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감독이 구속 영장이라니... 장정석-김종국 체제가 KIA에 남긴 상처, 이젠 원클럽맨도 믿을 수 없다
KIA 구단은 29일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 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뒤이어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는 모든 관계자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이번 사안에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단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송했다.
이 모든 것이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KIA 구단이 김 감독의 검찰 수사 사실을 파악한 건 지난 25일이었다. 김 감독이 구단에 따로 말을 하지 않아 외부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구단은 27일 김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최근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에 28일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었다.
하지만 직무 정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소식이 하루 뒤 강타했다. 29일 오전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이 지난 24일 김 감독에게 구속 영장까지 청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배임수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다.
더욱이 지난해 3월 '박동원(34·LG 트윈스) 뒷돈 요구 파문'으로 해임된 장 전 단장과 연관된 것이 알려지며 KIA 구단은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1 장 전 단장의 뒷돈 요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부당하게 챙긴 금액 중 일부가 김 감독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973년생 동갑내기 친구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해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나란히 포토 라인에 서게 됐다.
아직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구속이 되지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면서 KIA 구단은 신뢰도적인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팀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더 높고 많다."
2021년 겨울 김 전 감독이 KIA 사령탑을 맡았을 때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서 남긴 말이다. 실제로 구단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을 선임할 당시 검증되지 않은 능력은 뒤로 하고, 두 사람 모두 KIA에서 활약했던 선수인 만큼 최소한 구단에 대한 애정은 의심치 않았다.
현역 시절 외야수로 활약했던 장 전 단장은 KIA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활약했다. '28년 타이거즈 원클럽맨' 김 전 감독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광주서림초-무등중-광주제일고-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96년 1차 지명으로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올해까지 28년 동안 타이거즈 한 곳에만 머물렀다. 선수로서 통산 13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4391타수 1086안타) 66홈런 429타점 604득점 25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68의 기록을 남겼고 수비형 2루수로서 태극마크도 달았다. 은퇴 후에도 쭉 타이거즈에서 코치로 활동해 선수로서 3번(1996년, 1997년, 2009년)을 함께했고, 코치로서는 1번(2017년)으로 총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이들의 이력은 맷 윌리엄스 전 감독와 2년을 통해 외부 인사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던 KIA 구단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21년 겨울 KIA 구단은 장 전 단장을 선임하면서 "장 단장은 KIA에서 3년간 선수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구단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프런트와 선수단의 화합 및 소통에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데이터 기반의 선수 관리와 운영 능력도 탁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김 전 감독을 타이거즈 제10대 감독으로 올리면서는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KIA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믿음의 결과는 단장과 감독이 나란히 검찰로부터 구속 영장을 발부받는 KIA 구단뿐 아니라 프로야구 역사상으로도 유례 없는 사태로 돌아왔다. 지난해 장 전 단장이 2022년 KIA 소속이었던 박동원과 연장계약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박동원은 장 전 단장과 대화를 직접 녹취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전달했고,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0개 구단을 상대로 전수조사 후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KIA 구단은 지난해 3월 28일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3월 29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장 전 단장은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서면으로 본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KIA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은 뒤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고 이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의 이름이 나왔다. 몇 주 전 얽힌 독립 야구단 뒷돈 의혹과는 별개의 건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도 소재 한 독립야구단에서 은퇴한 A씨는 지난달 KBO 클린베이스볼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그가 뛰던 독립야구단 임원 B씨의 사기 혐의를 신고했다. 임원 B씨가 김 전 감독의 친분을 내세워 KIA 육성선수 입단을 미끼로 A씨의 부모님에게 수천만 원을 요구했고, 임원 B씨가 김 전 감독에게 부모의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이때는 KIA 구단도 김 전 감독을 믿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독립야구단 임원 B씨가 다른 KIA 고위관계자의 이름도 팔고 다닌 탓에 구단도 이 건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KBO 관계자 역시 스타뉴스에 "A씨는 김종국 감독에게 부모의 돈이 전달됐다고 주장했으나, 그것도 임원 B로부터 들었을 뿐 정황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KIA 구단에 확인했고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유해 행위가 발견되면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상황을 정리한 바 있다.
야구계에 따르면 이번에 김 전 감독이 얽힌 건은 구단 후원 업체에 관련된 일로 알려졌다. 김 전 감독이 구단 행사에는 계속해 참여하면서도 검찰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탓에 선수단과 구단 구성원의 충격은 더욱 컸다는 후문. 진갑용(51) 수석코치의 눈물 섞인 출국 인터뷰에서도 그 철렁했던 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KIA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호주 캔버라(1차)와 일본 오키나와(2차) 두 곳에 차렸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김 전 감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 19명, 선수 47명(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 등 6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진 수석코치는 29일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 전 인터뷰에서 "나도 어제(28일)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쳐서 나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선수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우리가 하던 대로 하자고 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후임자 물색에 나선 KIA는 외부 영입과 내부 승진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긴 어렵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외부 인사와 내부 승진 카드를 모두 써 본 KIA다. 개막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외국인 감독 카드는 쉽지 않다. 빠른 수습을 위해서는 내부 승진 혹은 KIA를 잘 아는 구단 출신 인사를 고려할 법 하다. 그러나 하필이면 큰 실망을 안긴 직전 감독이 구단 출신 원클럽맨에 내부 승진 인사였다는 점에서 KIA로 하여금 또 한 번 망설이게 만든다. 이젠 구단 출신 인사도, 원클럽맨도 믿지 못하게 만든 장정석-김종국 체제가 남긴 상처는 생각보다 깊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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