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드맨' 된 바지사장 조진웅…필사의 범죄 추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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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바지사장계 에이스로 불리는 남자가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뒤 살기 위해 이름을 팔고 바지사장 세계에 입문해 7년째 살아남았다.
이름을 잃는다는 건 그 이름으로 일군 삶 전체를 잃는 것이기에, 이름을 빼앗긴 이만재는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이 된다.
명의 거래 범죄, 바지사장의 세계가 다소 생경할 수 있지만 '데드맨'은 친절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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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여기, 바지사장계 에이스로 불리는 남자가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뒤 살기 위해 이름을 팔고 바지사장 세계에 입문해 7년째 살아남았다. 큰 건 한방 터트리고 손을 떼려던 찰나, 무려 1천억 원을 횡령했다는 누명과 함께 이름마저 빼앗긴 채 죽은 사람이 된다. 이후 중국의 사설감옥에 끌려간 그에게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김희애)는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제안을 건넨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이만재(조진웅)를 가리키는 '데드맨'은 문자 그대로 죽은 사람을 뜻한다. 이름을 잃는다는 건 그 이름으로 일군 삶 전체를 잃는 것이기에, 이름을 빼앗긴 이만재는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이 된다. 결국 그가 되찾고 싶은 건 이름이자 인생이다. '데드맨'은 명의 거래 범죄의 한복판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만재가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명의 거래 범죄, 바지사장의 세계가 다소 생경할 수 있지만 '데드맨'은 친절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뒀다. 어두워도 마냥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이름으로 얽힌 인물들이 빠른 화면을 타고 흐르고, 관객은 박력 넘치는 이들의 추적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오프닝부터 사건의 물음표를 달고 이어 달리던 스릴은 중반부 이후 더 팽팽해진다. 서로 처절하게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이름을 둘러싼 어두운 거래, 비리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부패구조 속에서 주인공은 세상과 쉽게 타협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전부를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끝내 쾌감 섞인 마침표를 찍는다.
특히 이 영화의 매력은 세련된 리듬감과 색감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공동 각본을 맡았던 하준원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강렬한 드라마와 선명한 색채감을 활용해 시종 긴박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들을 뽑아냈다.
조진웅은 이번에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다. 이름 때문에 생과 사를 오가는 이만재의 굴곡을 선 굵은 연기로 그려냈다. 김희애의 신선한 얼굴도 반갑다. 정치계를 휘어잡은 심여사의 의뭉스러운 속내를 차가운 카리스마에 실어 나르며 영화를 구원했다. '데드맨'은 오는 2월7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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