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년 만에 귀환한 어재연 장군기, 3월 미국으로…“영구 반환해야”

이승욱 기자 2024. 1. 30.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광성보는 인천 강화도에 있는 조선시대 군사 요새다.

2007년 임대 방식으로 국내에 돌아왔던 신미양요 당시의 수자기가 올해 미국으로 반환된다.

29일 문화재청과 강화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자기의 미국 반환은 오는 3월16일 이뤄진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계약에 따라 이번에는 수자기를 돌려줄 수밖에 없지만, 이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수자기 반환을 원하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미국 정부와 미 해사 박물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미양요 때 미군에게 빼앗겼다가 136년 만에 임대 형식으로 국내에 들여온 ‘어재연 장군기’가 2007년 10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동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광성보는 인천 강화도에 있는 조선시대 군사 요새다. 조선과 미합중국이 강화도 일대에서 벌인 전쟁(신미양요)의 최후 전투가 1871년 6월11일 이곳에서 있었다. 진무중군(강화도에 본영을 두고 바다를 지키던 진무영의 정3품 관직) 어재연 휘하 장졸 350명이 침략군에 맞서 끝까지 싸웠지만 전멸했다. 구식 화포와 화승총 등으로는 미 해병대의 신식 무기와 군사 전술을 당해낼 수 없었다.

2018년 티브이엔(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첫 화는 치열하고 처참했던 광성보 전투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당시의 전투 장면은 미 해병대원 3명이 광성보에 휘날리던 조선군의 ‘수자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군부대 뜰에 세우던 대장의 군기로, 누런 바탕에 검은색 한자로 장수를 나타내는 ‘帥’(수)가 쓰여 있다. 미군은 이 수자기를 전리품으로 챙겨 제 나라로 가져갔다.

2007년 임대 방식으로 국내에 돌아왔던 신미양요 당시의 수자기가 올해 미국으로 반환된다. 29일 문화재청과 강화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자기의 미국 반환은 오는 3월16일 이뤄진다. 수자기는 애초 ‘10년 임대’ 형식으로 들여온 뒤 국립고궁박물관과 인천시립박물관 전시를 거쳐 2009년부터는 강화역사박물관에 보관해왔다. 원래 대여 기간이었던 10년이 지났지만, 단기 계약으로 임대 기간을 연장해온 것이다. 1814년 제정된 ‘미 해군 전리품 깃발 수집’과 관련한 의회법과, 제임스 포크 대통령의 “전쟁 중 적의 군기, 색상기 등을 몰수할 것을 명령하고 보관·보존·전시를 위해 미 해군사관학교를 관리 기관으로 정한다”는 행정명령에 따라 수자기의 소유권은 여전히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있다.

미 해사 박물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자기 반환을 요청해왔다. 2025년부터 3년 동안 여는 ‘동아시아 특별전’에 수자기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 특별전에는 미군이 전쟁에서 노획한 각국의 깃발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재청과 강화군은 미 해사 박물관과의 협의를 거쳐 올해 3월 반환하기로 했다. 강화군 쪽은 “수자기는 반환되지만 대체 전시를 위해 깃발의 ‘3차원 스캔’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어재연 장군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미국 해병대.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과 강화군은 미 해사 박물관 특별전이 끝나면 다시 수자기를 대여 형식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다만 수자기 재대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 해사 박물관이 ‘동아시아 특별전이 끝나기 6~12개월 전 수자기 대여를 요청하면 관련 위원회에서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문화재청에 전한 것이 전부다. 문화재청 국제협력과는 “특별전이 끝난 뒤 수자기를 다시 대여해주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미국 쪽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이참에 수자기를 영구히 반환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흥렬 강화군의원은 “제국주의 국가도 아니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라면 과거 침략 과정에서 빼앗은 문화재는 돌려주는 게 이치에 맞다”며 “미국 정부로부터 수자기를 공식적으로 돌려받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계약에 따라 이번에는 수자기를 돌려줄 수밖에 없지만, 이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수자기 반환을 원하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미국 정부와 미 해사 박물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