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기차 사면 지옥행” 욕했는데…한국 출시될 ‘특급 아빠車’ 반전매력 [카슐랭]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1. 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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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형 SUV ‘ID.5 GTX’ 타보니
산악도로서 보여준 B모드 신공
‘지차지기’면 지옥이 천국으로
폭스바겐 ID.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뮌헨]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이폰을 연결한 차량 스피커를 통해 이역만리에서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이 ‘흥겹지만 구슬프게’ 흘러나왔다. 귀 호강시키는 음질에 감탄할 정신이 없었다.

“테스형, 길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운전이 힘들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다. 시승 상황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하늘은 천국, 땅은 지옥이었다.

시승차는 폭스바겐 ID.5 GTX. 전기 SUV ID.4의 고성능 쿠페형 버전이다.

시승은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과 흰 눈으로 덮여 있는 산 정상부가 대조를 이루며 청량함을 제공하는 오스트리아 산악도로에서 진행됐다.

관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전기차 시승코스로는 최악이다. 지리산 노고단 코스처럼 알프스 산맥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야 해 배터리를 많이 쓸 수밖에 없어서다.

폭스바겐 ID.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뮌헨]
설상가상. 전기차 충전소도 드문드문 있다. 방전이라도 되면 낯선 이국땅에서 생고생을 해야 한다.

목적지까지 거리는 80km, 아직도 오르막길이 눈앞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계기판에 뜬 주행가능 거리는 75km 남짓. 심장이 쫄깃해졌다.

경치를 즐길 여유는 이미 사라졌다. 에어컨을 끄고 계기반 우측에 있는 컬럼식 기어 셀렉터를 움직여 D(드라이브)를 B(브레이크) 모드로 바꿨다.

B모드는 내연기관차량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를 끌어올릴 수 있게 해준다. 브레이크를 뗄 때만 회생제동이 걸리지 않고 운전하는 내내 회생제동을 강하게 건다.

전기를 많이 충전시켜준다. 회생제동으로 발생하는 운전 이질감은 적은 편이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다 완전히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이제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남은 주행거리를 살펴봤다. 목적지까지 거리는 50km인데 주행가능거리는 오히려 70km 가량에 달했다. 전기차의 마법이다.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작은 마을에 진입했지만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는 마법을 믿고 충전하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남아있는 주행가능거리는 150km 가량. 오히려 더 늘어났다.

폭스바겐 ID.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뮌헨]
B모드로 무장한 폭스바겐 ID.5는 지옥과 천국을 모두 맛보게 해줬다. 사실 지형만 알고 있다면 천국이었다. 지형을 모르니 괜히 두려웠을 뿐이다.

전기차 특성과 그에 맞는 운전법을 알고 있다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지피지기(知彼知己)처럼 지차지기(知車知己)면 ‘특급 전기차’가 된다.

시승차인 ID.5는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다. 지난해 9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시승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 판매 계획은 없었다.

올해는 국내에서 만나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판매를 위해 거쳐야 하는 배출가스·소음인증·충전주행거리 인증을 지난해 12월28일에 받아서다.

ID.5는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ID.4의 쿠페형 모델이다. BMW X6, 벤츠 GLE 쿠페, 르노 XM3, 제네시스 GV80 쿠페 등과 마찬가지로 쿠페형 SUV다.

GTX 중 ‘GT’는 폭스바겐 골프 GTI의 GT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어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다.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라 부른다. 장거리를 달리는 고성능 자동차라는 뜻이다. X는 무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의미한다.

폭스바겐 ID.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뮌헨]
폭스바겐 ID. 패밀리 최초의 순수 전기 고성능 모델인 ID.5 GTX는 지난 2021년 11월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장x전폭x전고는 4582x1852x1619mm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766mm다.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덕분에 기존 동급 SUV보다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벤츠 EQA(2729mm)는 물론 아우디 Q4 e트론(2764mm)보다 길다. 기존 적재용량도 549리터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전고후저 루프라인을 지닌 쿠페형 SUV답게 공기저항계수도 0.27에 불과하다. 0.28인 ID.4보다 좀 더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하다.

국내 인증 1회 충전주행거리는 434km(상온, 복합 기준)다. 424km인 ID.4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또 후륜구동인 ID.4 프로와 달리 상시사륜구동(AWD)이다.

완속 충전기에서 최대 11kW, 급속 충전기에서 최대 135kW의 전력으로 충전할 수 있다. 30분 충전하면 320km(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 ID.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뮌헨]
실내는 ID.4와 사실상 같다. 인테리어는 편안함, 세련미, 미래지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 강렬한 라이팅 효과, 지속 가능한 소재 적용 등으로 폭스바겐 전기 SUV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전면 유리 하단부에 장착된 ID.라이트는 승·하차, 도어 잠금·해제, 충전 상황, 전화 수신, 긴급 정지 상황 등 다양한 차량 상태를 RGB LED 라이트 효과로 알려준다

디지털 편의성도 향상했다. ID.콕핏(ID. Cockpit)은 속도, 주행가능 거리, 충전 현황, 운전자 보조시스템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12인치 멀티 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CAS)은 터치 응답성이 우수하다. 제스처 컨트롤 기능, 유선 앱커넥트 기능도 갖췄다.

앞뒤 액슬에는 각각 1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돼 220kW(299마력)의 최고출력으로 네 바퀴를 굴린다.

정숙성은 탁월하다. 바람소리도 노면소음도 잘 차단한다. 다만, 포장상태가 좋지 못한 도로에서는 바닥 상태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같은 소음이 들린다. 소음이 소음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없어서다.

GTX 이름값에 어울릴만한 괴력은 없다. 대신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는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시간)은 6.3초로 준수하다.

다만, 최고속도는 180㎞/h여서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스포츠카들이 치고 나갈 때 아쉬움이 느껴진다.

주행 안정성은 뛰어나다. 상시사륜구동 덕분이다. 코너링 구간도 매끄럽게 통과한다.

폭스바겐 ID.5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뮌헨]
ID.5 GTX는 콤팩트 세그먼트 SUV에 해당하지만 체급을 뛰어넘는 실내공간, 우수한 안전성과 편의성, 안정적인 주행성능 등을 갖췄다. 패밀리 SUV로 아빠차 역할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

구매자들이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일반 및 동력계 부품에 대해 3년 보증(주행거리 무제한)과 함께 8년 또는 16만km(선도래 기준)의 고전압 배터리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ID.5가 국내 출시된다면 경쟁력 높은 가격대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가격파괴’를 통해 수입차 대중화를 이끈 데 이어 현재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을 기치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모두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서다. [뮌헨(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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