후변호사’ 박지혜…“尹의 환경정책 0점”

박성의·변문우 기자 2024. 1. 3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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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더불어민주당 1호 영입인재 박지혜 변호사
“에너지 계획 동전 뒤집듯 바뀌어…尹, ‘文 지우기’에만 집중”
“거칠어진 정치판이지만 ‘효능감 있는 정책’ 설계하고 싶어”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석사 학위를 얻은 뒤 대기업에 입사했다. 퇴사 후에는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총선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의 '제1호 영입인재'가 돼 정치권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 화려한 코스를 밟은 주인공은 박지혜 변호사(44)다.

'엘리트의 삶'이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메이저'(major‧주류)가 아닌 '마이너'(minor‧비주류)에 가깝다. 연천 양장점집 딸로 태어나, 전공과 부서를 택하고, 율사와 정치인의 길을 택한 그 모든 배경에 '부와 명예'가 아닌 '기후'가 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가 민주당의 입당 제안을 수락한 이유 역시 "입법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은 0점"이라고 단언한 뒤 "효능감이 있는 환경 정책을 직접 만들고 싶다"며 22대 총선 출마 포부를 밝혔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만난 영입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환경과 기후에 대한 정책등 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환경'에 꽂힌 연천 양장점집 딸

'왜 사람들은 돈만 생각하지?' 박 변호사의 10대 시절 '물음표'는 40대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의 MBTI(성격 유형)는 ISTJ. 내향적이지만 논리를 중시하는 현실주의자인 박 변호사에게 돈을 위한 삶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비쳐졌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현실이란 갈수록 높아지는 기온과 그로 인한 기상이변, 이 탓에 위협받는 인류의 삶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가졌냐'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게 싫었어요. 늘 돈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가치들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했어요. 다만 넉넉한 집은 아니니 돈은 벌면서 살아야했고, 그러면서도 보람되는 분야가 뭘까 생각하다 일치한 게 '환경'이었어요. 환경은 금전적으로 환산되지 않다보니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는 이슈 중 하나였죠."

박 변호사는 환경 전문가가 되기 위해 스웨덴 유학길에 올라 룬드대학교 환경경영 및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기업에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을 담당하던 박 변호사는 돌연 퇴사 후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10개월 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바쁜 시기였지만, '법'이 환경을 지키는 첨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환경소송 전문기관인 '녹색법률센터' 상근 변호사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기후 문제에 집중하고자 만들어진 '기후솔루션'이라는 비영리단체에 합류했다. 그 핵심 멤버 중 1명이 지난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온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다. 박 변호사는 이후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막기 위한 삼척석탄발전소 취소 소송 등을 전담하며 본격적인 '기후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환경 관련 소송이 정말 힘들어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보람이 있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삼척화력발전 소송 등을 통해 기후 위기를 더 알릴 수 있었죠. 우리나라 발전소 중 석탄발전소의 비중이 40%에 육박하는데, 발전소가 위치한 도시는 11개 지자체밖에 없어요. 콘센트에 코드만 꼽으면 전기가 나오는 현실이지만, 그 뒤에는 특정 지역의 희생이 있습니다.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주민대책위는 물론이고 중앙 환경단체와 연대해서 전국 탈석탄 논의기구를 만드는 등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습니다."

원외에 머물던 박 변호사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환경 정책이 '진영 논리'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갈리고, 선거를 치를 때마다 그 방향성이 크게 뒤틀리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은 0점"이라고 단언했다.

"여야를 떠나 환경이나 기후 관련 이슈에 정치권 관심이 여전히 낮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웠지만 사실 그렇게 '세게'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원자력 발전소(원전)를 그대로 쓰고 더 이상 짓지 않겠다는 정도였죠. 그게 '탈원전'이란 이름으로 너무 크게 포장되니 반발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에너지 전선이 원전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원전이 무탄소 에너지원이긴 하지만, 기후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 중에 원전 확대에 찬성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사실 원전은 산업적 니즈(needs) 때문에 부활한 거라고 봅니다. 원전 같은 '경직성 전원'을 더 늘리면 재생에너지 늘리는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 설치 확대 속도가 오히려 더뎌지고 있는데, '이전 정부에서 했으니 뒤집어야겠다'고 결론을 이미 내려버린 탓이라 봅니다. 이걸 합리적 정책 결정이라 볼 수 있을까요?"

박 변호사는 교육을 '백년대계'라 하듯, 에너지 정책 역시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처럼 긴 시간, 넓은 시각으로 계획하고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참여한 사람들 중 이전 정부에서 (전력수급 계획에) 참여한 사람이 없습니다. '이전 정부 지우기'의 한 예입니다. 정치적 니즈에 따라서 동전 앞뒤 바꾸듯 에너지 계획을 바꾸는 셈이죠. 전원 계획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들은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방향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목표일수록 굳게 지키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생각해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만난 영입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환경과 기후에 대한 정책등 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환경 외 교육‧지방 소멸 문제에도 관심"

박 변호사는 아직 출마 지역구를 정하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선거제 논의도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 결심이 큰 요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 오래 정치하신 분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며 "당도 조직이다. 당의 배려와 선택에 겸허히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입 인재의 출신 지역부터 경험, 관심 아젠다 등을 고려해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변호사는 정치인으로서 어떤 목표를, 어떤 꿈을 품고 있을까. 그는 환경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끈질기게 꿈을 쫓아온 평범한 누군가의 딸로서 국회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분야를 막론하고 '효능감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정치에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 1호 영입인재'의 포부다.

"요사이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교육과 보육 정책에도 관심이 자연스럽게 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항상 마음쓰였던 것은 지방 소멸 문제입니다. 고향에 아직 부모님이 사시는데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아무래도 마음이 쓰입니다. 공장만 짓는다고 지역이 발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조업뿐 아니라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유치하고 환경을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정책 실험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우려도 있죠. 요즘 정치가 많이 거치니까요. 정치 입문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한 게 '진흙탕에 들어가서 싸움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였어요.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강성지지자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생각해요. 아쉽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예요. 제자리걸음하는 정치, 정책을 효능감 있게 바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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