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같이 하는 음악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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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대전플루트콰이어' 창단연주회가 있었다.
플루트는 여러 악기 중 대중적인 편이라 인구도 많아서 어느 지역에나 플루트 합주 단체를 보기 쉬운데, 대전 플루티스트로서 이 지역에는 그런 단체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플루트라는 악기를 고른 소중하고도 특별한 인연으로 모인 우리들, 하나같이 음악을 사랑하며 평생 할 일로 여기며 산 사람들이 모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는 마음을 아주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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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대전플루트콰이어' 창단연주회가 있었다. 플루트는 여러 악기 중 대중적인 편이라 인구도 많아서 어느 지역에나 플루트 합주 단체를 보기 쉬운데, 대전 플루티스트로서 이 지역에는 그런 단체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제자이며 후배인 지역 음악인들과 함께 고심 끝에 의기투합하여 이 커다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게 막막했지만 일단 창단연주회 날짜를 정하고 나니 걱정과 달리 일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예상보다 많은 40명의 플루티스트가 모여, 모집이 잘 돼 기쁜 만큼 앞으로의 과정들에 대한 부담도 컸다. 이 많은 사람 일정을 맞춰 함께 연습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걱정한데 비해 다들 협조적으로 연습에 참여했고, 진지한 태도로 임해줬다.
단원들은 목원대, 충남대, 침신대 등 지역 음대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연령대는 20-30대 청년들이 주를 이뤘다. 40-50대 중장년 연주자들, 그리고 아직 재학 중인 연구단원들까지 다양했다. 연습을 위해 예닐곱 명 정도씩 소그룹이 결성되자 서로 모르던 사람들도 공통된 관심사로 금새 가까워졌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연주활동에서 잠시 멀어졌던 단원들은 육아에서 벗어나 연습하는 시간을 무척 행복해했고, 연습을 마치고도 새벽이 되도록 서로 공감하는 고충을 나누며 눈물도 흘리고 위로하기도 했다. 갖가지 염려와 걱정들을 감수하면서도 함께하겠다 결심한 단원들의 용기와 음악에 대한 열정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챙길 것들은 많이 생겼는데 여기저기서 도움을 자청하는 일이 일어났다. "선생님 제가 이런 일 하는 걸 좋아해요" 리더로서 내가 과연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매일 의심하던 때에 그 말들은 무척 든든했다. 어쩜 그렇게 숨어있는 재능들이 다양했는지. "저 원래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을 좋아해요", "저 컴퓨터로 악보 만들어요", "친구가 DSLR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우리 공연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찰나였지만 혹시 비용을 지급해야 하진 않을지 했던 짧은 생각이 얼마나 부끄러워졌는지 모른다.
연주당일에까지, 본인의 드레스를 단원들과 나눔한 단원, 간식을 직접 장봐 오겠다는 단원, 동네에 맛있는 주먹밥 집이 있는데 후원하고 싶다는 단원, 베이킹 솜씨를 발휘해 우리 단체의 창단을 축하하는 2단 케익을 구워온 단원, 거기에 독감으로 고생 중임에도 갑자기 고장난 악기밤새 수리해준 지 지역 악기사 사장님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성공적인 연주를 염원하고 있었다.
'같이'의 힘은 놀라웠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단원들의 가족이고 지인일 것이 분명한 그들로부터의 뜨거운 박수가, 애정 어린 시선과 응원의 마음이, 연주하는 내내 오롯이 느껴졌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플루트라는 악기를 고른 소중하고도 특별한 인연으로 모인 우리들, 하나같이 음악을 사랑하며 평생 할 일로 여기며 산 사람들이 모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는 마음을 아주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다. "신아리랑"을 앵콜로 연주하면서 한 명 한 명 마주친 단원들의 눈빛에서, 같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가치를 느끼며 이토록 아름다운 일이 세상에 얼마나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클래식 음악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단합된 마음으로 훌륭하게 만들어낸 무대를 계기로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계획하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지역공연예술 발전에 대한 희망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김예지 목원대 관현악·작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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