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간의 黑 결말' 장정석 '뒷돈 요구'→ 김종국 감독 경질, KIA의 올해는 (종합)

박연준 기자 2024. 1.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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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그 어느 때보다도 암울했던 25시간의 黑(흑) 결말이다. 직무 정지를 시작으로 김종국 감독 최종 경질까지, KIA 타이거즈 2년 연속 어수선한 분위기를 맞이했다.

KIA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장정석 전 KIA 단장의 뒷돈 요구 사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개막 직전, 장정석 전 단장은 LG 트윈스로 이적한 박동원과 비FA 다년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KIA는 "2022년 박동원과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에 받은 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라며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KIA 타이거즈는 즉시 사실 관계를 파악하였으며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금품 요구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를 개최, 곧바로 장정석 단장을 해임 조처했다"고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장정석 단장은 구단을 통해 '뒷돈을 요구한 것이 아닌 농담으로 전한 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 사진ⓒ박연준 기자

선수협에 따르면 이는 농담이 아닌 엄중한 사건에 해당했다. 당시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MHN스포츠와 통화에서 "전달받은 녹취록에서 장정석 단장이 두 차례나 박동원에게 뒷돈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정식 협상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농담으로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제2,3의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을 내렸기에 기다려보겠다. 다만 향후 장정석 단장이 사실을 부인한다면, 선수협은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었다.

KBO 역시 장정석 단장의 해당 사건을 무겁게 봤다. KBO는 "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위서 및 관련 자료를 검토했으며 4월 4일 조사위원회 검토 및 논의를 통해 4월 5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며 "리그 구성원들의 불법, 부정, 품위손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예방 교육에 더 노력하겠다.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오전 장정석 전 단장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9일 SBS 보도에 따르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장 전 단장과 김종국 단장이 구단 후원 커피 업체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돈은 후원 협약을 맺는 데 도움을 달라는 취지로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에 달하는 금액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은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지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한 제보를 통해 사실을 접하게 됐다. 이후 KIA 구단은 곧바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진행, 해당 자리에서 김종국 감독은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28일 KIA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다. 구단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이날 김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게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두 사람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및 영장 심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ㅣ연합뉴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의 동반 나락이다. 특히 둘은 1973년생-92학번 한국 야구 황금세대로 함께했다. 2021년 장 전 단장이 먼저 KIA에 부임했고, 이후 2022년 12월 5일 3년 총액 10억 5000만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 5000만원)의 조건에 사인하면서 KIA 타이거즈 제 10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당시 이들은 "동기라서 호흡이 잘 맞는다"며 KIA의 파란만장한 야구를 팬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KIA 구단 역시 김종국 감독에 대해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또한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며 "구단은 팀이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변화하는 데 있어서 김 감독보다 더 나은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이는 길지 못했다. 동반 호흡을 전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현재 동반 구속 기로의 서게 됐다.

이후 KIA 구단은 29일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김종국 감독이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 행위라고 판단,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KIA는 '감독 부재' 침울함 속에서도 예정대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 KIA는 오는 30일 호주로 출국해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Narrabundah Ballpark)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최고의 명단을 꾸렸다. KIA의 이번 스프링캠프는 1차(호주)와 2차(일본)로 나뉘어 진행된다. 호주 캔버라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2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 3월 6일까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본격적인 실전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다만 사령탑의 부재로 어두운 분위기 속 캠프를 맞이하게 됐다. KIA는 스프링캠프 지휘를 진갑용 수석 코치에게 맡긴다.

29일, 먼저 스프링캠프지에 몸을 옮긴 KIA 코칭스태프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취재진 앞에 선 진갑용 수석코치는 "이런 상황이 갑자기 생겨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호주 가서 코치들과의 대화를 통해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28일에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다. 이날 단장님을 만나 잠깐 이야기도 들었다. 단장님께선 '책임자로서 책임을 가져달라, 우리 KIA가 항상 해오던 루틴대로 해달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 코치는 선수들을 챙기기도 했다. "선수들이 많이 놀랐을 거다. 따로 할 얘기는 없을 것 같다. 항상 해오던 식으로 준비하자고 말하겠다"며 "선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거고, 내일부터 잘 준비해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진 코치는 "같은 팀원으로서 죄송하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상황을 직면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 시작한 지난 시즌 KIA는 5위 두산과 한 경기 차에 머물며 6위에 그쳤고, 결국 가을야구에 좌절한 바 있다.

KIA 구단 역시 자체 사과문을 게시했다. 같은 날 저녁 KIA는 보도자료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 KBO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팬,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 "KIA 타이거즈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국 감독 직무정지 소식의 시작은 28일 오후 4시, 김종국 감독 최종 경질 소식은 29일 오후 5시. KIA의 침울한 25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다.

다음은 KIA 구단이 29일 발표한 사과문 전문.

팬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KIA 타이거즈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습니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사진=MHN스포츠 DB,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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