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80%가 조선족…“부모님 잘 모시나” 궁금한데 CCTV 설치 5%뿐
44%는 외국인 인력만 근무
집단 감염에도 여전히 취약
국내 요양병원에선 갈수록 한국인 간병인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외국인 간병인과 갈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간병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강도가 매우 센 노동으로 한국인들에게 기피 직업이 된지 오래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돌볼 간병인력이 부족해 지면서 요양병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급여 적정성평가 기준 1~5등급에 해당하는 국내 요양병원 각각 20곳씩 총 1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외국인 간병인만 고용한 요양병원이 절반에 가까운 44곳에 달했다. 반면 한국인 간병인만 일하고 있는 병원은 22곳에 그쳤다. 나머지 34곳에선 한국인과 외국인 간병인이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외국인 간병인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조선족, 고려인 출신 간병인들이 약 80%를 점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요양병원 직원은 “간병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그 공백을 조선족을 포함한 해외 국적의 간병인들이 채우고 있다”며 “국적은 중국에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고려인 동포 출신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간병인이 24시간 간병하는 병원이 늘어나면서 폭언, 폭행 등 학대 문제도 더 심각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단 한국어 구사력이 떨어져 환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그 결과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후진국 출신이다보니 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한 한국인 간병인은 “조선족 간병인 중에는 소위 말하는 ‘짱’이 있다”며 “새로 들어온 신입 간병인이 환자들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짱이 눈치를 주면 대세에 따라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실 내 CCTV 설치가 불법은 아니지만 만약 영상이 유출되면 100% 병원 책임이라는데 누가 자청해서 이런 위험을 떠안겠나”면서도 “정말 두려운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 보다는 학대행위가 영상으로 공개돼 병원이 지게 될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내 학대를 줄이려면 의료법에서 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병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영상정보의 열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의료 종사자, 환자의 사생활 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에 대한 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차이가 없다”며 “CCTV 설치를 통해 환자들의 최소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CCTV가 설치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각 방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따로 모니터링을 하는 직원이 상주해 어르신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구조”라며 “환자가 침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감지되면 바로 병동으로 연락해 대응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집단감염에도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요양병원 100곳 가운 면회 전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도록 하는 곳은 단 1곳뿐이었다. 대부분은 자가진단키트로 출입이 가능했고, 코로나19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병원도 17곳에 달했다.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외부 면회객으로 인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72%로 일반 인구 치명률(0.06%)보다 12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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