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학교에도 연진이는 있다

최다인 기자 2024. 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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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캠퍼스에는 낭만과 청춘만 있지 않다.

넓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일렬로 세워 얼차려를 시키고,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는 모습.

스포츠 학부생인 가해 학생들은 지난해 수개월간 후배들을 불러 모아, 얼차려를 시키고, 각목이 부러질 때까지 때리거나, 속옷을 강제로 벗기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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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인 디지털뉴스3팀 기자

대학교 캠퍼스에는 낭만과 청춘만 있지 않다.

넓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일렬로 세워 얼차려를 시키고,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는 모습. 군대에서 볼 법한 이런 장면들은 대학 내에서도 일명 '군기 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

이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구시대적·후진적 문화가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군기 문화는 독버섯처럼 유지되고 있었다. 선·후배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이유로 괴롭힘의 수위는 더욱 가혹해졌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충남 천안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최근 일단의 선배들이 후배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스포츠 학부생인 가해 학생들은 지난해 수개월간 후배들을 불러 모아, 얼차려를 시키고, 각목이 부러질 때까지 때리거나, 속옷을 강제로 벗기기까지 했다.

피해 학생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학과에서 보복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과 마음에 피멍이 드는 순간에도 학교 집단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가볍게 "그 시절에는 군기가 심했지"라며 안줏거리로 삼을 얘기가 아니었다. 손 내밀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추가 피해를 막을 안전지대가 절실해졌다.

오랜 시간 군기 문화로 치부돼 온 탓에, 학교 안팎의 관리체계는 허점투성이였다. 교내에는 학생이 직접 신청,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인권센터가 있지만, 학교 차원의 실태조사는 전무한 데다, 지역의 청소년 상담센터가 대학교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는데도 참여율은 저조하다. 대학생 간의 폭력은 성인 간의 문제로, 개입이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 더 글로리'의 극중 가해자 박연진은 대학에도 있었다. 선·후배 간의 견고한 위계질서가 곳곳의 박연진을 드러나지 않게 감싸주었을 뿐이다.

군기 문화로 여기며 지나치는 순간, 수많은 연진이들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설 것이다.

유관기관 간의 협력으로 발굴·예방 체계를 강화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성인간의 폭력을 넘어서, 군기를 가장한 잔혹한 범행에 초점을 맞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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