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담임이 학생 성폭행"…거짓 이메일 뿌린 명문대생 '집유'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고등학생 시절 담임교사가 학생을 성폭행했다는 허위 사실을 이메일로 유포한 대학생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이른바 '강남 8학군'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소재 명문대학에 재학 중이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인 2021년 12월 출신·인근 고등학교 교사들에게 '○○고 B교사가 성폭행과 시험 방해를 저질렀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B교사는 A씨의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였다.

이메일에는 B교사가 C학생을 상대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르고, 2016년 중간고사 시험 도중 성적인 얘기를 하며 시험을 방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교사는 양심을 상실한 성범죄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B교사는 C학생을 성폭행하지 않았다.

A씨는 관할 교육지원청에 B교사에 대한 민원도 반복해 제기했다. 이메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 전에는 B교사에게 욕설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뿐 아니라 고의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면서도 "2015년부터 피고인이 혼합형 불안·우울장애로 치료받고 있는 점이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