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살았네, ‘데드맨’[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4. 1. 3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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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맨’ 공식포스터, 사진제공|팔레트픽쳐스



■편파적인 한줄평 : 혓바닥 셜록홈즈.

말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할 영화다. 1000억원대 횡령 사건과 정경유착 갈등을 오로지 입으로만 푼다. 어쩌면 정보성 대사만 존재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혓바닥만큼은 셜록홈즈지만 입만 놀리며 산으로 가는 탓에 긴장감과 재미는 모두 놓친,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이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 이만재(조진웅)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다.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박호산, 이시훈 등이 뭉쳐 체감 길이 300분 같은 108분을 완성한다.

영화 ‘데드맨’ 한 장면, 사진제공|팔레트픽쳐스



메가폰이 친절하다 못해 하나하나 떠먹여주려 한다. 혹시나 보는 이들이 알아채지 못할까봐 사건에 관련된 정보들을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줄줄줄 되새김한다. 듣다보면 지칠 정도다. 게다가 이름값과 돈에 관한 나름의 철학을 멋지게 선물하려 각종 명대사들을 찾아와 상황에 이어붙인다. 셰익스피어, 타이슨에 베트남의 이순신 장군이라는 쩐흥다오 장군의 명언까지 나오니, 그야말로 명언집이 따로 없다. 그렇다고 명언마다 상황에 잘 어울리느냐? 안타깝게도 종종 조화롭지 못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은유는 남발한다. 적당한 은유는 보는 이의 감성을 건드리지만 수위를 넘어가면 몰입을 깬다. 정계와 비자금을 고전과 야한 영상에 빗대거나, 이름과 존재에 대한 고찰이 반복적으로 튀어나와 매력을 퇴색시킨다. 인물들의 입으로만 진행되는 전개는 주입식 교육처럼 영화를 따분하게 만든다.

이렇다보니 정작 진행되어야 할 사건과 해결 과정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횡령 사건에 연루된 이만재는 손쉽게 조력자를 구하고 단서의 실마리를 찾는다. 사건의 배후를 찾는 건 더 쉽다. ‘이것 봐요! 제가 이걸 발견했어요’라는 식의 단순한 대사로 복잡한 해법을 건너뛴다. 문제집 정답지를 보고 베낀 답처럼, 풀이 과정의 즐거움은 없다.

‘바지 사장’이라는 매력적인 소재가 아쉽게 증발돼 버린다. 남은 건 기존 봐왔던 정경유착에 관한 헐거운 이야기다. 다음 달 7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5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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