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이 극찬하며 포옹한 한국인…“지리산을 전달했을 뿐인걸요”
약초 군락과 건조탑 모티프
英 왕실 별장에 보존하기로
“인간·자연의 공생을 표현
한국식 정원 알려서 뿌듯해”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내년 현지 협업 전시도 계획
지난해 첼시 플라워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황지해 작가(47)의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였다. 지리산의 약초 군락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으로 그는 금상을 수상했고, BBC 등의 현지 언론은 “첼시의 스타가 된 황지해 작가는 한 편의 시”라는 찬사를 쏟아내며 집중 보도했다. 최근 영국 왕실은 그의 작품을 별장에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지리산의 원시성,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그를 매일경제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한국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에는 원시적인 힘이 보존돼 있다고 황 작가는 말한다. 그는 “한국 최후의 원시림인 지리산에는 여전히 이름 없는 산봉우리와 계곡이 있다”며 “예로부터 약성이 좋은 약초가 가장 많이 나고 현재도 천여 종의 약초가 자생하는, 한국 식물의 종자은행과도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그저 운 좋게 그 힘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황 작가는 덧붙였다.
작품을 통해 황 작가는 ‘자연의 원시성을 지켜주는 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병원과 약국이 생겨나기 전 우리의 생명과 건강, 삶의 질을 담당했던 공간은 바로 산이었다”며 “식물엔 원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관성이 있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기 위한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작가는 “포옹 사건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주목받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한국의 정원과 식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만든 ‘지리산 약초 건조탑’은 최근 찰스 3세의 샌드링엄 영지에 설치됐다.
“시가 녹으면 정원이 될 것”이라는 황 작가는 정원이 억압된 감정을 흐르게 하는 통로라고 말한다. 정원 작가를 정의해달라는 물음에 그는 “정원은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균열되고 상처 난 곳에 새롭게 살아갈 힘을 부여한다”며 “저는 단지 꽃과 나무를 심고, 자연이 하는 일에 동참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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