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군 폭사, 강력한 다단계 보복”…이란 본토 타격엔 신중론
커비 조정관 “이란과 전쟁 원치 않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친이란 민병대의 요르단 북부 미군 기지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다단계로 지속해서 강력하게 보복하겠다”고 천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징할 계획”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한다. 그 대응은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중동 갈등을 이용하고 이를 확대하려는 누구에게든 분명한 경고를 보내왔다”며 “우리 군대를 공격한 사람에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지금의 중동 정세를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이 발발했던 1973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규정한 뒤 “중동은 현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휘발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IRI)은 지난 27일 밤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3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는데,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중동지역에서 미군이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보복 의사를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IRI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과의 전면전은 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은 모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본토를 타격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할지는 예고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공격 대응과 확전 방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계획인가’라는 질문엔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쉬운 답이 없다. 대통령은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주체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민병대라고 밝히며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싱 부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이 배후에 있음을 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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